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상원이 18일(현지시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정보의 전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제 이 법안에 최종 서명을 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며, 서명 후 법무부는 해당 자료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번 법안은 초당적 합의를 통해 신속하게 처리되었으며, 하원에서도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유일한 반대표는 공화당의 클레이 히긴스 의원이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달간 엡스타인 문서 공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지난 16일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공화당 의원들에게 법안을 지지할 것을 요청했다. 17일에는 서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엡스타인 사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인은 불과 20%에 그쳤으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8%로 재집권 이래 최저치에 도달했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억만장자 금융인으로, 2019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그의 방대한 인맥과 사생활을 담은 문서에는 여러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그는 엡스타인과 교류가 있었던 인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범죄와 자신 간의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한 지금, 문서의 즉시 공개 여부는 불확실하다. 영국 가디언은 문서 공개가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줄 경우 유예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추가 수사가 문서 공개를 지연시키는 이유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와 인권 단체들은 "정치적 논란을 떠나 인권 문제가 시급하다"며 즉각적인 문서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전날에는 법무부 청사 외벽에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얼굴을 함께 투영하며 '공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러한 공공 압박은 법안의 신속한 이행을 더욱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영미 정치의 복잡한 양상 속에서 엡스타인 사건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예사롭지 않다. 아직까지도 문서 공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법안의 추진 여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후 대응이 정치계의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엡스타인 문서의 공개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