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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부로 위에 처갓집이 있다, 2020년 적자 257억·흑자 146억으로 갈렸다

서학개미 투자포럼 편집팀 ·
체리부로 위에 처갓집이 있다, 2020년 적자 257억·흑자 146억으로 갈렸다

처갓집 양념치킨 상자를 열면 닭이 먼저 보인다. 그 닭을 잡아 보내는 회사가 체리부로(066360)다. 2017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처갓집양념치킨은 체리부로의 주력 브랜드로 소개됐다. 이 말만 들으면 닭고기 회사가 치킨 브랜드를 거느리는 그림이 떠오른다.

순서는 거꾸로다. 체리부로의 최대주주는 처갓집 본사 한국일오삼을 자회사로 둔 체리비홀딩스이고, 2025년 9월 말 지분은 39.55%다. 치킨 쪽 회사가 닭고기 상장사 위에 있다.

이 회사의 급소는 닭값이다. 그리고 그 닭을 사 가는 손님 가운데 처갓집 쪽이 곧 주인이다. 체리부로는 닭값이 출렁이는 자리에 서 있고, 닭을 브랜드로 바꿔 파는 장사는 그 위층에 있다. 2026년 10월 30일 체리부로가 주당 50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이 작은 돈이 어디로 올라가는지 보려면 먼저 층을 나눠 봐야 한다.

처갓집은 체리부로의 자회사가 아니다

체리부로(066360) — 처갓집은 자회사가 아니다 도판

두 회사의 나이부터 다르다. 처갓집의 전신 처갓집양념통닭은 1983년 3월 가맹사업을 시작했고, 체리부로는 1991년 9월 7일 세워졌다. 지금의 처갓집양념치킨 간판은 2002년에 달았고, 운영사 한국일오삼은 그해 10월 2일 설립됐다.

2018년 7월 9일 층이 뒤집혔다. 한국일오삼이 체리부로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여 지분 22.23%를 쥐면서 최대주주가 창업주 김인식 회장에서 한국일오삼으로 바뀌었다. 2021년 상반기 말 기준 한국일오삼의 지분은 29.47%, 김 회장은 22.04%, 아들 김강흥 사장은 7.31%였다. 같은 시점에 김강흥 사장은 한국일오삼 지분 62.59%를 들고 있었다. 창업주의 닭고기 회사 위로 아들이 지배하는 치킨 회사가 올라온 모습이다.

2025년에는 층이 하나 더 생겼다. 한국일오삼이 이름을 체리비홀딩스로 바꾸고 식품가맹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같은 이름의 새 한국일오삼을 세웠다. 이렇게 처갓집 가맹본부는 체리비홀딩스 아래로 들어갔고, 체리부로의 최대주주 자리는 체리비홀딩스에 남았다. 체리부로도 체리비홀딩스 주식을 조금 들고 있어 서로가 서로의 주주지만, 이 지분은 상호보유주식이라 의결권이 제한된다. 2025년 6월 말 장부가는 약 126억원이고 취득원가는 2억5,600만원이다.

닭이 팔리지 않아도 농가의 닭은 받아야 했다

체리부로(066360) — 창고에 쌓인 닭 300만 마리 도판

체리부로의 자리가 왜 위험한지는 닭을 키우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회사는 위탁농가에 병아리와 사료, 방역 자재와 기술을 대 주고 위탁수수료를 준 뒤 다 자란 닭을 받는다. 종계에서 사육, 도계, 가공, 유통까지 한 줄로 잇는 수직계열화다. 품질과 물량을 쥐는 대신, 시장 가격이 무너져도 이미 농장에서 자라는 닭은 줄일 수 없다.

그 대가가 크게 드러난 때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뒤였다. 닭 수요는 월드컵 때 정점을 찍고 대회가 끝나자 평상으로 돌아왔는데 공급은 그대로였다. 2003년에는 원가보다 싸게 파는 경쟁이 약 10개월 이어졌고, 체리부로는 재고가 쌓여도 계약 농가의 닭을 계속 사들였다. 창고에 팔리지 않은 닭 300만 마리가 쌓였다.

2003년 12월 조류인플루엔자가 천안과 음성의 체리부로 부화장에서 나왔다. 회사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약 300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매출은 6분의 1로 줄었다. 2004년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화의 절차를 거쳐 2006년 2월에야 벗어났다. 그때 회사를 살린 쪽은 떠나지 않은 약 250곳의 계약 농가와 직원 180명이었다.

이 일화에서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위기 극복담보다 위험의 주소다. 닭값이 무너질 때 충격을 받는 곳은 공급망 맨 가운데에서 닭을 받아 주기로 약속한 회사다. 이 위험은 2006년에 끝나지 않았다.

닭값 700원이던 해, 두 장부는 반대로 갔다

체리부로(066360) — 닭값 700원, 두 장부는 갈렸다 도판

2019년 1월 kg당 2,300원이던 국내 닭고기 산지가격은 2020년 5월 말 700원까지 떨어졌다. 회사가 증권신고서에 적은 표현이 「육계시장의 치킨게임」이다. 2020년 체리부로의 원가율은 98.5%였다. 1,000원어치를 팔아 985원이 원가로 나갔다는 말이고, 그해 체리부로는 25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해 한국일오삼은 매출 1,295억원, 영업이익 1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62.5%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11.3%였다. 위층과 아래층이 한 해에 403억원 차이로 갈린 것이다.

