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는 80억원에 판 특허를 260억원어치 주식으로 되샀다

손바닥만 한 흰 패치를 배에 붙이면 사흘 반 동안 인슐린이 알아서 몸에 들어간다. 바늘에 연결된 줄을 허리춤의 펌프까지 늘어뜨려야 했던 인슐린 펌프에서 줄을 걷어 낸 물건이다. 이오플로우(294090)의 이오패치다. 2023년 5월 미국 의료기기 회사 메드트로닉은 이 패치를 만드는 회사를 9,710억원에 사겠다고 했다.

지금 이오플로우 주식은 1년 반 넘게 거래가 멈춰 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억원이다. 지난 9월에는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새 최대주주는 자본금 2억원짜리 특허 관리 회사 아이피브이다. 이 회사가 지분 17.17%를 얻으며 내놓은 것은 현금이 아니라 특허다. 2025년 1월 이오플로우가 80억원을 받고 아이피브이에 넘긴 특허를, 이오플로우는 260억원어치 새 주식을 주고 되찾았다.

이오플로우는 법정에서 이겼다. 그런데 이긴 날까지 버틴 값을 핵심 특허와 회사 지분으로 치렀다. 이 회사를 흔든 것은 소송의 결론이 아니었다. 소송이 걸린 시간이었다. 2023년 8월 소장이 접수되고 2026년 5월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10개월 동안, 이오플로우는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썼다.

10월 12일의 정정 공시는 이 거래의 마지막 손질이다. 특허를 받고 내준 새 주식 866만6,666주의 상장일을 10월 16일에서 23일로 옮겼다.

줄 없는 인슐린 펌프를 만든 회사

이오플로우 — 패치를 바꿀 때마다 도판

이오플로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여 년 동안 반도체와 벤처 업계 연구개발을 하던 김재진 대표가 2011년 세웠다. 이오패치는 2017년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고 2021년 4월 국내에 나왔다. 한 번 붙이면 3.5일을 쓰고 떼어 버리는 일회용이다.

이 물건의 돈은 반복에서 나온다. 펌프를 쓰는 당뇨 환자는 사흘 반마다 새 패치를 붙여야 한다. 기계 한 대를 팔고 끝나는 장사가 아니라 소모품을 계속 대는 장사다. 그래서 이오플로우가 먼저 잡으려 한 것은 많이 팔아 줄 손이었다. 2019년 이탈리아 제약사 메나리니와 5년간 1,500억원 규모의 유럽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고, 유럽에서는 메나리니가 자기 브랜드를 붙여 판다.

소모품 장사가 궤도에 오르기 전에 회사의 값이 먼저 뛰었다. 2022년 매출은 약 67억원으로 전년 6억9,270만원에서 열 배 가까이 늘었는데, 회사가 꼽은 이유는 중국 합작사 시노플로우에 넘긴 시범 생산설비와 기술 서비스, 그리고 메나리니로 나간 수출이었다. 이듬해 메드트로닉이 제시한 값은 주당 3만원, 직전 종가보다 19.8% 높은 가격이었다. 매출 수십억원짜리 회사에 1조원 가까운 값을 매긴 것이다. 메드트로닉이 사려던 것은 매출이 아니라 기술과 특허였다.

9,710억원짜리 계약은 7개월 만에 사라졌다

이오플로우 — 기술을 사려던 도판

2023년 8월 3일 미국 인슐렛이 소송을 냈다. 인슐렛은 줄 없는 패치형 인슐린 펌프 옴니팟을 만드는 회사다. 이오플로우가 옴니팟의 설계 파일, 몸에 꽂히는 부드러운 관 기술, 약이 막힌 것을 알아채는 알고리즘 같은 영업비밀을 가져다 썼다는 주장이었다. 미국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이오패치의 미국 판매 길이 막혔고, 이오플로우는 그해 11월 국내 판매와 마케팅까지 멈췄다.

12월 7일 메드트로닉은 계약을 거둬들였다. 공개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지 약 7개월 만이었다. 인슐린 펌프는 특허와 설계 위에 서는 물건이다. 그 설계가 누구 것이냐를 두고 소송이 걸리자, 사는 쪽에게 소송은 값을 깎을 이유가 아니라 거래를 접을 이유가 됐다.

