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어학원 크레버스는 대치동·목동 건물을 팔고 세입자가 됐다


서울 목동의 CMS 영재관은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청담어학원을 운영하는 크레버스(096240)가 이 건물과 땅을 250억원에 넘기면서 임대차계약도 함께 맺었기 때문이다. 2026년 10월 30일 잔금과 소유권 이전이 끝났고, 크레버스는 제 학원의 세입자가 됐다.
이런 거래가 처음은 아니다. 2025년에는 대치동 건물을 320억원, 방배동 건물을 160억원에 팔고 다시 빌렸다. 세 채를 합치면 730억원이다. 학원이 부동산에서 손을 뗐다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 회사의 급소는 건물이 아니다.
크레버스의 급소는 2022년 합병이 남긴 빚의 무게와, 그 빚을 갚아야 할 때 식어 버린 영어 교실이다. 세 채는 그 틈을 메운 값이다. 그리고 세 건물에는 모두 합병으로 들어온 수학 브랜드 CMS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건물 세 채, 730억원이 남의 이름으로 넘어갔다
크레버스가 직접 사서 쓰던 건물은 CMS S, CMS M, CMS W 세 채였다. 대치동 S빌딩은 장부가 150억원짜리를 320억원에 넘겨 약 170억원의 차익을 예상했고, 방배동 M빌딩이 그 뒤를 이었다. 목동 W빌딩까지 팔리면서 CMS 건물은 모두 빌려 쓰는 자리가 됐다.
건물을 팔고 그 자리에 세입자로 남는 방식을 세일앤리스백이라고 부른다. 학생 눈에는 바뀌는 것이 없고 장부에서는 많은 것이 바뀐다. 2025년 3분기 크레버스의 영업이익은 2억원이었는데 순이익은 86억원이었다. 건물을 판 이익 147억원이 그 차이를 만들었다. 2025년 한 해로 넓혀 봐도 영업이익은 22억원, 순이익은 43억원이다. 교실에서 번 돈보다 등기부에서 번 돈이 컸던 해다.
청구서는 2022년 합병에서 날아왔다
크레버스의 빚 부담은 2022년 3월 합병에서 시작됐다. 1998년 청담어학원으로 출발한 청담러닝은 2012년 2월 수학 영재교육 회사 씨엠에스에듀를 인수했고, 2022년에 두 회사를 합쳐 지금의 크레버스가 됐다.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을 사 달라고 청구하자 회사는 그 주식을 사들여야 했고, 단기 차입도 끌어다 썼다. 2021년 말 1,030억원이던 자본은 2022년 3월 말 539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는 1,268억원에서 1,723억원으로 늘었다. 자본 대비 빚의 크기를 재는 부채비율은 석 달 만에 123.1%에서 319.6%가 됐다. 현금도 2021년 말 550억원에서 그해 말 297억원으로 내려왔다.
합병 때 차입금이 약 200억원 늘었고,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약 250억원이 더 늘었다. 크레버스가 2023년에 낸 영업이익 252억원이면 감당할 수 있는 빚처럼 보였다. 그 영업이익이 2년 만에 22억원이 될 줄은 장부에 적혀 있지 않았다.
이자와 월세가 비슷한데 왜 팔았나
장부에 찍히는 빚의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회사는 목동 건물을 두고 차입금 이자와 임차료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달 나가는 돈으로 따지면 얻는 것이 거의 없는 거래인데, 그래도 부채비율은 40~50%포인트 더 내려간다고 내다봤다.
비슷한 일이 또 있다. 2024년 말 회사 측은 대부분 건물 담보인 차입금의 금리가 4%대라고 말했다. 그런데 2025년 1월 130억원, 2026년 2월 40억원을 표면이자 7.0%의 영구교환사채로 조달했다. 회사가 쥔 자사주로 바꿔 줄 수 있고 회계상 자본으로 잡히는 채권이다. 싼 빚을 줄이면서 비싸도 자본으로 보이는 돈을 들였다.
나는 이 선택이 체면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2026년 3월 말 크레버스의 단기차입금은 422억원, 현금은 165억원이고, 유동비율은 50.7%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이 1년 안에 돈이 될 자산의 2배쯤 된다. 이런 회사에 부채비율은 돈을 다시 빌릴 때 내미는 성적표다. 2025년 3분기 257.3%까지 내렸어도 같은 시기 메가스터디 47.40%, 디지털대성 94.73%와 나란히 놓으면 눈에 띈다.
