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프에스티 펠리클, 보호막 붙이는 기계까지 만든다

서학개미 투자포럼 편집팀 ·
에프에스티 펠리클, 보호막 붙이는 기계까지 만든다

휴대전화에 보호필름을 붙이다 먼지 하나가 들어가면 다시 떼고 싶어진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회로를 찍는 원판을 먼지로부터 지키려고 얇은 막을 씌운다. 이 막은 원판에 밀착시키는 휴대전화 필름과 달리, 테두리 위에 띄워 놓는다. 막을 잘 만드는 일에 더해, 망가뜨리지 않고 제자리에 붙이는 일도 필요하다.

에프에스티(036810)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사업으로 삼은 회사다. 2026년 9월 30일 자기주식처분결과보고서가 나온 이 회사를 이해하려면, 주식 거래보다 먼저 보호막과 그 옆의 기계를 봐야 한다. 에프에스티가 넓혀 온 시장은 막의 면적이 아니라, 그 막을 공장에서 쓰기 위해 필요한 작업들이다.

먼지를 막되 빛은 보내야 하는 막

에프에스티의 펠리클은 반도체 회로 원판인 포토마스크를 보호한다. 빛으로 회로 모양을 옮기는 동안 원판 표면에 이물질이 닿지 않게 막과 프레임을 올린다. 덮개라고 두껍게 만들 수는 없다. 빛이 잘 지나가야 하고, 얇게 만들었다고 쉽게 찢어져서도 안 된다. 고객이 사는 것은 필름 한 장의 넓이보다 오염 때문에 생산을 망칠 가능성을 줄이는 성능이다.

1987년 화인반도체기술로 출발한 회사는 이듬해 펠리클 국내생산에 성공했다. 1993년에는 KrF용, 1999년에는 ArF용을 개발했다. 회로를 찍는 빛이 바뀔 때마다 그 빛에 맞는 보호막을 개발해 온 역사다. 낡은 제품의 크기만 바꿔 다음 공정에 납품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현재 ArF 액침 노광용 제품 사양에는 막 두께 0.28마이크로미터와 193나노미터 파장에서의 투과율 99% 이상이 함께 적혀 있다. 얇음과 빛의 통과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펠리클의 가격표 뒤에는 소재를 고르고 막을 입히고 테두리에 붙이는 공정이 겹쳐 있다.

에프에스티(036810) — 먼지는 막고 빛은 보낸다 도판

얇은 막을 붙이는 손이 장비가 됐다

에프에스티는 2019년 EUV 펠리클을 자동으로 붙이고 떼는 장비 개발에 들어갔다. 더 미세한 회로를 찍는 극자외선 공정에서 쓰는 막을 다루는 기계다. 2021년 1분기에 시제품을 만들고 2분기에 실제 샘플 평가를 마쳤다. 이름은 EPMD다. 보호막을 공급하던 회사가 고객의 장착 작업까지 제품으로 만든 사례다.

이 기계가 관리하는 것은 단순한 위치가 아니다. 접착제의 양과 가열 온도, 누르는 압력을 제어하고 막의 파손을 막는 기능을 갖춘다. 막이 아무리 좋아도 붙이는 과정에서 손상되면 고객은 쓸 수 없다. 소재의 성능과 장착의 성공 사이에 별도의 돈 받을 일이 생긴다.

2021년에 공개한 장비는 고정용 부품을 붙이는 부분, 막을 탈부착하는 부분, 고정용 부품을 떼는 부분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묶었다. 고객 필요에 따라 각 부분을 따로 운용할 수도 있도록 했다. 하나의 기계를 정해 놓고 고객에게 맞추라고 하는 대신, 고객 작업에 따라 장비 구성을 달리할 여지를 둔 것이다. 이 회사의 확장은 보호막 판매량만 늘리는 방식과 여기서 갈라진다.

에프에스티(036810) — 붙이는 일도 장비의 몫 도판

보호막을 담는 상자를 검사하는 장비도 만든다

에프에스티의 검사 장비는 보호막에서 멈추지 않는다. 막과 프레임, 마스크를 살피는 장비 옆에 마스크 운반 용기를 검사하는 장비가 있다. 깨끗한 물건을 만들었어도 담아 나르는 상자가 오염돼 있으면 다시 문제가 생긴다. 고객의 생산 과정에서 검사해야 할 범위가 제품 바깥으로 이어진다.

