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에서 국내 자동차부품 기업 41곳이 북미 완성차·1차 협력사 32곳과 198건을 상담했지만, 이 숫자는 계약이 아니라 1대1 상담 건수다. 북미 공급망의 문을 여는 열쇠는 싼 단가가 아니었다. GM은 AI 활용과 공정 자동화를, 스텔란티스는 개발 초기부터 함께할 역량을 요구했고, 관세 15% 아래에서는 현지 공장 유무가 승부를 가른다.
GM 신규 공급사 선정, 한국 부품사에 단가보다 공정 자동화를 물었다

뉴스 핵심
- 198건은 계약이 아니라 41개 국내 부품사가 32개 완성차·협력사와 나눈 1대1 상담 건수다.
- GM은 신규 공급사를 고를 때 AI 활용과 생산공정 자동화 수준을 주요 평가 요소로 꼽았다.
- 관세 15%와 미국 조립 상쇄 제도 아래에서는 북미 현지 공장을 가진 부품사가 유리한 위치에 선다.
198건은 계약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198건은 계약서가 아니라 명함 교환에 가깝다. 10월 13일 디트로이트에서 국내 부품사 41곳이 완성차와 1차 협력사 32곳을 상대로 마주 앉은 1대1 상담 횟수다.
상담은 공급사가 되는 긴 과정의 첫 장이다. 완성차가 새 부품사를 들이려면 평가와 시험을 거쳐야 하고, 그 끝에 가서야 납품 계약이 나온다.
그래서 이 행사에서 건질 것은 건수가 아니다. 북미 구매 담당자들이 한국 부품사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가 진짜 재료다.
상담 상대에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Ford),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모두 있었다. 미국 완성차 3강이 한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셈이다.

GM은 왜 단가보다 자동화를 먼저 물었나
부품 수출이라고 하면 보통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를 떠올린다. GM이 신규 공급사 선정의 주요 평가 요소로 꼽은 것은 달랐다. 인공지능(AI) 활용과 생산공정 자동화 수준이었다.
이 기준은 공장 안을 들여다보겠다는 말이다. 사람 손에 기대는 라인은 물량이 몰리거나 숙련공이 빠질 때 품질이 흔들린다. 자동화된 라인은 같은 부품을 같은 품질로 계속 찍어 낸다.
완성차 입장에서 부품 하나가 늦으면 조립 라인 전체가 선다.
GM의 요구는 단가 경쟁을 공정 경쟁으로 바꾼다. 한국 중소 부품사에게 이 관문은 영업 자료가 아니라 설비 투자로 넘어야 하는 문이다.

스텔란티스가 찾는 '개발 초기 협력사'는 어떤 회사인가
스텔란티스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할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찾았다. 완성된 도면을 받아 견적을 내는 회사가 아니라, 차를 설계할 때 옆자리에 앉을 회사를 원한 것이다.
이런 자리는 한번 들어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설계 단계에서 들어간 부품은 그 차종이 단종될 때까지 같은 회사가 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문턱은 더 높다. 연구 인력과 시제품 대응 능력이 있어야 하고, 현지 엔지니어와 자주 만나야 한다. 상담 한 번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역량이다.

디트로이트에 반년 사이 세 번 간 이유, 관세 15%
코트라는 올해 디트로이트에서만 세 번 판을 깔았다. 4월 21일 행사에는 국내 부품사 45곳과 GM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 40곳이 모였고, 관세 법률 자문도 함께 열렸다.
7월 14~16일에는 포드와 스텔란티스 행사에 52개 부품사가 갔다. 그중 44곳이 현대차·기아 협력사였다.
같은 도시를 반복해서 찾는 이유는 관세에 있다. 미국은 한국산 승용차·경트럭·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맞추고 2025년 11월 1일로 소급했다.
관세 장벽이 생긴 뒤에는 한 번 가서 명함을 돌리는 방식으로 부족해졌다. 반복 방문은 그만큼 문이 좁아졌다는 신호로 읽는 게 맞다.
포드가 말한 USMCA 공장, 부품사를 두 부류로 가른다
포드는 7월 행사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역내에 생산공장을 가진 기업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국내 보도는 관세와 전기차 전환, 현지화로 자동차부품 수출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제도도 현지 조달 쪽으로 기울어 있다. 232조 부품 관세에는 미국에서 조립한 완성차에 대한 상쇄 장치가 있다. 2026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는 권장소비자가격의 2.5%다.
결과는 두 갈래다.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 배로 보내는 부품사는 관세를 얹고 경쟁한다. 북미에 공장을 둔 부품사는 그 부담 밖에서 출발한다.
금속가공부터 버스바까지, 수요 품목이 가리키는 곳은 어디인가
조달 수요가 높다고 꼽힌 품목은 네 갈래다. 프레스 성형·단조·주조 같은 금속가공, 구동계와 전기 구동축 같은 파워트레인, 차체·섀시, 그리고 와이어 하네스·커넥터·버스바 같은 전장부품이다.
버스바는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사이로 큰 전류를 나르는 금속 막대다. 전기 구동축과 함께 이 목록에 들어 있다는 것은 북미 완성차가 전동화 부품 공급선을 새로 짜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상장 부품주를 보는 독자라면 순서를 지켜야 한다. 이번 198건은 수주 공시가 아니고, 참가 41곳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 실적으로 이어졌는지는 이후 공급계약 공시가 말해 준다.
경남 7개사와 대전 3개사 등 지역 부품사 10곳은 애틀랜타와 토론토까지 무역사절단으로 이어 갔다. 문을 두드리는 쪽은 부지런하다.
우리가 보는 결론은 이렇다. 북미 공급망의 입장권은 이제 가격표가 아니라 공장 그 자체다. 자동화된 라인과 설계 대응력, 그리고 관세 밖에 선 생산 거점을 갖춘 부품사만이 상담을 계약으로 바꿀 것이다.
이 글은 수출 상담회의 의미를 해설한 것으로 특정 자동차부품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상담은 수주가 아니며 관세 정책과 완성차 조달 방침은 바뀔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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