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중앙은행(SNB)이 9월 24일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다. 8월 물가 0.8%는 목표대(0~2%) 안이지만 그 안쪽은 에너지와 프랑 약세가 끌어올린 수입물가다. 시장은 12월 인상을 반반으로 보고, SNB는 두 번이나 시장 예상을 벗어나 움직인 전례가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금리를 묶고 미국 주식 1,914억 달러를 쥐고 있다

스위스중앙은행 0% 동결, 미국 주식은 1,914억 달러
- 8월 물가 0.8% 상승의 동력은 수입물가(1.5%)와 석유제품(25.2%)이다.
- SNB는 미국 상장주식 약 1,914억 달러를 보유하며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가 최상위다.
- SNB는 2015년과 2022년 두 번 시장 예상을 벗어난 결정을 내렸다.
스위스는 왜 혼자 금리 0%를 지킬 수 있나
유럽중앙은행(ECB)과 연준, 일본은행이 이미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가운데 스위스만 제자리에 섰다.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도 연내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물가다. 스위스 8월 물가 상승률은 0.8%로, SNB가 정한 목표대 0~2% 안에 있다. 미국·영국·유로존 중앙은행의 목표가 2%라는 점을 떠올리면 여유가 크다.
SNB는 이번에 기준금리 0%, 초과 지급준비금에 적용하는 0.25%p 할인폭, 필요하면 외환시장에 나선다는 문구를 모두 그대로 뒀다. 바꾼 것이 하나도 없는 결정이다.

물가 0.8%의 안쪽은 무엇으로 채워졌나
8월 물가는 7월 0.4%에서 0.8%로 뛰었고 시장 예상 0.5%도 넘었다. 수입물가는 7월 0.0%에서 1.5%로, 석유제품은 전년보다 25.2% 올랐다.
물가를 밀어 올린 힘이 국내 소비가 아니라 바깥에서 들어왔다. 휘발유·경유·난방유 값이 오른 것이 직접 원인이었다.
여기에 프랑이 약해졌다. 슐레겔 총재는 프랑이 무역가중 기준 약 3% 약세이고, 이것이 주요 통화권과 스위스의 금리차 확대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남들이 금리를 올릴수록 프랑이 약해지고, 수입품이 비싸진다.
그러니 「물가가 낮아서 동결」은 반만 맞다. 물가 상승률은 낮지만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바뀌는 중이다.

강한 프랑이 물가를 누르는 방식
프랑은 불안할 때 돈이 몰리는 안전통화다. 프랑이 오르면 수입품이 싸지고 물가가 눌린다. 스위스 경제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몫이 커서 이 효과가 강하다.
HIM 경영대학원의 게데온 투몽은 이를 "safe haven dividend"(안전자산 배당)라고 불렀다. 그는 스위스가 "imports credibility as much as it imports goods"라고 했다. 물건만큼 신뢰도 수입한다는 말이다.
에너지 비중도 다르다. 스위스 물가 바구니에서 에너지는 약 3.5%로, 유로존의 약 7%보다 낮다. 수력과 원자력 덕분에 역내 에너지 충격을 덜 받는다.
방어막에는 조건이 붙는다. 2025년에는 프랑이 달러 대비 12% 넘게 올랐지만, 올해는 달러가 프랑 대비 약 4%를 되찾았다. 방패가 얇아지는 중이다.

12월 인상 확률 반반, 믿어도 되나
시장은 12월 인상과 동결을 거의 반반으로 본다. 2027년 초까지 인상을 시작할 확률은 90%를 넘고, 내년 9월까지 금리가 최소 0.75%로 오른다는 데 돈이 걸려 있다.
SNB는 두 번 시장 예상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 2015년 1월 15일에는 예고 없이 유로당 1.20프랑 하한을 없앴고, 프랑은 몇 분 새 최대 약 30% 뛰었다. 외환중개사 FXCM의 일부 고객 계좌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2022년 6월 16일에는 다들 동결을 점치던 날 50bp를 올렸다. 2007년 이후 첫 인상이었고, 프랑은 10분 만에 유로 대비 2% 올랐다.
UBS 이코노미스트들도 "the SNB has a history of surprising markets"라고 적었다. 반반이라는 숫자는 시장의 짐작일 뿐, SNB의 약속이 아니다.

스위스 금리가 엔비디아와 무슨 상관인가
SNB는 거대한 미국 주식 투자자다. 6월 30일 기준 미국 상장주식 약 1,914억 달러, 2,300개가 넘는 종목을 들고 있다. 한 분기에 10% 넘게 불어 기록을 새로 썼다.
가장 큰 보유 종목은 엔비디아(NVDA) 7.62%, 애플(AAPL) 6.36%, 마이크로소프트(MSFT) 6.12% 순이다. 팔란티어(PLTR)도 7억 1,660만 달러어치 담았다. 서학개미 계좌와 겹치는 명단이다.
이 투자는 SNB 장부를 움직인다. 올해 상반기 이익 252억 프랑 가운데 외화 자산 이익이 317억 프랑이었고, 그중 주식 평가이익이 229억 프랑이었다. 금에서는 64억 프랑 평가손실이 났다.
금리를 올려 프랑이 강해지면 이 미국 주식의 프랑 환산 가치는 줄어든다. 물가를 누르는 수단이 장부 가치를 깎는 구조다. 다만 금리 결정이 SNB의 주식 매매를 바꾼다는 근거는 없다.
실질금리로 보면 스위스는 예외가 아니다
INSEAD의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는 다른 셈법을 내놨다. 그는 "[An] interest rate at 0% and inflation around 0.8% means a real interest rate of -0.8%"라고 했다.
유로존은 금리 2.5%에 물가 약 3.2%로 실질금리 -0.7%다. 거의 같다. 영국과 미국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명목 금리표만 보면 스위스가 혼자 튀어 보인다. 물가를 빼고 보면 다들 비슷한 자리에 서 있다. 스위스의 진짜 차이는 금리가 아니라 오래 낮게 붙잡아 둔 물가 기대다.
0% 동결이 남긴 것, 방패는 프랑이었다
SNB는 올해 물가 전망을 소폭 올렸지만 예측 기간 전체를 물가안정 범위 안에 뒀다. SNB는 물가가 4분기에 조금 더 오르다 에너지 물가 하락으로 2027년에 다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슐레겔 총재는 "We make monetary policy for Switzerland"라고 했지만 스위스가 작은 개방경제라 바깥 사정을 늘 고려한다고도 말했다.
스위스의 0%를 지켜 준 것은 금리가 아니라 강한 프랑이었다. 그 프랑이 약해지는 지금, 12월 결정을 가를 것도 물가표보다 환율 차트다.
이 글은 스위스중앙은행 결정과 보유 주식 구조를 설명할 뿐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프랑·달러 환율은 중앙은행 결정 하나로 급변할 수 있고, 13F 보유 내역은 과거 시점 자료라 현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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