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이 두 번째로 5만명을 넘겼다는 건 첫 번째로는 정부를 움직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년 미뤄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이 접수 3주 만에 5만1004명 동의를 얻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회부 요건을 채웠다. 그런데 이형일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서면답변에서 예정대로 내년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코인과세 유예청원 5만 돌파, 정부 입장은 그대로

코인 과세 유예 청원과 2027년 시행 입장
- 가상자산과세 2년 유예 청원이 5만1004명 동의로 성립 요건을 채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있다.
- 이형일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예정대로 2027년 과세 시행 입장을 국회 서면답변으로 재확인했다.
- 청원 측은 두나무 법인세가 작년 4326억원에서 올해 약 300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추산을 핵심 근거로 든다.
청원은 왜 3주 만에 5만명을 넘겼나
지난달 21일 조 모 씨가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코인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접수 약 3주 만인 14일 5만1004명의 동의를 얻어 법정 성립 요건인 5만명을 넘겼다. 이 요건을 채우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대상이 되는데, 소득세법과 관련된 사안이라 재정경제기획위원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청원인은 청원 취지에서 "코인 과세가 실제로는 국고를 채우기는커녕 전체 세수를 깎아먹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며 산업 생태계와 과세 인프라 정비를 위한 2년의 유예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 관련 청원이 상임위 회부 요건을 채운 것은 지난 5월 과세 폐지를 요구한 청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두나무 법인세가 4326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은 무엇을 근거로 하나
청원인이 내세운 핵심 근거는 거래소의 법인세 감소다. 청원인은 "두나무는 지난해 약 4326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으나 올해 예상 법인세는 약 300억원 수준으로 9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른 거래소를 더하면 감소폭은 더 벌어지는데, 빗썸은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해 법인세를 낼 상황조차 아니라는 게 청원인의 설명이다.
거래소 이익이 줄면 법인세가 줄고, 반대로 투자자 소득에 새로 세금이 붙으면 개인소득세는 늘어난다. 청원인은 이 둘의 증감폭이 비슷한 수준에 그쳐 정부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세수 증대 효과 없이 투자자들의 반발만 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 자금은 얼마나, 어디로 빠져나갔나
청원인은 웹3 전문 리서치 회사 타이거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5년간 누적 약 700조원의 코인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이 중 지난해 한 해에만 168조원이 이동했고,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 내는 수수료도 연간 5조원에 이른다는 게 인용된 수치다.
이 구조를 보면 돈은 국내 거래소의 이익(법인세 재원)에서 해외 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청원 측은 국내 과세로 자금의 해외 이동이 더 빨라지면 정부가 걷으려던 세금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왜 예정대로 밀어붙이나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검토 여부를 묻는 질의에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과세 인프라가 준비됐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 대해서는 가상자산사업자가 국세청에 제출하는 거래명세서를 통해 세원 포착에 어려움이 없다"며 "해외 거래소 이용자의 경우 해외금융계좌 신고와 국가간 정보교환체계(CARF) 등을 통해 과세자료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외 거래소 이용자를 모두 포착할 수단이 이미 갖춰졌다는 뜻이다.
청원이 상임위로 가면 실제로 무엇이 바뀌나
청원이 상임위에 회부돼도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은 생기지 않는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청원 취지와 정부 입장 등을 검토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만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청원인은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투자자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국내 코인 기업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줄어든 지금 시점에 과세를 시작하는 것은 산업화 시대 자산을 쌓을 기회를 가졌던 중장년층에 비해 청년층에게 불공평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 구조에서 돈과 위험은 실제 어디로 흐르는가
청원과 정부 답변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립은 '과세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비용을 지느냐'로 갈린다. 거래소는 이익 감소로 법인세 부담이 줄고, 투자자는 소득세라는 새 부담을 지며, 국세청은 국내외 거래 정보를 이미 확보했다는 전제로 두 세원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정부는 청원이 다시 5만명을 넘겨 상임위에서 논의되기 전부터 과세 시행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서면답변으로 시행 시점을 다시 못 박았고, 청원은 그 답변과 나란히 상임위로 넘어간다. 바뀐 것은 청원 성립 횟수뿐, 과세 시행 시점은 그대로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 여부와 시기는 국회 심의와 정부 입장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세제 변경이 실제 투자 수익률과 세후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마다 달라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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