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스템 반도체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도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정한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지키기 위해 후속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대만과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내 생산량에 비례한 무관세 쿼터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특히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특성을 고려하여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장상식 원장은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스템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이 대만처럼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수량을 기준으로 관세 혜택을 설정한다면,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시스템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지만, 물량은 적어 관세 기준이 물량에 의존한다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현지 투자 압박에 대비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의 최적 비율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를 한 만큼, 현지 투자가 가능하다면 더 낮은 관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한국 내 생산비용이 훨씬 높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가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에 활용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에도 기업들과 정부 간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통제 방식과 운영자 참여 방안 등을 검토 중이며, 상업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원칙이 강조되며 갈등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반도체 협상에서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이 최근 발표한 포고문에서 언급된 관세 부과 예외 조항이 한국 반도체에도 적용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다. 미국은 특정 첨단 반도체와 파생 제품이 미국의 기술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지 않는 경우 25% 종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명시하였다. 둘째, 미국의 통상 규제가 반도체 우회 수출에까지 적용될 것인지 여부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만 및 말레이시아 같은 제3국을 활용한 반도체 공급망 거버넌스가 점차 강화될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할 AI 반도체 칩의 적용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 수입된 AI 반도체 칩이 중국 등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경우에 대한 통제가 어떻게 이뤄질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수입 목적이 재수출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관세 부과의 공정성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맞춤형 반도체 협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며, 이는 한국 반도체 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