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대 시중은행은 대표 정기예금 1년 금리를 모두 올려 연 3.3~3.45%에 모였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1년 만기 평균금리는 연 3.74%로 두 달 새 약 0.2%포인트 내렸고, 연 4%대 상품은 7월 중순 166개에서 12개로 줄었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국면에 왜 한쪽은 올리고 다른 쪽은 내리는지, 예금자는 금리표에서 무엇을 나눠 봐야 하는지 짚는다.
정기예금 금리 오르는데 저축은행 4%대 예금 166개→12개, 왜

저축은행 연 4%대 정기예금은 7월 중순 166개에서 12개로 줄었는데, 이달 5대 시중은행은 대표 정기예금 1년 금리를 모두 올려 연 3.3~3.45%에 모였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1년 만기 평균금리는 연 3.74%로 두 달 새 약 0.2%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가 오르는데도 양쪽이 엇갈린 이유와 정기예금 금리비교 때 우대조건·만기·변동금리를 나눠 봐야 하는 이유를 짚는다.
시중은행·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차이
- 5대 은행은 9~14일 대표 정기예금을 모두 올려 1년 금리가 연 3.3~3.45%에 모였다. 우리은행 첫거래우대 상품의 연 3.6%는 대표 상품 범위 밖의 신규 고객용 금리다.
- 한은의 두 차례 연속 인상 뒤 은행채 1년물 금리가 3.660%에서 3.858%로 오른 것이 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의 직접 배경이다.
- 저축은행은 7월 8일 평균 연 3.95%를 정점으로 내려와 18일 연 3.74%가 됐고, 4%대 상품은 166개에서 12개로 줄었다. 대출 규제와 건전성 부담으로 예금을 굴릴 곳이 좁아진 탓이다.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어디까지 올랐나
이달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대표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다. 신한은행이 9일 '쏠편한 정기예금'을 연 3.2%에서 3.4%로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 날 하나은행이 '하나의 정기예금'을 연 3.2%에서 3.3%로, 우리은행이 'WON플러스예금'을 연 3.2%에서 3.4%로 올렸다. 11일에는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이 연 3.25%에서 3.45%가 됐고, 14일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이 연 3.2%에서 3.4%로 따라왔다.
그래서 18일 기준 5대 은행 대표 상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3.3~3.45%에 모였다. 이 범위는 은행마다 간판으로 내건 정기예금 한 개씩을 나란히 놓은 숫자다. 우대조건을 채워야 받는 특판이나 신규 고객 전용 상품은 들어 있지 않다.
우리은행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이 연 3.1%에서 3.6%로 뛴 것은 이 범위 밖의 이야기다. 상품 이름이 말해 주듯 우리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을 겨냥한 상품이라, 누구나 받는 대표 상품 금리와 같은 줄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 같은 은행의 대표 상품인 WON플러스예금 금리는 연 3.4%다. 광고에 찍힌 최고금리와 내가 실제로 받을 금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이번 인상은 두 달 사이 두 번째 계단이다. 국민은행은 7월22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9%에서 3.2%로 0.3%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번에 3.4%까지 올렸다. 여름 이후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한꺼번에 오르기보다 조금씩 올랐다.

시장금리는 왜 올랐나 — 기준금리와 은행채
출발점은 한국은행이다. 한은은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해 3.0%까지 올렸다. 점도표로 6개월 뒤 금리 전망 중간값을 3.25%로 내놓으면서 더 오를 수 있다는 신호도 줬다.
채권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월 말보다 8.0bp 오른 3.838%, 1년물은 3.441%로 마감했다. 8월 초에는 중동 긴장 완화 기대로 내렸다가, 월 중반 이후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며 상승으로 돌아섰다.
예금금리와 가장 가까운 숫자는 은행채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 금리는 8월 10일 3.660%에서 9월 10일 3.858%로 0.198%포인트 올랐다. 은행이 채권을 찍어 돈을 빌리는 값이 오르면, 예금으로 돈을 모으는 값도 따라 올라야 한다. 이번 줄인상은 이 연결 고리가 움직인 결과다.
다만 은행들이 넉넉하게 올린 것은 아니다. 5대 은행은 14일까지 대표 정기예금 1년 금리를 0.1~0.2%포인트가량 올리는 데 그쳤다. 2022년 10월에는 5대 은행 신규 저축성수신금리가 평균 연 3.97%로 당시 기준금리 연 3%를 1%포인트 가까이 웃돌았지만, 지난 7월 수신금리는 연 3.16%로 기준금리보다 0.41%포인트 높은 데 머물렀다. 한국경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을 늘릴 수 없게 된 은행들이 고금리로 돈을 끌어모을 이유가 적어졌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 4%대 예금 166개는 어디로 갔나
같은 기간 저축은행은 반대로 움직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8일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74%로 두 달 사이 약 0.2%포인트 낮아졌다. 7월 중순 166개였던 연 4%대 최고금리 상품은 12개만 남았다.
여름까지는 저축은행이 먼저 달렸다. 올해 초 2%대 후반이던 평균금리는 증시로의 자금 이동에 대응한 수신 경쟁으로 빠르게 올라 7월 8일 연 3.95%까지 갔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8월 6일 연 3.79%, 이달 18일 연 3.74%로 내려왔다.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이미 하락세였다.
