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가 근로자에게 작업 중단 권한을 부여한 결과, 산업재해 사고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04년 니콜 고속도로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와 같은 정책 변화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 사고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당시 작업 중단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기간이 지연될까 우려해 아무도 작업을 멈추지 못했던 사실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싱가포르는 2005년 산업안전보건법(WSH Act)을 제정하고, ‘WSH 2015’ 전략을 발표하여 근로자에게도 안전에 관한 의무를 명확히 부여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제 근로자는 위험을 감지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감독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시공사나 발주처가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권고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안전을 생존권으로 여기고 보다 적극적으로 위험 상황을 보고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한국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작업 중단권'이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사례는 적어 여전히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이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있다는 인식이 싱가포르에서는 더욱 강조되면서, 사고 예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정책 변화는 현저한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2005년, 싱가포르는 산재 사망률을 2004년 10만명당 4.9명에서 2015년 2.5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결과적으로 2015년의 산재 사망률은 1.9명으로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2022년에는 0.92명으로까지 감소하였다. 안전 플랫폼 기업 WSH Asia의 레이먼드 왓 창립자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근로자, 감독관, 고용자, 발주처 모두가 책임을 공유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러한 상향식 책임 의식이 산업재해 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공사 지연 우려와 현장 문화 때문에 작업 중단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장문화 개선과 법규정 이행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 싱가포르와 같은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산업재해 문제는 계속해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