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해외에서 3억달러(약 4041억원)를 빌렸다고 18일 밝혔다. 국내 카드사 신용등급은 보통 AA급인데, 이번에 판 증권은 최고 등급인 AAA급이다. 회사 등급보다 높은 등급으로 돈을 빌리는 방법, 그렇게 아끼는 이자의 크기, 그리고 영업정지가 끝난 직후에 나온 이 거래가 정말 제재 때문인지를 차례로 따져 본다.
롯데카드는 어떻게 회사 등급보다 높은 AAA로 돈을 빌렸나

롯데카드가 회사 등급보다 높은 AAA급 증권으로 해외에서 3억달러(약 4041억원)를 빌렸다고 18일 밝혔다. 국내 카드사 신용등급은 보통 AA급인데, 따로 떼어 놓은 카드값 묶음을 담보로 삼아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 등급 차이로 이자를 얼마나 줄이는지, 롯데카드 영업정지가 끝난 직후 나온 거래가 제재와 관계있는지 차례로 따져 본다.
롯데카드 AAA급 조달, 등급·이자·영업정지의 관계
- AA급 카드사가 AAA급으로 빌린 것은 회사가 아니라 따로 떼어 놓은 카드값 묶음을 담보로 삼았기 때문이다.
- 업계 기준인 0.4%포인트를 대면 한 해 약 16억원이지만, 스와프 비용 때문에 실제 절감액은 그보다 작을 수 있다.
- 발표는 영업정지가 끝난 뒤였고 1월에도 같은 거래를 했다. 제재 대응이라기보다 업계 최대 만기에 맞춘 정기 조달이다.
회사 등급은 AA급, 채권은 AAA급 — 무엇을 맡기고 빌렸나
빌린 쪽은 AA급 회사인데, 빌릴 때 붙은 등급은 AAA급이었다. 롯데카드가 18일 밝힌 3억달러(약 4041억원) 해외 자산유동화증권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금액이 아니라 이 등급 차이다. 공개 시장이 아니라 정해진 투자자에게만 파는 사모 방식이었고, 평균 만기는 3.5년이다.
카드 회원이 다음 달에 낼 카드값은 카드사 입장에서 받을 돈이다. 이를 신용카드 매출채권이라고 부른다. 롯데카드는 이 받을 돈을 한데 묶어 증권으로 만들었다. 받을 돈을 담보로 미리 현금을 당겨 쓰는 셈이다.
국내 카드사의 신용등급은 보통 AA급이다. 그런데 우량 자산을 따로 떼어 만든 외화 증권은 최고 등급인 AAA급을 받는다. 투자자가 보는 것이 회사의 살림 전체가 아니라, 따로 떼어 놓은 카드값 묶음이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이 아니라 자산의 질로 등급을 받는 것, 이것이 AA급 회사가 AAA급으로 빌리는 원리다.

누가 설계하고 누가 사나 — 해외 은행이 둘 다 맡는다
이번 증권은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과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이 투자자로 사 갔다. 이런 거래는 해외 투자은행이 발행을 주관하고 물량을 전액 인수하는 구조다. 설계한 은행이 그대로 사 가니, 시장에 내놓고 살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다.
상대 은행도 낯설지 않다. 롯데카드는 1월에 소시에테제네랄을 통해 4419억원(3억달러) 규모를 이미 조달했다. 신한카드도 2월에 같은 곳을 통해 약 3652억원(2억5000만달러)을 빌렸고, 삼성카드는 미쓰비시UFJ를 통해 6000억원(4억달러) 규모를 마련했다. 몇몇 해외 은행이 한국 카드사의 카드값 묶음을 꾸준히 사 가는 셈이다.
카드사가 이 길을 찾는 이유는 금리만이 아니다. 사모 방식이라 공시 절차가 간소하고, 만기 설계도 국내보다 유연하다. 보통 5년 만기에 4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붙이는데, 해외 은행은 이를 4년물 금리로 쳐서 인수한다. 같은 돈을 빌려도 더 짧은 만기의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구조다.

