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연초보다 5.3% 내렸는데도 업비트·코인원·디지털엑스의 모으기 누적 투자액은 9천729억원으로 78.9% 늘었습니다. 다만 누적 숫자만으로는 매달 꾸준히 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락장에도 매수가 이어지는 것은 투자자가 매번 결심해서가 아니라 미리 정해 둔 설정이 사기 때문이고, 그 거래가 쌓일 때마다 수수료는 거래소로 갑니다.
코인 모으기 9천729억원, 비트코인 하락장에도 매수가 늘어난 이유

뉴스 핵심
- 모으기 누적 투자액은 9천729억원으로 78.9% 늘었지만 누적치라 월별 꾸준함은 보여 주지 않는다.
- 코인원의 1천859% 증가는 6억1천만원에서 출발한 작은 기준점 효과다.
- 모으기 같은 자동매수 서비스를 다룰 2단계 입법은 연말을 목표로 논의 중이다.
코인 값이 내렸는데 모으기 매수는 왜 늘었나
모으기는 사는 순간마다 결심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종목과 주기, 금액을 한 번 정해 두면 그 뒤로는 거래소가 알아서 삽니다.
업비트가 2024년 8월 16일 이 서비스를 내놓을 때 정한 틀은 최소 1만원, 1회 최대 100만원, 종목당 최대 300만원입니다. 매수 시각은 5분 단위로 고를 수 있습니다.
하락장에서 손이 멈추는 건 대개 차트를 보는 그 순간입니다. 모으기는 그 순간 자체를 없앱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연초보다 5.3%, 이더리움이 15.7% 내린 해에도 매수 기록이 쌓였습니다. 가격 판단을 건너뛰는 장치가 이 숫자를 만든 쪽에 가깝습니다.

9천729억원은 매달 꾸준히 샀다는 증거가 될까
이 숫자는 서비스가 생긴 뒤 들어간 돈을 모두 더한 누적치입니다. 누적치는 구조상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달에 몰렸는지, 하락이 깊던 달에도 같은 속도로 들어왔는지는 이 숫자로 알 수 없습니다. 중간에 설정을 끈 사람이 얼마인지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매입 단가를 낮추려는 소액 투자 수요가 꾸준히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늘어난 것은 확실합니다. 꾸준했는지는 월별 숫자가 나와야 답이 나옵니다.

업비트 92.3%, 코인원 1천859%가 같은 표에 놓이면
업비트 한 곳의 누적 투자액이 8천977억1천만원입니다. 전체의 92.3%이고, 작년 말보다 81.3% 늘었습니다.
코인원의 증가율은 1천859%로 표에서 가장 눈에 띕니다. 하지만 출발점이 6억1천만원이었고 도착점은 119억5천만원입니다.
업비트 금액과 견주면 약 1.3% 수준입니다. 작은 그릇에 물을 조금 부어도 수위는 크게 오릅니다.
디지털엑스는 632억6천만원으로 31.3% 늘었습니다. 시장 전체의 흐름은 사실상 업비트 한 곳의 흐름입니다.

33만7천119명, 누가 코인을 모으고 있나
3개 거래소 모으기 누적 이용자는 33만7천119명으로 작년 말보다 37.4% 늘었습니다.
업비트 이용자는 29만6천675명입니다. 코인원은 1만1천67명에서 2만9천462명으로 166.2% 늘었습니다.
업비트 모으기 이용자는 30대가 30.4%, 40대가 27.1%, 50대가 20.9%입니다.
한 번에 큰돈을 넣기보다 월급에서 떼어 넣는 세대가 중심입니다. 적금처럼 쓰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쪼개 살수록 돈은 어디로 도나
업비트와 코인원은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펴지 않는 거래소입니다. 대신 자산분석이나 모으기 같은 기능을 붙여 고객을 붙잡는 쪽을 택했습니다.
모으기 전용 수수료율이 따로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매매와 같은 구조라면 매수 한 번마다 수수료가 붙습니다.
같은 돈을 한 번에 사든 열 번에 나눠 사든 거래 금액이 같다면 수수료 총액은 비슷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가 얻는 진짜 이득은 설정이 꺼지지 않는 한 거래가 끊기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하락장에도 줄지 않는 거래 흐름, 그것이 거래소가 모으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읽힙니다.
1조원 가까이 커진 서비스에 전용 규칙은 없다
2024년 7월 19일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금지를 다룹니다. 모으기 같은 자동매수 상품을 따로 규율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영업행위와 공시를 다룰 2단계 입법은 아직 국회에 있습니다. 이번 발표를 받은 박상혁 의원은 9월 17일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를 올 연말까지 입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시 2년이 안 된 서비스가 규칙보다 먼저 커졌습니다.
모으기의 힘은 생각하지 않아도 사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 힘이 큰 만큼, 이용자가 설정 화면에서 수수료와 조건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만드는 장치가 규칙으로 들어갈지가 이 서비스의 다음 모양을 정합니다.
이 글은 가상자산 모으기 서비스의 구조를 설명할 뿐 특정 코인 매수를 권하지 않습니다. 적립식으로 나눠 사도 가격이 계속 내리면 손실은 커질 수 있고, 매수마다 수수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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