세입자가 된다고 약속이 장부에서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낼 임대료를 빚으로 적은 리스부채가 2026년 3월 말에 이미 339억원이었다. 건물 매각은 빚의 이름과 크기를 바꿀 뿐이고, 진짜 해법은 교실에 있다.
월 34만원 교실이 먼저 식었다
크레버스가 공시한 평촌 직영점 기준 청담어학원 월 수강료는 2024년, 2025년, 2026년 1분기 모두 34만원이다. 같은 표에서 에이프릴어학원은 30만원에서 31만원으로, CMS 영재교육센터는 17만5,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올랐다. 회사의 얼굴인 브랜드의 값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이 손님의 마음이 움직였다. 2024년 이익이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꼽힌 것은 초등 고학년 학부모들이 다른 커리큘럼을 찾아 아이를 옮긴 일이었다. 연결 매출은 2023년 2,335억원에서 2025년 2,209억원으로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252억원에서 103억원, 다시 22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매출이 5% 줄 때 이익은 90% 넘게 사라졌다. 학원 장사는 학생이 조금만 줄어도 이익이 크게 깎이는 사업으로 읽어야 한다. 강사와 교실은 학생 수만큼 바로 줄지 않는다.
회사의 답은 입시 영어 브랜드 「THE OPEN」이다. 수강생은 2025년 봄학기 3,173명에서 2026년 봄학기 5,268명으로 늘었고, 청담어학원 전체 재원생도 2026년 6월 1년 전보다 880명, 4.9% 늘었다.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2025년 한 해치를 넘어섰다. 회복의 숫자는 맞다. 회사가 2025년 말 내건 목표는 약 1만9,000명을 약 2만8,000명으로 늘리는 것이었으니, 교실은 아직 그 말의 크기까지 차지 않았다.
빚을 갚은 건물도, 돈을 버는 교실도 CMS다
이 회사의 가장 얄궂은 장면은 여기 있다. 합병의 청구서를 갚으려고 판 세 건물은 CMS의 이름을 달고 있었고, 지금 가장 또렷하게 크는 사업도 CMS다. CMS영재관의 2분기 매출은 2023년 106억원에서 2026년 149억원으로 늘었다. 2026년 2분기에는 1년 전보다 14.7% 늘었고 재원생도 892명, 12.4% 많아졌다. 2023년 영재학교 합격자의 40%가 크레버스 출신이었다.
합병은 빚을 남겼지만, 영어 교실이 흔들릴 때 버티는 다리도 함께 들여왔다. 2012년에 산 회사가 2022년에 청구서를 만들고, 2026년에 그 청구서를 메우는 동시에 회사의 성장을 끌고 간다. 나는 이 합병의 성적표를 아직 적자로 매기지 않겠다. 청구서는 한 번이고, 수학 학생은 해마다 새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주에게 가는 돈도 멈추지 않았다. 청담러닝 시절을 합쳐 2024년에 이미 18년 연속 배당을 기록한 크레버스는 2026년 4월 25억원, 7월 42억원을 나눴고 상반기에 자사주 90만주를 없앴다. 그 약속을 지킬 돈은 이제 건물이 아니라 수강료에서 나와야 한다.
직접 사서 쓰던 세 채는 이제 없다. 다음 청구서가 오면 내밀 것은 대치동의 등기부가 아니라 출석부다.
함께 읽기: 맥도날드(McDonald's)가 가맹점에서 받는 돈은 로열티보다 임대료가 더 많다
자료: 크레버스 목동 토지·건물 양도 종료 공시 내용(2026년 10월 30일), 크레버스 2026년 1분기보고서, 세일앤리스백 보도(2026년 9월 2일), 크레버스 실적·재무 보도(2026년 6월 10일), 2026년 2분기 실적 보도(2026년 8월), 사업구조 재편 보도(2025년 11월 14일), 재무 현황 보도(2024년 12월 4일), 대치동 건물 매각 보도(2025년 6월 23일), 부동산 매각·부채비율 보도(2025년 12월), 배당·영재학교 합격 보도(2024년 3월 25일), 합병·사명 변경 보도(2023년 3월 8일), 씨엠에스에듀 인수 보도(2021년 5월), 청담러닝 설립·사업 보도(2021년 1월).
작성 기준일 2026년 11월 1일. 수강료는 공시의 평촌 직영점 기준이며 지점·레벨별로 다릅니다. 부채비율 전망은 회사 설명이고, 수치는 표기한 시점과 연결 기준입니다. 합병의 성과와 단기차입금 부담에 관한 설명은 필자의 판단입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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