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의 에너지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해상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 구축에 나섰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이후 핵심 대응 방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실제 구축이 착수된 것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한국 유조선 7척이 묶여 있으며, 이들 선박에는 총 14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려 있다. 이는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약 280만 배럴)의 5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으로,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의 수급 불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해상 일일 원유 거래량의 34.2%인 1570만 배럴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LNG는 20%에 달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한국 경제의 에너지 공급망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느끼기만 하다.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최근에야 EWS 구축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는 공급망 안정화법 시행령에 따라 해수부가 전문기관인 해진공에 해당 시스템의 운영과 관리를 맡길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해진공은 지난해 6월 무력 충돌 직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강화'를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올해 1월에야 공급망 대응팀을 통해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추진 중인 EWS는 호르무즈 해협, 수에즈 운하, 바브엘만데브 해협, 믈라카 해협 등 주요 해상 물류 네트워크의 위기 요인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 및 기후, 항만 적체와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심각도에 따라 4단계 경보를 발령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용역 기간은 1년으로 조기 구축이 시급하다는 인식 아래, 해진공은 올해 11월 예비 시범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공급망 위기 대응이 여전히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반도체와 배터리 등 육상 공급망 관리의 고도화와 대비해, 원유와 가스, 곡물 등 국가의 중요한 자원을 운송하는 해상 공급망 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간에 글로벌 물류망을 붕괴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해상 공급망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해상 공급망 위기 심화…정부 대응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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