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며, 역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규정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도 EU의 원산지 조건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만큼, 한국을 비롯한 FTA 체결국은 상당한 안도감을 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자동차,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의 전략 산업과 친환경 산업인 풍력 터빈에 대해 공공 조달 및 보조금 지급 시 '역내 제조' 요건을 적용하는 산업 가속화법안(IAA)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기업이 EU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최소한 EU산 부품 비율을 충족해야 하며, 대규모 외국 투자에 대해서는 EU 근로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제조업체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차량 부품의 70%를 EU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EU는 이 법안을 통해 현재 14%인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20%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자동차 산업에서 예상되는 60만 개의 일자리 감소를 막고, 다른 산업부문에서 15만 개의 일자리를 유지 또는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EU의 공공 조달 시장 규모는 전체 경제의 약 14%에 달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침체된 산업을 지원하고 신성장 산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려는 전략이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 및 산업전략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EU가 21세기에 걸맞은 체제로 거듭나기 위해 경제 원칙을 재정립하고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과 불공정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유럽 내 생산에 투입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외 의존도를 낮추며 경제안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AA는 발표 전 많은 논의를 거쳤으며, 회원국 간 찬반 의견이 갈렸다. 독일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보호주의 강화로 인해 교역 상대국의 반발을 우려했으며, 반면 프랑스는 주요 경쟁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EU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유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메이드 인 유럽'의 범위를 두고 심각한 이견이 있었다. 프랑스는 EU 27개국과 단일시장 회원국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으로 원산지 조건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던 반면, 독일 등 일부 북유럽 국가는 영국 등 EU 외 국가라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되면 해당 국가의 제품을 EU산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최종적으로 EU는 FTA 체결국 및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국 중 EU 기업에 시장접근을 보장하는 국가를 상호주의 원칙 아래 EU산과 동등하게 간주하기로 결정했다.

IAA에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관련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글로벌 생산 능력의 40%를 차지하는 국가가 EU 산업에 1억 유로 이상 투자할 시, EU 노동자의 비율을 50% 이상, 외국인 지분을 49% 이하로 제한하며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조항은 유럽에서 단순 조립만 수행하고 자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