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빼빼로는 1년 납품매출 절반을 11월 11일 앞에서 올린다


11월 초가 되면 편의점 앞에 빨간 빼빼로 상자가 산처럼 쌓입니다. 사흘 뒤가 11월 11일 빼빼로데이입니다. 이 과자를 만드는 곳은 롯데제과에서 이름을 바꾼 롯데웰푸드(280360)입니다. 매대가 가장 붐비는 때가 11월이니, 회사도 11월에 가장 바쁠 것 같습니다.
회사의 달력은 매대보다 두 달 넘게 앞서 갑니다. 빼빼로는 8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빼빼로데이 시즌에 1년 납품매출의 절반가량을 올립니다. 회사가 밝힌 2025년 빼빼로 매출은 2,43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습니다.
회사는 빼빼로를 포함해 현재 가격 조정을 검토하는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값이 다시 뛴 해에 내린 결정입니다. 롯데웰푸드에게 빼빼로는 진열대의 과자 한 품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빼빼로로 11월 11일이라는 날짜를 쥐고 있고, 지금은 그 날짜를 한국 밖으로 팔고 있습니다.
빼빼로의 1년은 여름에 시작한다
가게 쪽 숫자로 보면 쏠림이 더 뚜렷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빼빼로 1년 판매액 가운데 11월 한 달에 팔린 몫이 편의점 한 곳은 52.2%, 대형마트 한 곳은 45%였고, 가장 낮은 곳도 36%였습니다. 가게에서는 한 해 빼빼로의 절반 가까이가 11월 한 달에 나갑니다.
회사 쪽 장부는 그보다 앞선 두 달 반 남짓에 무게가 실립니다. 8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시즌이 1년 납품매출의 절반가량을 채웁니다. 분기로 끊어 보면 빼빼로 연매출의 40% 넘게가 4분기에 잡힙니다(2023년 보도 기준). 가게 판매가 11월에 몰리는 데 비해, 회사의 납품 시즌은 8월 중순부터 이어집니다.
이 과자의 한 해 매출을 볼 때는 11월 11일 당일뿐 아니라 그 앞의 납품 시즌도 살펴야 합니다. 연간 납품매출의 절반가량이 몰리는 만큼, 이 시즌의 매출이 한 해 실적에서 차지하는 몫도 큽니다.
여학생들의 놀이에 회사가 날짜를 붙였다
빼빼로는 1983년에 나왔고, 첫해 매출은 44억원이었습니다. 11월 11일은 회사가 정한 날이 아닙니다. 1990년대 중반 부산·경남의 여중고생들이 서로 빼빼로를 주고받던 놀이에서 시작됐고, 숫자 1이 네 번 이어지는 모양이 막대 과자를 닮아 그 날짜가 붙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어느 해 갑자기 매출이 뛰는 것을 본 지역 영업소장이 본사에 이 날을 건의했고, 회사는 1996년부터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만든 것은 기념일이 아니라, 이미 생겨난 기념일에 해마다 물건을 대는 길이었습니다. 빼빼로의 누적 판매액은 2조원을 넘었습니다. 1983년 출시돼 올해로 43년째인 빼빼로는 막대 과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빼빼로는 회사의 얼굴이고, 몸통은 훨씬 크다
롯데웰푸드라는 이름은 2023년 4월에 붙었습니다. 롯데제과가 2022년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면서 과자와 아이스크림 옆에 냉동식품, 햄 같은 육가공품, 가정간편식, 버터 같은 유지 제품이 한 회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합병 뒤 제과·빙과의 비중은 절반 정도로 내려왔습니다. 회사 이름에서 「제과」가 빠졌을 때, 이 회사는 이미 과자만 파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밝힌 사명 변경 이유는 통합법인 출범에 따른 신시장 대응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였습니다.
2025년 롯데웰푸드의 연결 매출은 4조2,160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컸습니다. 이 가운데 수출 2,396억원과 해외 법인 매출 9,651억원을 합친 글로벌 매출이 1조2,047억원이었습니다. 회사가 따로 집계하는 빼빼로 브랜드 매출 2,430억원은 이 큰 몸통 안에 있는 한 브랜드의 몫입니다.
몸집은 커졌지만 남는 돈은 얇았습니다. 2025년 영업이익은 1,095억원으로 전년보다 30.3%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2.6%였습니다. 100원어치를 팔아 2.6원을 남겼습니다. 이익이 줄어든 이유로는 원재료 부담과 일회성 비용이 꼽혔고, 그 원재료 부담에는 2024년 시작돼 2025년까지 이어진 코코아값 급등이 들어 있습니다.
