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압도적인 실적 발표에 따라 'AI 거품론'을 잠재운 지 하루 만에, 월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증시의 거품에 대한 우려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유명 투자자와 Fed 이사들의 경고가 연이어 나오면서 시장의 매도세가 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헤지펀드 대부'로 널리 알려진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는 20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시장에 거품이 존재한다"며 "버블은 장기적인 실적보다 투자자들이 현금이 필요하여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시점에 터진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모니터링하는 거품 측정 지표가 이미 1929년 대공황 직전과 2000년 IT 거품 직전 100% 수준에 도달했으며, 현재는 약 80% 수준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그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언급했던 것보다 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달리오는 거품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긴축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부유세 등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서 "버블은 고평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세금, 부채 상환, 유동성 요구 때문에 투자자들이 자산을 현금화할 때 거품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거품 지역에 있지만, 이를 터뜨릴 만한 요인은 아직 없다고 덧붙이며 "현금에 대한 필요가 거품을 터트리는 주요 요소"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는 5% 부유세 도입을 논의 중이며, 최근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조란 맘다니 당선인도 고소득자에게 추가 세금을 부과할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달리오는 "버블이라고 해서 즉시 매도하라는 뜻은 아니다"며 "버블 상황은 지속 불가능하지만, 터지기 전까지는 상당한 상승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리사 쿡 Fed 이사 또한 증시와 일부 자산의 고평가가 뚜렷하다고 발표하였고, 이는 투자자 심리 위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쿡 이사는 워싱턴D.C.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공개연설에서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식, 회사채, 레버리지론 및 주택시장에서 과열 조짐이 감지되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쿡 이사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약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경고가 잇따르자, 뉴욕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결국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특히 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0.84% 하락했으며, S&P500지수는 1.56%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6%나 떨어졌다. 경제 매체 포춘은 "레이 달리오가 시장 랠리를 '거대한 버블'이라고 경고한 후, 엔비디아 주가가 상승세를 반납하고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혼재된 경제 지표와 Fed의 불확실한 행보, 취소된 일자리 보고서, 불확실한 노동시장 흐름 등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