얼마나 싸게 빌렸나 — 16억원은 기준선일 뿐이다
롯데카드는 국내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해 조달비용을 줄였다고 밝혔지만, 금리 숫자는 내놓지 않았다. 비교 대상은 카드사가 국내에서 찍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다.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14일 기준 연 4.57%로,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업계에서는 외화 증권으로 조달 금리를 최소 0.4%포인트 낮춘다고 본다. 이 폭을 이번 4041억원에 대면 한 해 이자가 약 16억원 줄어든다.
다만 달러로 빌린 돈은 원화로 바꿔 써야 한다. 롯데카드는 통화·금리 스와프 계약으로 환율과 금리 변동 위험을 막았다. 이런 환헤지의 비용에는 두 나라의 단기 금리차와 크로스커런시 베이시스(달러를 구하는 웃돈)가 반영되고, 비용 대부분은 금리차에서 나온다.
그래서 16억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회사가 스와프를 끼고도 비용을 줄였다고 밝힌 만큼 이득이 없지는 않다. 우리는 16억원을 실제 절감액이 아니라 눈대중 기준선으로 읽는다.

영업정지 때문에 서둘렀나 — 날짜를 맞춰 보면
롯데카드는 지난해 8월 해킹으로 고객 297만명의 신용정보가 유출됐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정례회의에서 업무정지 1.5개월과 과징금 50억원을 의결했다. 업무정지 기간은 8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였다.
그런데 정지된 것은 신규 회원 관련 카드 업무뿐이었다. 기존 회원의 결제와 카드론, 현금서비스는 그대로 돌아갔다. 채권을 찍어 돈을 빌리는 일은 처음부터 막힌 적이 없다. 이번 발행은 영업정지가 끝난 뒤인 18일에 발표됐고, 계약과 금리를 정한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정적인 것은 1월 거래다. 롯데카드는 제재가 확정되기 반년 전인 1월에 이미 같은 규모인 3억달러를 같은 방식으로 조달했다. 그러니 이번 거래를 '영업정지 중에 자금줄부터 챙긴 비상 조치'로 읽을 근거는 없다. 우리는 이것을 한 해 두 번 돌리는 정기 조달로 본다.
진짜 이유는 만기 — 올해 갚을 카드채가 업계에서 가장 많다
8개 전업카드사가 올해 갚아야 할 카드채는 총 16조 3700억원이다. 이 빚의 평균 표면금리는 연 3.55% 수준이다. 롯데카드의 올해 만기 물량은 3조 5200억원으로 8개사 가운데 가장 많다.
갚을 빚은 싸게 빌린 것인데, 새로 빌리는 돈은 비싸졌다. 여전채 금리는 올해 첫 거래일 3.337%에서 이달 초 4.501%까지 올랐다. 싸게 빌린 빚을 비싼 새 빚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 지금 카드사의 사정이다.
국내에서 카드채를 사 줄 사람도 줄었다. 자산운용사들이 여전채를 순매도하면서 매수 기반이 얇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해외로 가는 이유가 싸서라기보다 국내 채권 조달 매력이 낮아져서라고 설명했다. 올해 롯데카드가 해외에서 빌린 두 번을 합치면 8460억원으로, 올해 만기 물량의 약 24%다.
회사 자체의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롯데카드의 총자산이익률(ROA)은 2024년 0.6%에서 2025년 0.3%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21억원으로 전업 카드사 8곳 가운데 가장 적었고,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회사를 파는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 이름값이 흔들릴수록, 회사 신용과 떼어 놓은 AAA급 창구의 값은 커진다.
그래서 무엇이 핵심인가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답은 간단하다. AA급 회사가 AAA급으로 빌릴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자체가 아니라 카드값을 받을 권리를 팔았기 때문이다. 해외 은행이 그 묶음을 설계하고 통째로 사 갔고, 롯데카드는 스와프로 달러를 원화로 바꿨다.
우리가 보는 핵심은 이자 몇십억원보다 창구 자체다. 영업정지와 날짜상 인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거래는 1월과 같은 모양의 반복 거래이고, 그 뒤에는 업계에서 가장 큰 만기 부담이 있다. 회사 신용이 흔들리는 해에도 자산의 질만으로 열리는 문이 하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구조의 값이다.
다만 이 문에는 대가도 있다. 가장 좋은 카드값 묶음을 떼어 담보로 줄수록, 회사에 남는 자산은 그만큼 얇아진다. 그리고 조달비는 카드론 금리로 넘어올 수 있다.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월 연 13.93%에서 지난달 연 14.14%로 올랐다. 싼 창구 하나로는 이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해외 조달은 카드사의 금리 부담을 조금 늦추는 장치이지,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 글은 특정 금융회사나 증권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는다. 카드사 ABS의 실제 금리, 스왑 비용, 담보 채권의 연체 추이는 공개되지 않아 조달 효과가 회사 설명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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