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은 8월 말 201만2196명, 계약자산은 123조4838억원으로 불어났다. 1억원으로 41%를 번 사례도 성과보수 20%대를 떼면 820만원이 빠진다. 손실은 투자자가 전부 떠안는 구조이고, 2010년 자문형 랩은 덩치가 커지자 코스피를 이기지 못했다.
랩어카운트 123조원, 수익은 나눠 갖고 손실은 투자자가 전부 떠안는다

뉴스 핵심
- 1억원 41% 수익은 4,100만원이고, 성과보수 20%만 적용해도 820만원이 빠진다.
- 랩 고객 201만2196명, 계약자산 123조4838억원으로 4년 넘는 정체를 깼다.
- 2010년 브레인투자자문은 위기 전에 신규 판매 중단을 요청했고, 운용 규모가 4조원이 되자 코스피보다 3.28%포인트 낮은 성과를 냈다.
1억을 맡긴 유씨, 41%는 돈으로 얼마였나
41%를 원으로 바꾸면 4,100만원이다. 3월에 넣은 1억원이 수수료를 떼기 전 기준 1억4,100만원이 됐다.
같은 1억원을 코스피 상승률 7%만큼 굴렸다면 700만원이다. 차이가 3,000만원을 넘는다.
유씨는 수년간 직접 주식을 사고판 전업투자자였다. 6~7월 급락장과 8~9월 박스권을 직접 버티다 지쳐 남에게 맡겼고, 그 뒤 성과가 시장의 5.9배로 나왔다.
이 숫자가 지금 랩 열풍의 광고판이다.

성과보수 20%대를 떼면 손에 남는 돈은 얼마인가
랩어카운트는 기본 일임수수료에 더해 수익의 최대 20%대 성과보수가 붙기도 한다. 20%만 잡아도 4,100만원 가운데 820만원이 증권사와 운용 쪽으로 간다.
투자자 몫은 3,280만원으로 줄고, 여기서 기본 일임수수료가 또 빠진다. 그래도 코스피 700만원보다는 크다. 유씨가 수수료를 아깝지 않다고 느낄 만한 결과다.
계산을 뒤집으면 구조가 보인다. 수익이 나면 수수료와 성과보수를 나눠 갖지만 손실은 투자자가 전액 떠안는다.
자문형 랩이라면 전략을 짠 외부 자문사 몫의 자문료도 얹힌다. 돈을 먼저 떼는 쪽과 위험을 먼저 지는 쪽이 갈라져 있다.

랩 고객 200만명, 4년 넘게 멈췄던 숫자가 왜 움직였나
랩 고객은 2021년 2월부터 4년 넘게 180만명대에 묶여 있었다. 올해 6월 처음 200만명을 넘었고 8월까지 3개월 연속 그 위에 있다. 작년 9월보다 11% 많다.
돈은 사람보다 빨리 들어왔다. 계약자산은 작년 9월 약 91조원에서 8월 말 123조4838억원으로 35% 늘었다.
방아쇠는 지수의 널뛰기였다. 코스피는 1월 4200선에서 출발해 6월 9000을 넘었다가 7월 5200선까지 떨어졌다.
정보는 오히려 넘쳐났다. MTS, 해외주식, ETF, 유튜브와 텔레그램 채널까지 고를 것이 많아지자 고르는 일 자체를 남에게 넘기는 사람이 늘었다.

자문형 랩 220% 급증, 왜 하필 목표전환형이 팔리나
8월 자문형 랩 계약자산은 10조6591억원으로 작년 9월보다 220% 늘었다. 외부 자문사나 운용사가 종목과 비중을 제안하는 상품이다.
성장을 끈 것은 목표전환형 랩이다. 정해 둔 수익률에 닿으면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동으로 옮겨 간다. 번 것을 지키는 장치를 돈 주고 사는 상품이다.
업계도 랩을 유망 종목을 골라 주는 상품이 아니라 자산을 나누고 위험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소개한다.
대형 5개 증권사의 랩 자산은 8월 83조7675억원으로 1년 새 71% 늘었다.
2010년 10월, 1위 자문사가 먼저 판매를 멈춰 달라고 했다
자문형 랩이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무너졌다는 것이 통설이다. 금이 간 시점은 그보다 앞섰다.
2010년 10월 15일, 업계 선두 브레인투자자문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에 자기 상품의 신규 판매를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박건영 대표는 "신규 고객의 경우 기대치에 맞는 고수익을 낼 수 없겠다고 판단해 신규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문사는 알고 있었다. 소수 종목에 몰아 사는 전략은 돈이 커질수록 같은 종목을 더 비싸게 더 많이 사야 해서 스스로 수익을 깎는다.
이미 들어온 고객 돈은 그대로 굴러갔다.
4조원이 된 브레인 랩, 1억 기준 328만원 덜 벌었다
2012년 3월 16일 기준 6개월 수익률에서 브레인 자문형 랩은 7.28%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56% 올랐다.
1억원으로 바꾸면 랩은 728만원, 지수는 1,056만원이다. 수수료를 내고 맡긴 쪽이 328만원 덜 번 셈이다. 원인으로는 4조원으로 불어난 운용 규모의 위험 관리 실패가 꼽혔다.
그 뒤 시장 전체가 녹았다. 자문형 랩 잔고는 2011년 5월 9조1824억원에서 2012년 4월 5조3557억원으로 41.67% 줄었다.
2012 회계연도에는 전업 투자자문사 159곳 가운데 90곳이 자본잠식에 빠졌다.
123조원 랩어카운트, 맡기기 전 계좌에서 볼 세 가지
지금 자문형 랩은 1년 남짓 사이 220% 불었다. 2010년에 금을 낸 것과 같은 집중투자 구조가 그때보다 큰 돈을 받고 있다.
가입 전에 볼 것은 셋이다. 맡길 자문사·운용사의 운용 규모가 얼마나 빨리 커지는지, 손실이 나도 떼는 수수료가 무엇인지, 목표전환 조건이 숫자로 적혀 있는지다.
시장 전체의 속도는 금융투자협회가 내는 랩어카운트 고객 수와 계약자산 통계로 매달 확인할 수 있다.
유씨의 41%는 랩을 일찍 탄 사람의 숫자다. 15년 전 같은 상품이 무너진 이유는 시장이 아니라 몰려든 돈이었다. 지금 랩에 붙는 돈은 맡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성과를 얇게 만드는 쪽에 서 있다.
이 글은 랩어카운트 가입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랩은 원금 손실이 날 수 있고 손실은 투자자가 전부 부담하며, 수익이 나도 일임수수료와 성과보수가 빠집니다. 과거 수익률이 앞으로의 성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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