EPODIS라는 장비는 운반 용기 안쪽의 바닥판과 덮개에서 이물질과 도금 결함 등을 살핀다. 안쪽 용기의 평행 상태를 재고 질소를 불어 이물질을 없애는 기능도 갖춘다. 고객은 이런 검사를 할 장비를 구입한다. 반도체 회사가 해결해야 하는 청정 관리의 문제가 에프에스티에는 또 하나의 장비 품목이 된다.

2026년 회사 자료가 보여 주는 공정도에서도 용기 검사, 막의 검사, 탈부착이 마스크와 웨이퍼 공정의 경로를 따라 놓여 있다. 보호막 한 장만 보면 소재 회사가 보인다. 그 막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가면 여러 작업을 맡으려는 장비 회사가 나타난다.

에프에스티(036810) — 담아 나르는 상자도 검사한다 도판

칠러도 고객 공장의 조건을 지키는 장사다

에프에스티는 1998년 열전 방식 칠러도 개발했다. 펠리클이 먼지가 닿는 자리를 관리한다면, 칠러는 반도체 제조장비의 온도를 관리한다. 얇은 막과 냉각장비는 생김새도 작동 방식도 다르지만, 고객이 원하는 공정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은 닮았다. 칠러를 펠리클 제조에만 쓰는 부속품으로 보면 이 회사의 사업 범위를 놓친다.

열전 칠러의 제품 사양에는 섭씨 ±0.01도의 온도 제어와 빠른 응답이 들어간다. 극저온 칠러에서는 결로와 동결 방지,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앞에 나온다. 차갑게 만드는 것과 정해진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다른 주문이다. 장비를 사는 고객은 최고 성능 숫자뿐 아니라 생산 중 그 조건이 계속 유지되는 데 돈을 쓴다.

해외 거점의 역할도 이 대목과 연결된다. 중국 시안·우시와 미국의 종속회사는 칠러 품질보증과 수리 용역을 주사업으로 한다. 장비를 국경 밖으로 보내는 데서 거래가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고객 공장 가까이에서 고치고 유지하는 일이 뒤따른다. 소재를 공급하고 장비를 놓고 고장을 돌보는 각각의 접점이 생긴다.

에프에스티(036810) — 공장의 온도도 지킨다 도판

장비의 확장과 새 보호막의 개발은 다른 진도다

에프에스티의 EUV 펠리클은 2026년 10월 1일 확인한 공식 제품 페이지에서 개발 중으로 표시돼 있다. 2026년 IR 자료도 탄소나노튜브 기반 보호막과 자동화 제조 공정을 개발 항목으로 다룬다. 탈부착·검사 장비를 갖췄다는 사실을 새 보호막의 양산 성공으로 바꾸면 사업의 서로 다른 진도를 한데 섞게 된다.

매출의 분류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약 1,589억원이며, 재료가 약 1,048억원, 장비가 약 529억원이다. 이는 회사가 구분한 재료와 장비 매출이지 EUV 보호막과 EUV 장비의 매출표가 아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장비는 미래 제품 소개란에만 있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회사 매출의 한 축이다.

이 회사를 읽는 중심에는 새 막의 성능과 함께 그 막이 고객 공정에 들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더 좋은 재료를 만드는 경쟁 옆에서, 그 재료를 안심하고 쓰게 만드는 경쟁도 벌어진다. 보호막의 두께는 얇아져도, 고객이 그 막을 쓰기 위해 사야 하는 일은 얇아지지 않는다.

함께 읽기: HPSP는 반도체를 굽는 대신 누르는 장비 하나로 컸다

자료: 에프에스티 연혁 · 펠리클 구조 · 반도체 펠리클 사양 · 2021년 장비 개발 기록 · 탈부착·검사 장비 · 칠러 사양 · 2026년 반기보고서 · 2026년 IR 자료. 제품 페이지 확인일 2026년 10월 1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 구조를 해석한 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개발 제품의 일정과 실제 사업 성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뉴스, 텔레그램에서도 만나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 보세요댓글 쓰기

함께 보기

국내뉴스 최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