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늦은 이유는 해외 모델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은 2022년 테라 루나 붕괴의 당사국이었고, 그 뒤 약속한 스테이블코인 2단계 입법을 3년 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 사이 거래량의 98%를 쥔 달러 코인이 기준이 됐고, 법이 늦을수록 국내 자금이 머물 자리는 좁아진다.
코인 거래의 98%가 달러인데 원화 법은 아직 없다

뉴스 핵심
-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테라 사태 후 2단계로 미뤄졌고 아직 입법되지 않았다.
- 거래량 98%가 달러라 원화 코인 입법 지연은 시장 선점 경쟁에서 불리하다.
- MiCA 뒤 유로 코인 급증은 신규 유입보다 규제 준수 토큰으로의 재배치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세미나, 왜 해외 사례부터 꺼냈나
9월 29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 연단에는 미국 서클과 유럽 키발리스 경영진이 섰다. 둘 다 같은 말을 했다. 법이 먼저 분명해야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자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이름이 있다. 테라다. 2022년 한국인 권도형이 만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UST가 무너지며 테라·루나 생태계에서 수십조 원이 사라졌다.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배우러 가는 나라가 아니다. 이미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낸 나라다.
그래서 이 논의를 이렇게 읽는다. 원화 코인 법이 늦는 이유는 참고할 해외 모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기 사고를 법으로 정리하는 일을 3년 넘게 미뤄 왔기 때문이다.

테라 루나 이후 약속한 2단계 입법은 어디서 멈췄나
테라 사태가 직접 계기가 돼 국회는 2023년 6월 30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이용자 예치금 보호와 불공정거래 처벌이 중심인 1단계 법이다.
정작 사태의 주인공인 스테이블코인은 이 법에서 빠졌다. 발행·유통·공시·진입 규제는 2단계 과제로 넘겨졌다.
그 2단계가 지금도 없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국회에서 1년째 표류 중이고, 정부는 2026년 하반기 입법을 다시 목표로 잡았다.
정부 안의 뼈대는 발행 인가제, 준비자산 보유 의무, 이용자 상환청구권이다. 모두 UST가 갖추지 못해 무너진 장치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98%, 원화가 설 자리는 얼마나 남았나
키발리스의 얀 올리버 셀 CEO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의 98%가 달러라고 짚었다. 그는 "이는 원화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했다.
키발리스는 유럽 37개 은행이 참여한 유로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이다. 유럽 은행들이 경쟁을 접고 한 배에 탄 것은 달러 코인 앞에서 유로가 흩어져서는 버틸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도 같은 처지다. 원화 코인이 없는 동안 해외송금과 코인 거래의 결제 수단은 달러 코인이 채운다.
법이 한 해 늦어지면 원화 코인은 그만큼 이미 굳은 습관과 싸워야 한다.

MiCA 뒤 유로 코인 1,200% 급증, 규제가 시장을 키웠을까
셀 CEO는 "유럽은 2024년부터 하나의 구속력 있는 규정을 제공해왔다"고 했다. MiCA 얘기다.
숫자만 보면 증명된 듯하다. MiCA 시행 뒤 유로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최대 1,200% 늘었고, 서클의 EURC는 1,100%대로 뛰었다.
속을 보면 결이 다르다. 새 돈이 쏟아진 것이 아니라 기존 자금이 규제를 통과한 토큰 쪽으로 옮겨 간 결과다.
규제는 파이를 키우기보다 파이를 누가 먹을지를 정한다. 원화 코인 법도 그렇게 봐야 한다.
은행이냐 핀테크냐, 원화 코인 발행권은 누구 돈이 되나
국내 쟁점은 발행 주체다. 은행 과반 컨소시엄으로 좁힐지, 핀테크·플랫폼에도 열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본질은 수익이다. 발행자는 준비자산 이자, 유동성 관리 수수료, 원화와 코인을 오가는 온오프램프 수익을 가져간다.
류창보 OBDIA 회장은 "은행도 지갑을 준비하고 있고, 플랫폼에서도 해외송금이나 온·오프램프를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모두가 같은 문을 노린다.
금융위 유원규 사무관은 금융위·재정경제부·한국은행 협의체로 입법안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발행권의 선이 거기서 그어진다.
원화 코인 법이 늦을 때 개인 투자자는 무엇을 감당하나
발행권이 은행에만 가면 안정성은 얻지만 개인이 고를 상품과 플랫폼은 좁아진다. 핀테크까지 열리면 송금·환전 수수료 경쟁이 붙을 여지가 생긴다.
법이 없는 동안에도 돈은 움직인다. 목적지는 이미 제도권에 들어선 달러 코인이다.
김영석 보난자팩토리 대표는 "어디에 못쓰게 해야 하는지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테라가 남긴 교훈도 결국 그 안전장치다.
우리의 판단은 이렇다. 원화 코인에서 개인이 지는 위험은 코인 가격보다 법의 빈칸에서 나온다. 테라의 청구서를 받은 나라가 영수증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 그게 지금 원화 코인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다.
이 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 논의를 해설한 것으로 특정 코인·종목의 매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입법 내용과 시점은 국회 논의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스테이블코인도 준비자산·발행사 위험이 있으니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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