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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엑스알로보틱스는 레미콘 그룹의 로봇 회사인데 물류 매출 94.6%가 쿠팡이었다

서학개미 투자포럼

티엑스알로보틱스는 레미콘 그룹의 로봇 회사인데 물류 매출 94.6%가 쿠팡이었다

쿠팡에서 주문한 상자는 문 앞에 닿기 전에 물류센터 컨베이어 위에서 몇 번 길을 바꾼다. 벨트 사이에 촘촘히 박힌 작은 바퀴들이 한꺼번에 고개를 틀면 상자는 옆 라인으로 미끄러져 나간다. 이 장치가 휠소터다. 쿠팡 물류센터에 이 바퀴 분류기를 가장 많이 깐 회사로 꼽히는 곳이 티엑스알로보틱스(484810)다.

회사의 주인은 레미콘과 건자재로 큰 유진그룹이다. 2021년 유진이 사들일 때 이름은 태성시스템이었고, 2025년 3월 코스닥에 오를 때는 이름에 로봇을 달고 있었다. 상장 직전 장부의 무게중심은 이름과 다른 곳에 있었다. 2024년 1~9월 물류사업 부문 매출 276억원 가운데 94.6%를 쿠팡 한 곳이 냈다.

티엑스알로보틱스의 급소는 로봇 기술이 아니다. 쿠팡이 창고 바닥을 언제 까느냐다. 이 회사는 쿠팡이 물류센터를 넓힐 때 바닥에 바퀴를 깔아 주며 컸고, 깔 바닥이 줄어든 해에 적자로 돌아섰다. 로봇이라는 이름은 지금의 사업이 아니라 회사가 가겠다고 정한 방향이다.

10월 12일 회사는 30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내기로 했다. 이자는 붙지 않는다. 쓸 곳으로는 기계·시설 장치, 상자 속 낱개 물건을 집는 로봇, 해외 법인을 적었다. 바퀴로 상자를 나누던 회사가 이번에는 상자 안으로 손을 넣겠다며 돈을 빌린다.

레미콘 회사가 사 온 분류기 회사

티엑스알로보틱스 — 레미콘 그룹이 사 온 분류기 도판

태성시스템은 2017년 7월 출발한 물류 자동화 설비 회사다. 휠소터와 컨베이어를 만들어 택배·유통 회사의 분류 센터에 깔았다. 2019~2023년 매출은 연평균 30.4%씩 불었고 영업이익률은 20.6%였다. 쇠와 모터를 짜 맞추는 설비 회사로는 많이 남기는 장사였다.

2021년 8월 유진그룹이 550억원을 넣어 이 회사를 가졌다. 유진기업의 100% 자회사 유진로지스틱스가 200억원으로 보통주를 샀고, 나머지 350억원은 재무적 투자자인 유진프라이빗에쿼티 쪽이 우선주로 넣었다. 물류 사업을 키우겠다는 인수였다. 유진의 본업인 레미콘은 콘크리트를 섞어 건설 현장에 실어 나르는 일이라 건설 경기를 그대로 탄다. 건설이 얼어붙은 뒤 그룹이 새 돌파구로 내세운 곳이 이 회사다.

로봇은 그다음에 붙었다. 태성시스템은 2022년 로봇 자동화 회사 로탈의 지분 74.21%를 163억원에 샀고, 2024년 2월 나머지 25.79%를 80억원에 마저 사들인 뒤 그해 6월 흡수합병했다. 7월에는 이름을 TXR로보틱스로 바꿨고, 삼성SDS 물류지능화그룹장을 지낸 엄인섭 대표가 취임했다. 2025년 3월 20일의 상장은 유진그룹에서 14년 만에 나온 계열사 상장이었다.

바퀴가 상자의 길을 고른다

티엑스알로보틱스 — 바퀴가 상자의 길을 고른다 도판

휠소터는 컨베이어 사이사이에 작은 바퀴를 줄지어 박은 장치다. 상자가 지나가는 순간 바퀴들이 30~90도로 방향을 틀어 상자를 정해진 출구로 밀어 보낸다. 50g짜리 봉투부터 30kg짜리 상자까지 한 지점에서 최대 6갈래로 나누고, 시간당 6,000~8,000개를 처리한다. 사람이 상자를 들어 옮기던 일을 바닥이 대신한다.

