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국립은행(SNB)은 9월 24일 기준금리를 0%로 묶었다. 같은 날 노르웨이는 4.50%로 올렸지만, 스위스 물가는 8월 0.8%로 목표 범위 0~2% 안이라 움직일 이유가 없다. 프랑이 약해지며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덕에, SNB는 금리를 안 올리고도 환율에서 긴축 효과를 얻고 있다.
노르웨이는 4.50%로 올렸고 스위스는 0%에 멈췄다

노르웨이 금리 인상, 스위스는 0% 동결
- 스위스 물가는 8월 0.8%로 SNB 목표 범위 0~2% 안이라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
- 프랑 약세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금리 인상 효과를 대신하고 있다.
- 1년 전 시장은 마이너스 금리 복귀를 예상했지만 방향은 동결 장기화로 뒤집혔다.
스위스는 왜 혼자 긴축에 안 끼었나
답은 물가 숫자 하나에 있다. 스위스 소비자물가는 8월 0.8%였다. SNB가 잡은 목표 범위는 0~2%다. 범위 한가운데보다도 아래다.
노르웨이가 금리를 올린 날, 스위스가 같이 올리지 않은 건 용기가 아니다. 올릴 명분이 숫자에 없었을 뿐이다.
SNB도 6월 이후 주로 유가 때문에 물가가 더 올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금리가 물가 안정 범위를 지키는 데 적절하고 성장도 받친다고 판단했다.
긴축 물결 속 외톨이라는 그림은 절반만 맞다.

1년 전엔 마이너스 금리 복귀를 걱정했다
SNB가 금리를 0%로 내린 건 2025년 6월 19일이다. 당시 5월 물가는 -0.1%였다. 물가가 뒷걸음질하는 나라였다.
프랑은 실효 기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 있었다. 비싼 프랑이 수입품 값을 눌렀고, 에너지 가격 하락이 거기에 겹쳤다.
ING는 그때 SNB가 9월에 한 번 더 내려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갈 것으로 봤다. 그 예상은 빗나갔다.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시장의 질문은 '언제 더 내리나'가 아니라 '언제까지 묶어 두나'다. 분석가 대부분은 큰 충격이 없으면 내년에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스위스 저물가는 왜 구조적인가
스위스에서 저물가는 사고가 아니라 체질이다. ING 집계로 2009년 이후 197개월 가운데 75개월이 디플레이션이었다. 대략 3개월에 한 달꼴이다.
이유는 프랑이다. 위기가 올 때마다 돈이 안전한 프랑으로 몰리고, 비싸진 프랑은 수입물가를 끌어내린다.
SNB는 이 압력과 싸우려고 2015년 1월 요구불예금 금리를 -0.75%로 내렸다. 마이너스 금리는 2022년 물가가 뛸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니 지금의 0%는 스위스 기준으로 한참 위에 있는 금리다.

프랑 약세가 금리 인상 몫을 어떻게 대신하나
올해는 풍경이 바뀌었다.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의사를 거듭 밝힌 데다 ECB 등이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프랑이 약세로 돌아섰다.
프랑이 약해지면 수입품이 비싸진다. 스위스 물가가 오르는 방향이다. SNB 입장에선 금리를 손대지 않아도 물가가 목표 쪽으로 걸어오는 셈이다.
SNB도 프랑 약세와 유가 상승 때문에 물가가 올해 4분기까지 오르다 내년에 다시 내려갈 것으로 봤다.
그 비용은 수입물가를 떠안는 스위스 소비자가 낸다. 반대로 싼 프랑을 빌려 금리 높은 통화에 투자하는 쪽에는 벌어진 금리 차가 반갑다.

노르웨이 4.50%와 스위스 0%, 격차 4.5%p가 말하는 것
노르웨이는 같은 날 기준금리를 4.50%로 0.25%포인트 올렸다. 5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인상이다. 8월 회의에선 4.25%로 묶었었다.
스위스 0%와 나란히 놓으면 격차가 4.5%p에 이른다. 이웃한 유럽 두 나라가 이만큼 다른 금리를 쓴다.
스웨덴은 1.75%로 동결했지만 올해 안에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4분기 전망치로 1.85%, 내년 1분기 2.07%를 내놨다.
ECB도 6월 금리를 올려 예금금리를 2.25%로 만들었다. 스위스를 뺀 유럽은 이미 올리고 있거나 올릴 준비를 한다.
SNB 손에 남은 두 번째 레버는 무엇인가
SNB는 금리 레버만 쥐고 있지 않다. 성명에서 적절한 통화 여건을 위해 필요하면 외환시장에서 활동할 용의가 있다고 다시 밝혔다.
은행이 맡긴 요구불예금에도 장치가 남아 있다. 일정 한도 넘는 금액엔 정책금리보다 0.25%p 낮은 금리를 매긴다. 마이너스 금리 시절의 유산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다시 꺼지면 SNB가 먼저 꺼낼 카드는 마이너스 금리보다 환율 개입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리는 본다. 0%는 바닥이 아니라 잠가 둔 레버다.
대가도 있다. 개입할수록 외화 자산이 쌓인다. SNB 이사 마르틴은 외화 포지션을 보장하는 자본 비율 90%가 적절하지만 100%였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발언 뒤 달러프랑(USD/CHF)은 0.28% 올라 0.8270을 기록했다.
스위스 동결을 볼 때 무엇이 판을 바꾸나
SNB가 꼽은 최대 위험은 중동이다. 에너지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높으면 물가는 더 오르고 성장은 크게 꺾인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0%를 지탱하던 '목표 범위 안'이라는 전제가 흔들린다. 반대로 유가가 가라앉고 프랑이 다시 강해지면 SNB는 환율 레버를 먼저 꺼낼 것이다.
SNB의 전망은 금리를 계속 0%로 둔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성장률은 올해 1.5~2%, 내년 약 1.5%로 봤다.
스위스 제로금리는 게으름이 아니라 계산이다. 남들이 금리로 하는 일을 스위스는 환율에 맡겨 두고, 금리는 필요할 때를 위해 아껴 둔 것이다.
이 글은 스위스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과 프랑 환율 구조를 설명한 것으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중동 정세·유가·외환 개입에 따라 프랑 가치와 금리 경로는 전망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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