닭값 하락 하나로 이 차이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치킨 본사는 그해 주문 증가의 덕도 봤을 것이다. 그래도 구조의 방향은 분명하다고 나는 본다. 닭값은 체리부로에는 받는 돈이고 치킨 본사에는 내는 돈이다. 시세가 납품가에 실리는 만큼, 같은 숫자가 내려갈 때 아래층은 수입이 줄고 위층은 비용 압박이 덜하다. 그래서 체리부로 혼자 놓고 보면 위태로운 사업이, 지분으로 위아래를 함께 쥔 사람의 눈에는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 닭값이 어디로 가든 한쪽이 다른 쪽의 충격을 덜어 준다.

닭을 받아 가는 주인이 돈도 빌려준다

두 회사는 지분으로만 묶인 사이가 아니다. 처갓집 본사는 2021년 보도 기준 육계를 체리부로에서 공급받았고, 이 관계는 2025년 장부에도 이름으로 남아 있다. 2025년 상반기 반기보고서가 연결 총수익의 10%를 넘는 주요 고객으로 적은 곳은 체리비홀딩스(옛 한국일오삼) 한 곳이고, 매출은 375억7,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 1,967억원의 19%쯤 되는 크기다. 2024년 상반기 338억8,000만원에서 더 늘었다.

돈도 위에서 내려온다. 체리부로는 2025년 초 체리비홀딩스에서 59억원을 단기로 빌린 상태였고 그해 상반기에 44억원을 갚아 15억원이 남았다. 금리는 4.60%였다. 체리비홀딩스는 체리부로 쪽 은행 차입금에 연대보증도 서 있다.

손님과 주주, 채권자와 보증인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 닭값이 무너질 때 체리부로가 기댈 언덕은 위층에 있다. 체리부로 소액주주가 쥔 것은 그 언덕이 아니라 닭값을 직접 맞는 아래층 지분이다.

닭에서 벗어나겠다는 해에 돈을 번 곳은 닭이었다

체리부로(066360) — 돈을 번 곳은 닭이었다 도판

회사는 이 약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2026년 10월 13일 결정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저평가의 원인으로 취약한 사업구조와 실적 변동성을 꼽았다. 2025년 매출의 93.9%가 육계이고 전부 국내에서 나온다. 영업이익률은 2023년 5.3%, 2024년 0.7%, 2025년 7.0%로 널뛰었고, 장부 순자산 대비 시장의 평가는 2025년 0.36배까지 내려갔다. 처방은 가공식품과 가정간편식, 자체 브랜드를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 장부는 처방과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연결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전년과 거의 같다. 안을 열면 자리가 통째로 바뀌었다. 2025년 상반기 51억원 영업손실이던 육계 부문이 112억원 영업이익을 냈고, 102억원을 벌던 육가공유통 부문은 약 5억원으로 줄었다. 생닭에서 멀어지려고 키우는 쪽이 줄고, 벗어나려던 생닭이 회사를 먹여 살렸다.

분기배당은 그 위에서 나왔다. 체리부로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배당을 하지 않았다. 2026년 8월 2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으로 발행주식이 2,397만6,007주가 됐고, 10월 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고쳐 분기배당 근거를 만들었다. 2주 뒤 이사회가 주당 50원, 총 11억9,875만원을 결정했다. 기준일은 11월 16일, 지급일은 11월 27일이다. 체리비홀딩스의 지분율이 2025년 9월 말과 같다면 그 몫은 약 4억7,000만원이다.

2029년까지 시장 평가를 장부 순자산만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회사가 분기마다 배당을 말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분기의 닭값은 여전히 회사가 정하지 못한다.

함께 읽기: 푸드나무는 닭가슴살 장터 랭킹닭컴을 열었지만 매출 80%는 자기 닭이었다

자료: 체리부로 분기배당 공시 내용(2026년 10월 30일), 체리부로 2025년 반기보고서, 체리부로 2025년 3분기보고서, 체리부로 증권신고서 정정본(2021년 7월), 체리부로 2026년 상반기 부문 실적 보도(2026년 8월 24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보도(2026년 10월 21일), 한국일오삼 실적·지분 보도(2021년 9월), 체리부로 실적 보도(2022년 3월), Korea JoongAng Daily 체리부로 위기 기록(2011년 6월), 최대주주 변경 보도(2018년 7월), 한국일오삼 설립 보도(2017년 9월), 상장 간담회 보도(2017년 11월), 주식병합 보도(2026년 8월), 임시주주총회 결과(2026년 10월 16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내용(2026년 10월).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31일. 한국일오삼의 2020년 실적과 체리부로의 2020년 실적은 각 회사 기준이며 합산 수치가 아닙니다. 지분과 거래 금액은 표기한 시점의 값이고, 배당 몫 계산은 지분율 유지를 가정한 추산입니다. 두 회사의 손익이 닭값으로 엇갈린다는 설명은 필자의 판단입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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