버티는 데 든 값, 80억원과 특허

이오플로우 — 특허를 팔아 도판

2024년 12월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오플로우가 인슐렛에 4억5,200만달러, 약 6,337억원을 물어 줘야 한다고 평결했다. 회사의 살림은 이미 얇아져 있었다. 영업손실은 2022년 343억원, 2023년 394억원, 2024년 610억원으로 불었고, 2022년 말 987억원이던 자본은 2024년 말 54억5,700만원까지 줄었다.

항소할 돈이 필요했다. 2024년 12월 31일 아이피브이라는 법인이 세워졌다. 대표는 미국 특허변호사 심영택 씨다. 그리고 한 달이 안 된 2025년 1월 24일, 이오플로우는 미국 등록 특허와 출원 중인 미국·국제 특허를 이 회사에 넘기고 80억원을 받았다. 2026년 4월 24일까지 260억원을 내면 되사 올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고, 김 대표는 자기 주식 243만5,000주를 담보로 걸었다. 김 대표는 당시 "승소할 경우 앞으로의 사업에 필요한 자산이라 260억에 반드시 되사올 생각"이라고 했다.

형식은 매각이었다. 돈의 모양은 다르다. 15개월 안에 80억원을 260억원으로 갚기로 하고 특허를 맡기고 빌린 돈에 가깝다. 이 회사가 가진 것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것을, 항소 비용을 대려고 저당 잡혔다.

그 뒤로 일은 연달아 터졌다. 2025년 3월 21일 감사인이 2024년 재무제표에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주식 거래가 멈췄다. 4월 1심 최종 판결은 배상액을 5,940만달러로 줄였지만, 영업비밀을 쓴 제품의 개발·생산·판매를 전 세계에서 영구히 막았다. 한국과 유럽의 기존 사용자에게만 한시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고 새 환자는 받을 수 없었다. 이오플로우가 낸 미국 특허출원 권리도 인슐렛에 넘기라는 명령이 함께 나왔다. 2025년 12월에는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이 주당 1,200원에 72억원을 넣어 지분 14.6%로 최대주주가 됐다. 그해 9월 말 회사에 남은 현금성 자산은 19억원이었다.

항소심이 이오플로우 손을 든 이유는 시간이었다

2026년 5월 28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1심을 뒤집었다. 판단의 축은 기술이 누구 것이냐가 아니라 날짜였다. 미국 영업비밀보호법은 침해를 알았거나 알았어야 했던 때부터 3년 안에 소송을 내도록 정해 두었다. 인슐렛은 2018년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이오패치를 봤고, 내부 메일에서 옴니팟과 닮았다고 적었다. 인슐렛 출신 직원이 이오패치 개발에 참여한 사실도 재판에서 드러나 있었다. 항소법원은 인슐렛이 2020년 8월 3일 이전에 이미 알았거나 알았어야 했다고 봤다. 소송은 3년을 넘겨 늦게 들어왔다.

배상과 영구 금지명령은 이 책임 판단 위에 서 있었으니 함께 무너졌다. 사건은 1심 법원으로 돌아갔고, 이오플로우는 6월 23일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법정 밖에서 회사를 2년 넘게 묶어 둔 사슬이 시효 하나로 풀렸다.

끝난 싸움은 아니다. 인슐렛은 7월 항소법원 전원합의체에 다시 심리해 달라고 신청했고, 1심 명령으로 인슐렛에 넘어간 미국 특허출원 하나는 항소심 뒤에도 인슐렛 이름으로 남아 있다. 김 대표는 재심리 신청이 기각돼야 그 출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금 없이 특허와 주식을 맞바꿨다

이오플로우 — 특허를 받고 도판

되살 수 있는 기한 2026년 4월 24일은 항소심 판결보다 한 달 먼저 찾아왔다. 이오플로우가 특허를 되찾는 방법으로 고른 것은 현금이 아니라 새 주식이었다. 7월 29일 이사회는 아이피브이가 가진 특허를 현물로 받고 그 대가로 새 주식을 내주기로 했다. 외부 평가기관은 특허 값을 342억2,583만원으로 매겼고, 회사는 출자 가액을 259억9,999만8,000원으로 정했다. 1년 반 전 약속한 되사기 값 260억원과 같은 크기다.

처음 계획은 주당 6,000원에 433만3,333주였다. 거래가 멈춰 시장 가격이 없으니 주식 값도 평가기관이 매긴다. 처음 평가기관은 주당 6,146원, 나중 평가기관은 3,157원을 내놨고, 최종 조건은 주당 3,000원에 866만6,666주가 됐다. 특허 값은 그대로 두고 주당 가격이 절반이 되니 내준 주식이 두 배가 됐다. 9월 15일 납입이 끝나자 아이피브이의 지분은 17.17%가 됐고, 시타델의 지분은 14.35%에서 11.89%로 내려갔다. 아이피브이는 심영택 대표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다.

