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의 가상자산 조사 대상 46명은 자료 제출 전에 정보 제공 사실을 통보받았다. 거래소가 통지 면제의 법적 근거를 요구한 이유와 은닉재산 추적에 생긴 절차의 빈틈을 짚는다.
예보 가상자산 조사 대상자는 왜 자료 제출 전에 통보받았나

은닉재산을 쫓는 쪽은 예보인데, 먼저 움직인 건 통지였다. 조사 대상 46명은 자료가 넘어가기도 전에 정보 제공 사실을 통보받았고, 거래소의 고객 보호 의무와 예보의 추적 업무가 어긋나면서 생긴 틈이었다.
예보 가상자산 조사, 통지 유예가 빠졌다
- 예보는 올해 4월부터 부실 금융기관 관련자 8405명의 가상자산 보유 여부와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 기존 금융거래정보에는 통보를 6개월 미루는 장치가 있지만, 보도 당시 가상자산 정보에는 같은 유예 규정이 없었다.
- 거래소들은 국민신문고 답변만으로 통지 의무가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위의 공식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가상자산 조사에서 왜 알림이 먼저 갔나
거래소에는 정보 제공 사실을 고객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생겼지만, 은닉재산 조사 때 그 통지를 미룰 예외는 마련되지 않았다. 예보가 조사 내용을 먼저 알리지 말라고 요구해도, 거래소는 통지를 생략할 법적 근거부터 필요했다.
매일경제가 전한 박민규 의원실 확보 내용을 보면, 국내 원화 거래소 A사는 예보에 자료를 넘기기 하루 전에 조사 대상자들에게 정보 제공 사실을 알렸다. A사는 예보에 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고객에게 정보 제공 사실을 알렸다.
여기서 사전유출이라는 말은 누군가 몰래 정보를 빼냈다는 장면과 다르다. A사는 통지 방침을 예보에 이메일로 알렸다고 설명했다. 감춰진 일탈보다 공개적으로 예고된 절차가 조사에 위험을 만든 사건에 가깝다.
알림의 순서가 조사의 변수가 됐다.

예보가 찾은 32억 5000만원은 무엇인가
이 조사는 일반 투자자의 코인 거래를 넓게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었다. 부산저축은행 등 부실 금융기관 관련자가 숨긴 재산을 찾아 환수하려는 작업이었다. 예보가 찾으려던 것은 가격 상승의 기회가 아니라 은닉재산의 소재였다.
예보는 지난 2024년 10월 예금자보호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조사 자료를 요구할 근거를 얻었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부실관련자 1만2790명을 추려 잔고 내역 등을 요청했다.
그 결과 925명의 가상자산 보유를 확인했고, 적발 규모는 32억 5000만원 상당이었다. 자료 요구 권한이 실제 자산을 발견하는 데 쓰였다는 기록이다. 다만 적발액을 곧바로 환수 완료액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장부에서 자산을 찾아내는 일과 그 자산을 회수하는 일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예보가 사전통지를 경계한 이유도 이 간격에 있다. 재산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순간, 보유자가 조사 사실을 먼저 알게 되면 추적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신용정보법은 왜 거래소의 선택을 바꿨나
보도는 올해 2월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상자산 거래정보가 개인신용정보에 포함되면서 통지 의무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예보에 자료를 제공하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조사 협조뿐 아니라 고객에게 알릴 책임도 함께 챙겨야 했다.
고객의 눈으로 보면 자신의 거래정보가 다른 기관에 전달됐다는 알림은 정보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절차다. 하지만 은닉재산을 찾는 조사에서는 같은 알림이 조사 대상자에게 대응할 여유를 줄 수 있다. 받는 사람이 같아도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보도에 소개된 다른 정보에는 이미 별도 장치가 있었다. 금융거래정보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통보를 6개월 미룰 수 있고, 건강보험·고용보험 취득정보와 법원 공탁현황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상 통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상자산에는 그런 유예나 예외가 없었다. 정보를 요구하는 권한은 만들어졌는데, 그 권한을 행사할 때 통지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맞춰지지 않은 셈이다. 통지를 할지 말지를 현장에서 고르는 것만으로 풀기 어려운 구조였다.

거래소가 요구한 통지 면제의 법적 근거
예보는 통지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조사 사실을 알게 된 대상자가 다른 지갑이나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옮길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거래소들은 통지하지 않았을 때 자신들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명확한 법령해석을 요구했다.
예보는 금융위에 정식 법령해석을 요청하는 대신 국민신문고 답변을 받아 전달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자료 요구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였다. 거래소들은 이를 통지 면제의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래소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은 고객에게 정보 제공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보장과 다르다. 거래소가 재차 공식 유권해석을 요구한 선택은 조사 협조의 부담보다 통지 생략의 법적 위험을 먼저 해결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예보에는 추적이 어려워질 위험이, 거래소에는 의무를 어겼다는 책임이 걸려 있었다. 예보와 거래소는 각자의 위험을 줄이려 했지만, 통지 처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보도 당시 금융위는 추가 은닉 시 책임을 묻는 의원실 질의에 예보가 답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A거래소 이메일은 동의의 증거가 될 수 있나
A거래소는 통지 방침을 이메일로 보낸 뒤 별도 답변이 없어 예보가 동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의원실에 설명했다. 예보는 사전통지가 조사 업무를 방해할 수 있다고 분명히 알렸다는 입장이다.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부터 설명이 엇갈렸다.
엇갈림은 사후 보고에서도 이어졌다. 예보는 최초 의원실 보고에서 A거래소 자료를 받은 사실이 없고 통지 여부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원실 확인 결과 A거래소는 지난 6월 9일 예보에 사전통지 사실을 알린 상태였다.
예보는 A거래소가 법적 책임 문제 때문에 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처럼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누락 경위를 설명했다. 이는 예보가 제시한 해명이며, 거래소의 요청 경위와 책임이 확정됐다는 결론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연락을 했느냐만이 아니다. 통지를 멈추려면 누구의 어떤 판단이 필요한지 합의돼 있지 않으면, 보낸 이메일도 받은 답변도 상대를 안심시키지 못한다. 기록은 남아도 그 기록이 무엇을 승인했는지는 다시 다투게 된다.
은닉재산 추적의 빈틈에는 시간이 남는다
사전통지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뒤 재산이 실제로 옮겨졌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예보가 제기한 것은 추가 은닉 가능성이다. 이 사건을 이미 특정 금액을 놓친 사고로 단정하면, 밝혀진 절차 문제보다 결론이 앞서 나간다.
그렇다고 위험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산을 추적하는 쪽은 정보를 받아 확인해야 하고, 알림을 받은 쪽은 자신이 조사 대상임을 먼저 알 수 있다. 사전통지가 만든 차이는 우선 돈의 이동이 아니라 정보와 대응 시간의 배분이다.
박민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유출 경위와 책임, 재발 방지 대책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책임 규명과 함께 풀어야 할 질문은 구체적이다. 조사 목적의 자료 제공에서 통지를 유예할 수 있는지, 그 판단을 누가 법적으로 뒷받침하는지다.
은닉재산을 찾는 권한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문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거래소의 통지 책임과 예보의 추적 책임을 조율할 절차가 없으면, 조사 대상자는 예보가 자료를 받기 전에 대응할 시간을 얻는다. 46명이 받은 통지는 그 빈틈이 실제로 작동한 증거다.
이 기사는 은닉 가상자산 조사와 정보 통지 절차를 설명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사전통지만으로 실제 자산 유출이나 특정 거래소의 안전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가상자산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실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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