쿠팡에 이 장치를 넣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유진이 회사를 산 해다. 증권가는 그 뒤 쿠팡 물류센터에 깔린 휠소터의 70% 이상이 이 회사 제품이라고 본다. CJ대한통운, 우체국 택배 같은 일감도 했지만 물류 장부를 채운 손님은 사실상 쿠팡 한 곳이었다.

매출은 쿠팡의 확장과 함께 뛰었다. 2024년 매출은 572억원으로 1년 새 72% 늘었다. 이 장사의 성격은 구독이 아니라 공사다. 휠소터는 매달 돈이 들어오는 상품이 아니고, 새 창고나 새 라인이 생길 때 한 번 팔린다. 그래서 이 회사의 다음 해 매출은 쿠팡의 다음 해 설비 계획에 묶인다. 쿠팡이 2025년부터 2년 동안 물류에 2조4,000억원을 더 쓰겠다고 한 것이 상장 때 회사가 내건 자신감의 바탕이었다.

로봇이라는 이름에 붙은 값

티엑스알로보틱스 — 이름은 로봇, 일감은 큰 고객 도판

상장할 때 회사는 몸값을 이익이 아니라 매출에 견줘 매겼다. 매출 1원에 기업가치를 몇 원 쳐주느냐로 따지는 방식이다. 비교 대상으로 고른 회사들의 평균은 로봇이 12.56배, 물류가 1.48배였다. 같은 1원의 매출이라도 로봇에서 났다고 하면 8배 넘게 쳐준다. 두 부문의 비중을 가중해 몸값을 냈으니, 로봇 매출 비중이 클수록 몸값이 올라가는 계산이었다.

그 비중은 빠르게 커졌다. 로봇 자동화 매출은 2022년 37억원으로 전체의 14.2%였는데, 2024년 1~9월에는 137억원으로 33.2%가 됐다. 공장 안에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자율이동로봇(AMR)과 공장 자동화 설비를 파는 부문이다. 그런데 이쪽 손님도 한 곳에 몰려 있었다. 로봇 매출의 90.3%가 에코프로에이치엔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와 LG이노텍에도 납품했지만 몫은 작았다.

물류는 쿠팡, 로봇은 에코프로에이치엔. 두 부문 모두 손님 하나가 장부의 대부분을 쥐고 있었다. 이 회사를 로봇 회사로 부르든 물류 회사로 부르든, 매출이 정해지는 방식은 같다. 큰 손님 한 곳이 다음 공장, 다음 창고를 짓기로 하는 날 매출이 생긴다.

깔 바닥이 줄어든 해

티엑스알로보틱스 — 깔 바닥이 줄어든 해 도판

2025년에는 깔 바닥이 줄었다. 매출은 566억원으로 1% 줄었고, 전년 53억원이던 영업이익은 8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상반기만 떼어 보면 매출이 165억원으로 28.9% 줄었다. 휠소터를 비롯한 물류 자동화 매출이 줄었고, 공장 자동화와 자율이동로봇 수주도 부진했다. 회사도 상장 서류를 고쳐 내면서 국내 물류센터 공급이 넘친다고 인정했다.

매출이 줄 때 비용은 반대로 갔다. 상장을 치르고 신사업 조직을 늘리면서 그해 상반기 판매관리비가 1년 전보다 54.9% 늘었고 인건비는 52.0% 늘었다. 연간 순손실은 153억원이었다. 회사는 영업권 손상 같은 일회성 영업외 비용을 이유로 들었다. 영업권은 다른 회사를 사들이며 장부값보다 더 얹어 준 값이다. 그 값을 장부에서 깎았다. 2025년 말 자본은 553억원이 남았다.

