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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코퍼레이션 유상증자, 204억원을 접은 지 48일 만에 다시 꺼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이 10월 14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204억원 증자 철회 48일 만이다. 매출 대부분을 로지텍 PC 주변기기 유통에서 버는 회사가 왜 거듭 돈을 구하는지 짚었다.

하이퍼코퍼레이션 유상증자, 204억원을 접은 지 48일 만에 다시 꺼냈다

하이퍼코퍼레이션(065650)이 10월 14일 주요사항보고서로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습니다(공시 원문). 같은 날 주가는 장중 29.84% 오른 2,515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회사가 증자를 들고 나온 것은 올해만 해도 처음이 아닙니다. 8월 27일 20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공시했고, 48일 만에 다시 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름은 디지탈바이오텍, 메디프론, 하이퍼코퍼레이션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그런데 돈이 나오는 곳은 하나입니다. 로지텍 마우스와 키보드를 쿠팡·네이버에 파는 유통입니다. 이 회사가 거듭 자금을 찾는 이유도 간판이 아니라 이 장사 방식에 있습니다.

치매 신약 회사는 어떻게 마우스를 팔게 됐나

회사는 1997년 설립돼 2003년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메디프론 시절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MDR-1339 등)을 개발하던 신약 회사였습니다.

2024년 3월 사명을 하이퍼코퍼레이션으로 바꾸면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상석 대표는 그해 6월 “‘즐거움과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서비스에 집중해 국내 최대의 시니어 DB를 보유한 라이프 AI 솔루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대로 사들였습니다. 6월에는 백화점·5성급 호텔 등 29개 지점을 둔 키즈클럽 두 곳을, 9월에는 모바일 상품권 회사 기프트레터를 8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신약은 결국 접었습니다. 회사는 매달 1억원 이상 들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2026년 1분기 중 중단하기로 했다고 3월에 밝혔습니다.

남은 것은 로지텍 공식 파트너라는 자리

지금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실체는 로지텍 국내 공식 채널 파트너입니다. 회사는 이커머스 PC 주변기기 판매 1위라고 설명합니다. 쿠팡 로켓배송이 주요 판로이고 코스트코·롯데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비중을 보면 분명합니다. 올해 2월 딜사이트 보도로는 매출의 약 90%가 이 커머스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밸류파인더가 10월 14일 낸 보고서로는 올해 상반기 커머스 비중이 약 82%입니다.

이 장사는 마진이 얇고 가격 경쟁이 거셉니다. 같은 로지텍 마우스를 누가 더 싸게 올리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많이 팔수록 왜 현금이 먼저 나갈까

이 회사의 돈 문제는 대금 날짜에서 보입니다. 공급사에는 약 일주일 안에 물건값을 치르지만, 쿠팡·네이버 같은 플랫폼에서는 판매 대금을 한 달 넘게 걸려 받습니다.

그 사이 3주 넘는 기간 동안 회사 돈이 창고와 플랫폼에 묶입니다. 판매가 늘면 묶이는 돈도 함께 늘어납니다. 잘 팔리는 달일수록 현금이 더 필요한 장사입니다.

회사는 5월 204억원 증자를 추진할 때 자금 전액을 상품 매입 운전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새 공장도, 인수도 아니었습니다. 판매대에 물건을 채울 돈이었습니다.

770억원 약속은 어떻게 150억원이 됐나

확장의 대가는 컸습니다. 인수 과정의 대규모 평가손실로 2024년 자본잠식률이 67.2%까지 올랐고, 2025년 관리종목에 지정됐습니다. 이상석 대표는 2025년 3월 “적정 감사의견을 확보했지만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2025년 6월에는 싱가포르 회사 파나틱스트래티직홀딩스가 주축인 가상자산 투자사 컨소시엄이 유상증자 370억원과 전환사채 400억원, 모두 770억원으로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 계획은 그대로 가지 않았습니다. 증자 상대가 세 차례가량 바뀐 끝에 2026년 2월 제이케이(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가 150억원(855만 6,759주, 주당 1,753원)을 넣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최대주주도 FSN에서 JK 조합으로 바뀌었습니다.

JK 조합의 출자자 명단에는 엑스큐어가 70억원(46.67%)으로 들어 있습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이 2025년 12월 경영권을 넘긴 옛 자회사입니다. 회사가 판 자회사가 회사의 새 최대주주 조합에서 가장 큰 몫을 낸 출자자가 됐습니다.

3월 30일 한국거래소는 관리종목 지정을 해제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그간 발목을 잡았던 재무적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고 정상 기업으로서 시장 신뢰를 회복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204억원 증자는 어디서 멈췄나

5월 22일 회사는 204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결정했습니다. 770만 주를 주당 2,655원에 발행하고 청약은 8월 3일, 대표주관은 SK증권이었습니다. 2대 1 주식 병합이 진행 중이었고 JK 조합은 약 80억원을 전액 청약할 계획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5월 28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추가 검토가 이어지며 절차가 길어졌습니다. 회사는 8월 27일 이 증자를 철회했습니다. 10월 8일에는 공시번복을 사유로 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가 나왔습니다.

마우스 밖의 두 다리, 쿠폰과 주방가전

유통 하나에 기대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기프트레터는 2026년 5월 1일 흡수합병됐습니다. 제휴 브랜드 400여 곳, 협력사 800여 곳, 공급 상품 6,000종 이상을 갖춘 기업용 모바일 쿠폰 회사입니다.

틱톡 라이트 운영사 바이트댄스와 계약한 국내 유일의 모바일 쿠폰 공급사로 소개됐고, 2025년 9월에는 CGV와 기업용 영화 관람권 공급 협약을 맺었습니다.

유통 품목도 넓히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프리미엄 주방가전 키친에이드를 들여와 하이마트 잠실점·코스트코로 넓혔고, 로봇청소기 에코백스와 액션캠 인스타360도 팝니다. 한때 내걸었던 가상자산 사업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는 실적과 얼마나 이어지나

회사가 내건 숫자는 있습니다. 2026년 커머스와 기프트레터 사업부 합산 매출 880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이 목표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2월 “올해 영업이익까지 흑자전환하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밸류파인더 이충헌 연구원은 10월 14일 보고서에서 “사업부문 개편 및 재무구조 정상화에 따라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내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에서 증자는 확장의 신호가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나가고 한 달 넘어 들어오는 돈 사이를 메우는 일이었습니다. 로지텍이 더 팔릴수록 그 틈은 넓어지고, 그래서 증자 공시가 다시 나왔습니다.

유상증자가 무엇이고 주주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처음부터 알고 싶다면 우리 사이트의 「유상증자 뜻」 글을 함께 보면 됩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4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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