고금리 상품이 줄어든 속도도 기록에 남아 있다. 1년 만기 연 4% 이상 상품은 7월 1일 137개에서 8월 6일 80개로 한 달여 만에 57개 줄었다. 8월 초에 이미 자산 규모 상위 5개 저축은행 가운데 OK·애큐온·페퍼저축은행만 4%대를 지키고 있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았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예금금리는 이미 높았다. 11일 기준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은 연 3.61%,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정기예금은 각각 연 3.60%로 5대 은행 대표 상품보다 높다. 시중은행이 따라 올라오면서 인뱅과의 예금금리 차이는 0.2%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저축은행과 인뱅은 왜 따라 올리지 않나
첫째 이유는 돈이 이미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만기 해지 수요까지 감안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인뱅도 상반기에 먼저 예금 금리를 올려 뒀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둘째는 받은 돈을 굴릴 대출 창구가 좁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27 가계대출 대책에서 제2금융권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은행권과 똑같이 적용했다. 그 결과 국내 중대형 저축은행 31곳의 올해 1분기 신용대출 잔액은 25조63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7600억원 줄었다. 연체율 6.7%,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8.6%로 건전성 부담도 남아 있어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렵다.
인뱅도 총량의 틀 안에 있다. 금융당국은 8월 13일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로 높였지만, 회사별 총량 안에서 상품마다 몫을 나눠야 한다. 토스뱅크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인뱅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평잔 기준 30% 이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진다.
밑바닥에는 예금의 원리가 있다. 금융사에 예금은 자산이 아니라 언젠가 돌려주고 그동안 이자를 물어야 하는 부채다. 저축은행은 은행권보다 예금에 대한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아, 금리를 올린 만큼 이자비용이 곧바로 수익성을 누른다. 대출로 굴릴 곳이 없으면 비싸게 모은 예금은 짐이 될 뿐이다.
시중은행도 오래 맡기는 돈에는 값을 덜 쳐준다
시중은행의 금리표를 만기별로 펼치면 같은 계산이 보인다. 국민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연 3.4%인데 2년 만기와 3년 만기는 각각 연 3%, 연 2.6%다. 신한은행도 1년 만기가 연 3.4%, 2~3년짜리가 연 2.6%다. 돈을 오래 맡길수록 이자를 덜 받는 역전 구조다.
한국경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자산을 늘리기 어려워진 은행들이 예금을 오래 붙잡아 둘 필요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돈을 맡기는 쪽도 짧은 만기로 몰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6월 말 238조366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4조7590억원(17.1%) 늘었다.
그러니 이번 인상은 1년짜리 돈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다. 시중은행은 증시에서 빠져나와 은행으로 돌아오는 자금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금리가 더 높은 다른 은행과의 격차도 좁혀야 한다. 1년 만기 기준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은 연 3.85%, 전북은행 'JB 다이렉트예금통장'은 우대조건 없이 연 3.76%다.
파킹통장으로 옮겨 간 경쟁
정기예금 경쟁에서 물러선 인뱅과 저축은행이 손을 댄 곳은 파킹통장이다. 언제든 넣고 뺄 수 있는 통장이라 정기예금보다 조달비용 부담이 적다. 고객을 붙잡아 두는 효과는 내면서 오래 묶이는 이자 약속은 피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10일 '세이프박스' 금리를 연 1.6%에서 1.8%로 0.2%포인트 올렸다. 케이뱅크는 12일 '플러스박스'의 5000만원 이하 금액에 적용하는 금리를 연 1.7%에서 1.81%로 0.11%포인트 올렸다. DB저축은행은 11일부터 'Dream Big 보통예금'에서 7000만원 이하 금액에 연 3.2%를 내걸었다.
고객이 떠나지 않을 만큼만 이자를 주고, 오래 묶어 둘 돈에는 값을 치르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시중은행이 2~3년 만기 금리를 낮게 묶어 둔 것과 같은 논리가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 셈이다. 대출 창구가 좁은 시기에 금융사가 가장 아끼는 것은 긴 만기의 이자 부담이다.
예금자는 금리표에서 무엇을 나눠 봐야 하나
금리 경쟁이 가장 뜨거운 자리는 금융사가 가장 돈이 급한 자리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여름에는 증시로 빠지는 돈을 막아야 했던 저축은행이 그 자리에 있었다. 9월에는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은행으로 돈이 돌아오는 흐름을 맞은 시중은행으로 옮겨 왔다.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를 끌어올리는 힘이지만, 누가 얼마나 따라 올릴지는 각 금융사의 대출 여력이 정한다.
그래서 금리표의 숫자는 세 겹으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광고의 최고금리가 첫 거래나 우대조건을 전제로 한 숫자인지 확인한다. 다음으로 만기별 금리를 본다. 지금은 1년짜리가 2~3년짜리보다 높은 역전 상태다. 끝으로 저축은행 4%대 상품 가운데 일부는 회전식·변동금리여서 1년 뒤 금리가 다시 정해진다.
저축은행 평균 연 3.74%는 여전히 5대 은행 대표 상품보다 높지만 격차는 좁아졌다. 대출이 막힌 금융사는 예금을 비싸게 사지 않는다는 원리는 다음 금리 국면에도 그대로 통한다. 우리는 저축은행이 다시 금리를 올리는 시점이 기준금리보다 대출 창구가 넓어지는 때와 더 가깝게 맞물릴 것으로 본다.
이 글은 예금 금리 동향을 전하는 정보 글이며 특정 금융사·상품의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 예금 금리는 시장금리와 각 금융사의 자금 사정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우대 조건이나 한도가 붙는 상품도 있어 실제 적용 금리는 가입 시점에 확인해야 한다. 상품 선택과 그 결과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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