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는 브뤼셀 유럽의회 내에서 판매된 벨기에산 '카르보나라' 소스에 대해 "정통성을 훼손한다"며 강력한 반발을 나타냈다. 해당 제품은 벨기에 식품기업 델라이즈가 제조한 것으로, 전통 카르보나라에 사용할 수 없는 훈제 판체타가 포함되어 있어 논란을 일으켰다.

카르보나라의 전통 조리법은 간단하고도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돼지고기(관찰레), 페코리노 치즈, 그라나 치즈를 달걀노른자와 후추와 혼합하여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벨기에산 소스는 이러한 전통과는 거리가 먼 재료 조합을 포함하고 있어 이탈리아 정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의회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여겨지고 있어 논란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는 해당 제품의 판매와 관련해 즉각적인 조사를 지시하며, "이런 제품들이 유럽의회 슈퍼마켓에 진열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롤로브리지다는 이를 조리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자부심의 문제로 언급하며,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처럼 보이는' 모방 제품들이 정통 요리의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전통 요리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최종 결정은 12월에 내려질 예정이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 로비단체인 콜디레티도 "이탈리아산으로 가장한 가짜 제품들로 인해 매년 약 1200억 유로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모차렐라, 살라미, 모르타델라, 페스토 등 다양한 이탈리아 전통 식품이 아닌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벨기에 업체는 이번 논란에 대한 CNN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유럽의회는 해당 소스가 이미 판매 중지된 사실을 밝혔다. 카르보나라를 둘러싼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으며, 지난해에는 하인즈가 통조림 형태의 '스파게티 카르보나라'를 출시하면서 관찰레 대신 판체타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알베르토 그란디는 "이탈리아 요리는 전통의 산물이 아니라 최근 만들어진 마케팅적 발명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요즘, 이탈리아의 정통성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렇듯 전통 음식을 지키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노력과 외부의 모방 제품들이 맞물려 생기는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