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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은 월드컵 공인구 원단을 댔지만, 주문은 나이키·아디다스의 OEM 공장이 낸다

서학개미 투자포럼 편집팀 ·
덕성은 월드컵 공인구 원단을 댔지만, 주문은 나이키·아디다스의 OEM 공장이 낸다

2002년 월드컵 공인구는 피버노바였습니다. 그 공에 들어간 원단은 경기도 수원에 본사를 둔 회사가 댔습니다. 덕성(004830)입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팀가이스트,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브라주카도 덕성 원단을 썼습니다.

공인구 원단으로 이 회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도 공과 브랜드 곁에 있는 회사로 떠올리기 쉽습니다.

장부를 열면 고객의 얼굴이 다릅니다. 덕성 스포츠용품 소재의 주요 발주처는 나이키·리복·아디다스 등의 OEM 업체로, 주로 동남아·중국에 있습니다. 2025년 매출 1,465억원 가운데 63.8%가 수출입니다. 덕성은 스포츠용품 소재를 나이키·리복·아디다스 등의 OEM 업체에 파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해외 공장과 주요 발주처는 중국·동남아라는 지역에서 겹칩니다.

월드컵 공인구에 들어간 덕성 원단

덕성은 1966년 11월 합성피혁을 만들어 팔려고 세운 회사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합성피혁을 생산했고, 1987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신발 원단에서 출발해 가구·장갑·축구공으로 쓰임새를 넓혔고, 월드컵 말고도 유로 2004·2008 공인구 원단을 아디다스에 독점 공급했습니다.

덕성이 사들이는 원재료를 보면 이 원단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입니다. 이름이 붙은 품목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원단의 뼈대가 되는 기포지로, 2025년 원재료 매입액의 22.0%입니다. 도포제는 원단을 도포하는 데 쓰고, 이형지는 무늬를 만드는 데 씁니다. 합성피혁의 원료가 되는 합성수지는 평택 공장에서 직접 만듭니다. 만든 수지는 원단 원료로 쓰고, 밖에도 팔아 2025년 106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금 덕성 원단이 가는 곳은 공보다 훨씬 넓습니다. 신발용 Dual Max, IT 액세서리용 GAIN, 장갑용 SERINO, 가구용 FURNIS, 연마포, 화장품 분첩용 NEOPORA까지 제품 이름이 쓰임새마다 따로 붙어 있습니다. 2025년 합성피혁 제품 매출은 1,001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68.3%입니다. 원료 수지부터 마지막 무늬까지 한 회사 안에서 뽑아내는 원단 공장, 그것이 이 회사의 몸통입니다.

덕성(004830) — 원료 수지부터 무늬까지 한 회사에서 도판

주문서는 브랜드가 아니라 신발 공장에서 온다

덕성 원단의 주요 발주처는 나이키·리복·아디다스 신발을 대신 만드는 OEM 업체들입니다. 이 공장들이 동남아와 중국에 모여 있어 신발 원단 매출도 그 지역 수출에서 나옵니다. 합성피혁은 전량 주문을 받아 만들고, 판매처는 200여 곳인데 업체별 판매 계약서를 따로 쓰지 않습니다. 수출 대금은 신용장이나 송금으로 받습니다. 주문서가 와야 원단을 뽑는 회사입니다.

최근 2년 사이 늘어난 매출은 주로 수출에서 나왔습니다. 2023년 1,079억원이던 연결 매출은 2025년 1,465억원으로 385억원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수출은 554억원에서 934억원으로 381억원 늘었고, 국내 매출은 526억원에서 530억원으로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늘어난 매출 100원 가운데 99원 가까이가 수출에서 왔습니다.

수원 본사 장부로 보면 매출 1,335억원 가운데 한 고객이 10%를 넘게 차지한 곳은 하나뿐이고, 그 고객의 매출은 211억원입니다. 장부에 그 이름은 「A사」로만 적혀 있습니다. 남의 브랜드 신발을 만드는 OEM 업체들이 덕성 스포츠용품 소재의 주요 발주처입니다.

