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가 이란 중앙은행 연계 지갑의 USDT 3억 4,420만 달러를 동결했다. 이란이 USDT를 달러 금고로 쓴 이유와 발행사의 동결 권한이 국내 투자자 지갑에도 닿는 구조를 짚는다.
테더, 이란 중앙은행 3억 4,420만 달러 동결…발행사 권한은 어디까지

이란에게 USDT는 송금 수단이자 달러 금고다. 미국 상원 보고서는 이란 테러자금 연루 지갑 757개 중 87%가 USDT를 주로 썼다고 밝혔다. 이란 중앙은행 연계 지갑에는 3억 4,420만 달러어치가 2년 넘게 거의 움직이지 않고 쌓여 있었다. 그 금고를 테더가 한 번에 얼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의 핵심이고, 같은 권한은 USDT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닿는다.
테더 USDT 동결, 이란의 3억 달러가 묶였다
- 이란 테러자금 연루 지갑 757개 중 87%가 USDT를 주로 썼다.
- 이란 중앙은행 연계 지갑은 USDT를 결제가 아니라 준비금처럼 쌓아 뒀고, 3억 4,420만 달러가 동결됐다.
- 재무부 제재 문서의 'Aban Tether'는 발행사 테더와 다른 이란 거래소다.
이란은 USDT를 어떻게 쓰나, 테러자금 지갑 87%의 선택
스위프트(SWIFT)에서 끊긴 나라가 달러를 쓰려면 달러처럼 움직이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란이 고른 것이 테더(Tether)의 USDT다.
미국 상원 상설조사소위(PSI) 민주당 간사 리처드 블루멘솔 의원 쪽 조사팀은 제재 대상이거나 이란과 연계된 지갑 846개의 거래 기록을 뜯어봤다.
그중 이란 테러자금조달에 연루된 지갑이 757개였고, 이 가운데 87%가 거래 대부분을 USDT로 처리했다. 비트코인도 이더리움도 아니었다.
블루멘솔은 법무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제재법과 은행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화살이 이란이 아니라 발행사 테더를 향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이 달러에 묶여 있어 환차손 걱정이 없고,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지갑에서 지갑으로 건너간다.

이란 중앙은행 지갑은 왜 3억 달러를 움직이지 않았나
이란 중앙은행 지갑은 USDT로 결제를 하지 않았다. 그냥 쌓아 뒀다.
2026년 4월 24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란 중앙은행(Bank Markazi) 소유로 지목된 지갑 2곳을 제재했다. 테더는 당국과 맞춰 3억 4,420만 달러어치 USDT를 얼렸다.
이 지갑들은 2021년 3월부터 약 3억 7천만 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2023년 말 이후로는 대부분 잠들어 있었다.
OFAC는 이를 국가 차원의 준비금 비축으로 봤다. 달러 예금 계좌를 열 수 없는 중앙은행이 USDT를 외환보유고의 대용품으로 쓴 것이다.
금고로 쓴 탓에 치명적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돈은 추적하기 쉽고, 발행사가 그 주소를 막으면 금고 전체가 한 번에 잠긴다.

재무부 제재 문서에 '테더'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2026년 8월 7일 미국 재무부 제재 보도자료를 끝까지 읽어도 발행사 테더의 이름은 없다. 나오는 것은 'Aban Tether'라는 이란 거래소다.
하나는 전 세계에 USDT를 찍어내는 발행사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만 비슷한 이란 현지 플랫폼이다. 헤드라인만 훑으면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진다.
Aban Tether가 테더사와 어떤 관계인지는 재무부 문서에 설명이 없다. 그래서 '테더가 제재받았다'고 읽으면 틀린다.
정확한 그림은 이렇다. 상원 민주당은 테더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정부가 실제로 제재한 쪽은 이란 안의 거래소들이다.

IRGC 돈은 어떤 길로 도는가, 이란 거래소 4곳과 도박 세탁망
같은 8월 7일 재무부는 이란 거래소 Nobitex·Wallex·Bitpin·Ramzinex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연계로 제재했다.
도박 자금세탁망 Shelbit Exchange도 명단에 올랐다. IRGC 소유 주소가 Shelbit로 100만 달러 이상을 보냈고, 200만 달러 이상을 되돌려받았다.
보낸 것보다 많이 돌아왔다. 도박판이 세탁기 노릇을 하며 출처가 흐려진 돈을 다시 내보낸 구조로 읽힌다.
경로를 한 줄로 그리면 이렇다. 국가 기관 지갑에서 현지 거래소와 세탁망을 거쳐 USDT로 바뀌고, 그 USDT가 국경 밖으로 나간다.

테더가 같은 날 5억 5천만 달러 동결을 꺼낸 이유
보고서가 나온 9월 28일, 테더는 지난 1년 동안 이란 연계 USDT 5억 5천만 달러 동결을 도왔다고 발표했다.
우연한 타이밍이 아니다. 블루멘솔 의원실은 2026년 6월 4일에 이미 테더의 이란 그림자 금융 역할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 조사의 결과물이다.
테더의 방어 논리는 '우리가 막고 있다'다. 상원 보고서의 논리는 '막기 전에 이미 흘렀다'다.
두 주장은 같은 사실을 가리킨다. 테더는 원하면 특정 지갑의 USDT를 멈출 수 있다. 쟁점은 그 버튼을 언제 누르느냐다.
동결 버튼은 누구의 지갑까지 닿나
이란 중앙은행의 금고를 잠근 권한은 이란에게만 있는 기능이 아니다. USDT라는 상품에 처음부터 들어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 USDT는 해외 거래소를 오갈 때 쓰는 다리다. 김치프리미엄을 노리는 차익거래에서도 가장 흔한 통로다.
그 지갑이 나중에 제재 주소와 거래한 이력으로 지목되면, 보유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자산이 멈출 수 있다. 확률은 낮지만 한 번 걸리면 전부다.
이번 보고서가 드러낸 것은 이란의 약점만이 아니다. 달러 없는 달러를 약속한 USDT가, 결국 미국 정부의 요청 한 통에 멈추는 달러라는 사실이다.
제재를 피하려고 USDT를 고른 이란이 바로 그 USDT에서 3억 달러 넘게 잃었다. 탈중앙의 얼굴을 한 가장 중앙집중적인 돈, 그게 USDT의 정체다.
이 글은 USDT와 테더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특정 지갑을 동결할 수 있고, 제재·규제 조치에 따라 자산이 묶일 수 있습니다. 거래소·지갑 선택과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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