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군의 지원 아래 일부 상선들이 자동식별장치(AIS)를 꺼고 '암흑 항해' 방식으로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과 LNG 운송선 등이 이란의 공격 위협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지나가 세계 경제에 일정 부분이나마 숨통을 틔우고 있다.

'암흑 항해'는 선박이 조명을 끄고 AIS를 차단한 채 운항하는 방식으로, 이는 이란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고육지책이다. AIS를 끄면 선박의 위치 파악이 어려워 레이더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숙련된 항해가가 더 필요하게 된다. 미군은 이 해협에서 '암흑 항해'를 시도하는 선박들과 소통하며 AIS를 언제 끌지, 이란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조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과 문제는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에서 핵심 사안 중 하나다. 미국은 이 해협이 국제법 하에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군사적 위협을 키우면서 '주권적 권리'를 주장하며 선박으로부터 통행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군의 이란 군사시설 타격에 대한 보복 공격 역시 이러한 양국 간의 팽팽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이는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박은 '암흑 항해'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지만, 전쟁 이전에 하루 100척 이상이 통과하던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급등한 보험료 또한 해운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 전쟁 위험 지역의 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2.5%에서 4%까지 치솟아 있으며, 평상시의 0.25%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선박들은 이러한 높은 비용과 함께 선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및 전쟁 위험 수당으로 인해 하루빨리 해협을 빠져나가기를 절실히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