덕성(004830) — 주문서는 동남아·중국 신발 공장에서 온다 도판

해외 공장과 발주처가 겹치는 중국·동남아

덕성의 공장 지도는 수원·인천·오산·평택·부산에서 시작해 중국 광저우, 베트남 호치민으로 이어집니다. 광저우 법인은 2025년 564억원어치를 팔아 20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베트남 법인은 2022년 12월에 세웠고, 2025년 매출 27억원에 순손실 5억원을 냈습니다. 2025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취득을 결정해 세 번째 해외 거점을 붙였습니다.

수원 본사 장부만 떼어 보면 이 지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입니다. 본사 매출 1,335억원 가운데 본사가 직접 만든 제품 매출은 473억원이고, 855억원은 사들여 판 상품입니다. 같은 해 본사가 광저우 법인에서 사들인 금액이 426억원, 베트남 법인에서 사들인 금액이 25억원입니다.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수원 본사는 원단 공장이면서, 해외 법인에서 넘어온 물량을 고객에게 넘기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해외 공장이 있는 지역은 주요 발주처가 있는 지역과 겹칩니다. 주요 발주처인 OEM 업체들은 동남아와 중국에 있고, 덕성의 해외 공장도 중국과 베트남에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법인도 연결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 회사의 공장 지도와 주요 발주처의 지도는 중국·동남아에서 맞닿습니다.

덕성(004830) — 공장은 고객을 따라 남쪽으로 도판

2025년, 원단 매출은 늘고 이익은 줄었다

합성피혁 부문 매출이 늘어난 해였습니다. 합성피혁 부문 매출은 2024년 903억원에서 2025년 1,107억원으로 22.5% 늘었습니다. 같은 부문의 영업이익은 61억원에서 34억5,0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원단 100원어치를 팔아 남긴 영업이익이 6.7원에서 3.1원이 됐습니다.

회사 전체로도 매출은 16.8%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89억원에서 62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그 62억원 가운데 28억원은 합성피혁이 아닌 상품을 파는 기타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이 부문은 358억원어치를 팔아 28억원을 남겼으니 100원에 7.8원꼴입니다. 회사의 간판인 원단보다 간판 밖의 상품이 100원당 더 많이 남겼습니다.

덕성의 장부에서는 늘어난 매출과 줄어든 이익을 함께 봐야 합니다. 수출 매출은 2년 동안 381억원 늘었습니다. 남은 질문은 그 주문에서 얼마를 남기느냐입니다. 베트남 법인은 2025년 적자를 냈고, 같은 해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취득이 결정됐으며, 평택 수지 공장의 가동률은 39.4%였습니다. 원단 설비 가동률 84.0%와 나란히 놓으면 원료 공장에는 아직 일감을 더 받을 자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덕성(004830) — 더 팔고 덜 남긴 2025년 도판

덕성은 2002년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에 원단을 공급했습니다.

지금 덕성의 장부도 그렇게 생겼습니다. 본사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 고객은 「A사」로만 적혀 있고, 연결 매출의 63.8%는 바다를 건넙니다. 그래서 덕성을 볼 때 펼쳐야 할 지도는 덕성의 것이 아닙니다. 남의 이름을 단 운동화가 어디서 꿰매지는지, 그 지도입니다.

작성 기준: 덕성 2025년 사업보고서(2026년 3월 18일 공시, 연결·별도 재무제표 포함), 2015년 8월 이봉근 대표 인터뷰 보도(공인구 원단 공급 이력)(2026년 11월 7일 확인). 본사 매출·상품 매출·주요 고객·광저우와 베트남 법인 매입액은 별도재무제표, 나머지 매출·수출·부문 실적은 연결 기준입니다. 원단 100원당 영업이익(6.7원·3.1원)과 기타 부문 7.8원은 부문 영업이익을 부문 외부매출로 나눈 계산값이고, 늘어난 매출 가운데 수출 몫(99원 가까이)은 2023~2025년 증가액을 나눈 계산값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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