올해는 매출이 돌아오고 있다. 1분기 매출이 1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3.4%, 2분기는 101억원으로 8.9% 늘었다. 영업손실은 1분기 12억원, 2분기 16억원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티엑스알로보틱스는 로봇 회사의 비용을 쓰면서 설비 공사 회사의 매출로 버틴다.

이자 0원짜리 300억원이 사려는 것

티엑스알로보틱스 — 다음 일감은 상자 안에 도판

10월 12일 결정한 전환사채는 300억원, 이자율은 0%다. 36개 펀드가 나눠 맡는다.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2027년 10월 20일부터 1주당 15,633원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기준 주가에 30%를 얹은 값이다. 전부 바꾸면 191만9,017주가 새로 생기는데, 지금 주식 1,545만주의 12.42%다. 이자가 0원이니 투자자에게 남는 몫은 주식으로 바꿀 때의 차익뿐이고, 그 기대가 어긋나면 2029년 4월 20일부터 3개월마다 원금을 돌려 달라고 할 수 있다.

돈이 갈 곳은 공시에 적혀 있다. 200억원은 2027~2029년 기계장치와 시설장치에 들어간다. 100억원은 차세대 로봇 연구와 해외 진출 몫이다. 연구 항목 맨 앞에 랜덤 피스피킹이 있다. 상자째 나누는 일이 아니라, 상자 안에 뒤섞인 물건을 로봇 팔이 하나씩 집어 내는 일이다. 휠소터는 상자 겉만 보고 길을 정하면 됐지만, 피스피킹은 물건 하나하나를 알아봐야 한다. 회사는 상장 때부터 카메라로 물건을 알아보는 비전 AI를 이 로봇에 붙이겠다고 했다.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 뒤에 적혔다.

해외 몫에는 법인 설립과 인허가, 초기 운영 자금이 들어 있다. 상장 때 회사는 2024년 1~9월 0.5%이던 수출 비중을 2026년 10%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그 목표를 위한 법인 설립 비용이 2026년 10월의 자금 계획에 새로 적혔다. 해외는 아직 계획표 위에 있다. 300억원은 2025년 말 자본 553억원의 절반을 넘는 크기다.

바퀴는 상자마다 갈 길을 골라 줬지만, 이 회사가 받을 일감이 어디서 올지는 고르지 못했다. 이자 한 푼 없이 빌린 300억원은 그 선택권을 사는 값이다.

관련 회사 이야기: 물건을 받는 쪽의 창고와 배송을 파고든 회사는 블루엠텍은 병원 주문몰에 냉장 배송과 제약사 영업을 붙였다에서 다뤘다.

근거 자료: DART 공시 목록(티엑스알로보틱스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 2026-10-12), 300억원 사모 전환사채 발행 결정(2026-10-12 공시), 쿠팡 매출 비중·부문별 매출·에코프로에이치엔·물류센터 공급 과잉(2025-02-13), 공모가 산정 방식·비교기업 배수·고객(2025-02-27), 제품·고객·비전 AI 계획(2025-02-27), 로탈 인수·합병, 사명 변경, 유진 인수 구조(2024-08-27), 유진로지스틱스 지분 매입·2021년 인수·태성시스템 실적(2024-05-10), 유진그룹과 상장 배경(2025-02-21), 공모 개요(2025-03-09), 휠소터 사양·쿠팡 공급 시작 연도(2025-04-17), 2025년 상반기 실적(2025-08-29), 2025년 실적(2026-02-11 공시), 실적 변동 요인, 2026년 분기 실적, 회사 연혁.

이 글은 공개 자료에 근거한 사업 해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수치는 본문에 적은 각 시점 기준이다. 2024~2026년 실적은 별도 기준이다. 쿠팡 물류센터 휠소터 점유율 70% 이상은 증권사 추정이고, 쿠팡·에코프로에이치엔 비중은 2024년 1~9월 부문별 집계다. 2026년 2분기 실적은 상반기 누적에서 1분기를 뺀 값이다.

티엑스알로보틱스는 레미콘 그룹의 로봇 회사인데 물류 매출 94.6%가 쿠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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