이 거래로 회사에 들어온 현금은 없다. 1년 8개월 전 현금 80억원을 낸 쪽이 그 대가로 쥐었던 특허를 돌려주고 회사의 첫째 주인이 됐다. 이오플로우 쪽에서 보면 80억원을 쓴 값이 지분 17%였다. 특허는 돌아왔고, 회사의 맨 앞자리는 넘어갔다.

장부는 조금 나아졌다. 6월 말 자산 310억원에 부채 783억원, 자본은 마이너스 476억원이었다. 특허 260억원이 자산으로 들어오면 단순 계산으로 마이너스 216억원이다. 갚아야 할 빚이 가진 재산보다 많은 상태는 그대로다.

이번에는 이오플로우 쪽 시계가 돈다

이오플로우 — 이제는 매출을 도판

거래소의 기준은 매출이다. 올해 상반기 이오플로우의 별도 매출은 약 2억원, 2분기만 보면 약 1억원이다. 반기 7억원, 분기 3억원에 못 미치면 상장을 유지할 만한 회사인지 따로 심사를 받는데, 두 기준에 모두 걸렸다. 2024년 재무제표는 9월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2025년 재무제표는 여전히 의견거절이고, 올해 반기 재무제표 검토 의견도 의견거절이다.

8월 19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회사가 이의를 신청했고, 10월 8일 코스닥시장위원회가 개선기간을 줬다. 그 기간은 2027년 4월 8일에 끝난다. 그때까지 재무구조와 영업실적을 고쳐 보이지 못하면 거래소는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의한다.

패치 장사의 성질이 여기서 다시 중요해진다. 이오패치는 사흘 반마다 새로 붙여 줄 환자가 있어야 매출이 생긴다. 금지명령 아래 1년 넘게 새 환자를 받지 못했으니,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환자 한 명 한 명을 처음부터 다시 붙여 오는 일이다. 그사이 국내에서는 케어메디와 큐어스트림이 개선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내놓겠다고 나섰다.

이오플로우를 살린 것은 상대의 늦음이었다. 이제 시계는 이오플로우 쪽에서 돌고,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그 시계를 맨 앞자리에서 함께 보는 주주는 2025년 1월 이 회사에 80억원을 건넨 곳이다.

관련 회사 이야기: 돌려받지 못한 빚이 주식으로 바뀌며 주인 명부가 달라지는 회사는 태영건설은 땅 주인 노릇을 하다 무너졌고, 지금 수주 85%가 나라 공사다에서 다뤘다. 회사가 새 주식을 내는 구조는 유상증자 뜻에 정리돼 있다.

근거 자료: DART 공시 목록(이오플로우 [기재정정]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2026-10-12), 2026-10-12 정정 공시 요약(현물출자 가액·발행 조건·상장일), 현물출자 완료·자본잠식·상반기 매출·개선기간(2026-10-12), 7월 29일 현물출자 결의(2026-07-29), 7월 결의 발행 조건(2026-07-29), 아이피브이 지분 17.17% 보고(2026-09-21), 현금 대신 주식으로 특허를 회수한 구조(조선비즈, 2026-08-01),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판결(2026-05-29), 재심리 신청과 인슐렛 명의 특허출원, 특허 환매 조건·시타델 투자·2025년 3분기 재무(2025-12-19), 80억원 매각·260억원 환매 조건·아이피브이 설립(2025-02-04), 유휴자산 매각과 주식 담보(2025-02-13), 1심 영구 금지명령·특허출원 양도·영업손실 추이(2025-04-26), 배심원 평결 공시(2024-12), 메드트로닉 인수 철회(2023-12-07), 메드트로닉 인수 계약(2023-05-26), 2022년 매출(회사 자료, 2023-02-28), 메나리니 유럽 공급 계약.

이 글은 공개 자료에 근거한 사업 해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수치는 본문에 적은 각 시점 기준이다. 원화 환산액은 보도 시점 환율에 따른 것이라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2025년 1월 아이피브이에 넘긴 자산은 매각 당시 공시에서 유휴자산으로만 표시됐고, 이후 보도에서 미국 등록·출원 특허와 국제특허출원으로 확인됐다. 인슐렛 소송은 환송 뒤 절차와 재심리 신청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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