코코아값이 뛰어도 빼빼로 값은 그대로
코코아값은 올해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ICE)의 코코아 선물은 2026년 3월 톤당 3,100달러대까지 내려갔다가 8월 말 6,000달러를 넘었고, 10월 26일에도 5,503달러로 3월 저점보다 80% 가까이 높았습니다. 초콜릿을 입힌 빼빼로는 이 값의 영향을 직접 받습니다. 회사는 구매 시점·계약 조건·환율·재고가 함께 반영되기 때문에 선물값이 원가에 곧바로 똑같이 옮겨 붙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가격표에서 빼빼로는 다른 과자와 따로 움직입니다. 롯데웰푸드는 2026년 1분기 인도·러시아·파키스탄 법인에서 제품 가격을 최대 15% 올렸는데, 빼빼로는 대상에서 뺐습니다. 3월에 밀가루·설탕·전분당 값이 내린 품목의 가격을 내릴 때도 빼빼로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올릴 때도, 내릴 때도 빼빼로는 명단에 없었습니다. 회사는 빼빼로데이 이후 연말이나 내년 초에도 가격 조정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가격표만 놓고 보면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빼빼로는 원재료 가격이 움직이는 가운데서도 가격 조정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연간 납품매출의 절반가량이 몰리는 시즌에도 가격 조정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이제 11월 11일을 수출한다
빼빼로가 어디서 커졌는지는 국내와 수출을 나눠 보면 보입니다. 2023년 2,020억원이던 빼빼로 매출은 2025년 2,430억원이 됐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1,480억원에서 1,450억원으로 줄었다가 1,560억원으로 돌아왔고, 수출은 2023년 540억원에서 2025년 87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2년 동안 늘어난 410억원 가운데 330억원이 수출이었습니다. 2020년 290억원이던 수출은 5년 만에 세 배가 됐습니다.
회사가 바다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과자 상자만이 아닙니다. 롯데웰푸드는 2020년부터 빼빼로데이를 해외에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고, 2025년에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빼빼로데이 행사를 열었습니다. 빼빼로는 지금 50개국 넘는 나라로 나갑니다. 2026년 상반기 수출은 약 530억원이었고, 회사는 올해 처음으로 연간 수출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봅니다. 목표는 2035년 연매출 1조원 브랜드입니다.
만드는 곳도 처음으로 한국 밖에 생겼습니다. 회사는 2024년 1월 약 330억원을 들여 인도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생산 라인을 들이기로 했고, 2025년 현지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첫 해외 빼빼로 생산 기지입니다. 인도는 이미 롯데웰푸드가 초코파이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시장으로, 2024년 인도 매출은 2,905억원이었습니다. 2025년 7월에는 과자 법인 롯데인디아와 아이스크림 법인 하브모어를 하나로 합쳤고, 2032년 인도 연매출 1조원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빼빼로가 한국 밖에서 처음 자리 잡은 공장은, 회사가 연매출 1조원을 내건 해외 시장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다시 편의점 앞 빨간 상자로 돌아가 보면, 빼빼로는 이 회사의 여러 제품 가운데 가격 조정 대상에서 빠진 브랜드입니다. 코코아값이 뛰는 가운데 가격 조정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늘어난 빼빼로 매출은 대부분 수출에서 나왔습니다. 지난해 빼빼로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한 비중은 5% 안팎이었습니다.
한국에서 11월 11일은 부산·경남의 여학생들이 만들었고, 회사는 거기에 물건을 댔습니다. 바다 밖에서는 그 날짜를 만드는 일부터 롯데웰푸드가 직접 해야 합니다.
작성 기준: 롯데웰푸드 2025년 연간 실적 보도(스마트투데이 2026년 2월 6일, 연결 매출·영업이익·수출·해외 법인 매출·글로벌 매출), 빼빼로 매출·납품 시즌·가격 동결·코코아 선물가격 보도(EBN 2026년 10월 28일), 빼빼로 출시·기원·누적 판매 보도(시대 2026년 11월 5일), 2035년 목표·유럽 비중·수출국 보도(딜사이트 2026년 10월 30일), 4분기 매출 비중 보도(비즈워치 2023년 11월 7일), 2022년 유통사별 11월 판매 비중 보도(아시아경제 2022년 11월 7일), 롯데푸드 합병과 사명 변경 보도(CEO스코어데일리 2023년 3월 14일), 인도 공장·법인 합병 보도(더팩트 2025년 7월 23일, 푸드투데이 2025년 7월 2일), 글로벌 캠페인·타임스스퀘어 행사 보도(뉴스토마토 2025년 11월 6일, 헤럴드경제 2025년 11월 11일)(2026년 11월 8일 확인). 빼빼로 매출은 회사가 집계한 브랜드 매출(국내 납품매출+수출)이며 연결 매출과 집계 기준이 다릅니다. 100원당 영업이익(2.6원)과 2023~2025년 증가분(410억원·330억원)은 보도 수치로 계산한 값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