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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국세 추진, 장기 정착 혜택과 충돌하는 거주 6년 기준

서학개미 투자포럼 편집팀 ·

이탈리아의 출국세 추진은 부유층에게 머물 비용보다 떠날 시점을 먼저 계산하게 만든다. 미실현 이익에 26%를 매기는 안의 거주 6년 기준이 기존 장기 정착 혜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국세 추진, 장기 정착 혜택과 충돌하는 거주 6년 기준

뉴스 핵심

  • 자산 80만유로는 대상자를 가르는 기준이며, 26%의 과세 대상은 자산 전체가 아니라 미실현 이익이다.
  • 정액세는 최대 15년간의 거주 혜택을 제시하지만, 출국세의 거주 이력 기준은 장기 정착 전에 이동을 고민하게 할 수 있다.
  • 출국 후 자산을 일정 기간 처분하지 않으면 환급받을 수 있어, 출국 시 납부액과 최종 부담을 구별해야 한다.

주식을 팔지 않았는데 무엇으로 세금을 내나

주식은 계좌에 그대로 있는데 거주지를 옮기는 순간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매각 대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보유 중 오른 가격을 근거로 납세 부담이 생긴다. 이탈리아가 추진하는 출국세의 출발점이다.

예산안 초안은 자산 80만유로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해외로 이주할 때 미실현 이익에 26%를 과세하도록 했다. 자산 전체에 세율을 곱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대상자를 가르는 기준은 보유 자산이고, 세금을 매기는 대상은 평가이익이다.

자산가의 계산에는 그래서 세액뿐 아니라 납부할 현금도 들어간다. 계속 보유하려던 금융자산과 이주 계획을 따로 생각하기 어려워진다. 거주지를 바꾸는 선택에 자산 처분과 현금 마련이라는 문제가 따라붙는 구조다.

아직 시행 중인 세금은 아니다. 의회 승인이 필요한 도입안이다.

대상자를 가르는 기준은 보유 자산 80만유로 이상이다.
대상자를 가르는 기준은 보유 자산 80만유로 이상이다.

왜 이탈리아는 15년 혜택을 내걸었나

이탈리아는 해외 부유층과 전문인력이 자국에 정착하도록 세금 부담을 낮춰 왔다. 그 중심에 2017년 도입한 정액세, 플랫택스가 있다. 해외에서 이주한 부유층이 해외 소득에 대해 최대 15년간 매년 정해진 세금을 낼 수 있는 제도다.

이 혜택의 매력은 단순히 세금이 적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장기 거주를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앞으로 낼 세금을 가늠할 수 있다는 가치도 있다. 어디에 정착할지 고를 때, 해마다 달라질 소득과 별개로 세금의 윤곽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이탈리아인과 신규 이주 전문직 종사자에게도 5년간 급여 일부에만 소득세를 부과하는 혜택을 제공했다. 부유층에게는 해외 소득의 세금 부담을, 전문인력에게는 일해서 번 돈의 부담을 낮춰 정착을 유도한 것이다.

그런 나라가 이제 떠날 때의 비용을 추가하려 한다. 들어올 때 제시한 혜택과 나갈 때 적용할 과세를 함께 읽어야, 이번 제안이 왜 거주 계획 자체를 흔드는지 보인다.

2017년 도입된 정액세는 해외에서 이주한 부유층에게 해외 소득 관련 정해진 세금을 낼 수 있게 했다.
2017년 도입된 정액세는 해외에서 이주한 부유층에게 해외 소득 관련 정해진 세금을 낼 수 있게 했다.

거주 6년은 어떻게 출국 시한이 되나

출국세 적용 대상은 출국 전 10년 가운데 최소 6년 동안 이탈리아의 세법상 거주자였던 사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적이나 여행 기간이 아니라 세법상 거주 이력이다. 오래 머문 뒤 떠나는 사람에게 과세 문턱이 생긴다.

이미 그 문턱을 넘은 사람에게 출국세는 떠날 비용이다. 아직 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계속 살다가 과세 대상이 될지, 그 전에 거주지를 옮길지 비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같은 규정이 거주 이력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자극한다.

무어 킹스턴 스미스의 팀 스토볼드 세무 책임자도 이 제안이 거주 6년 기준에 도달하기 전 출국을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기 이탈이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도가 사람의 계산을 어느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경고다.

편집부가 보는 정책의 급소는 여기에 있다. 장기 정착을 유도하던 나라가 오래 살수록 향후 이동에 부담이 붙는 기준을 만들면, 정착을 고민하던 사람에게 먼저 출국 시점을 정하라고 재촉할 수 있다.

해외로 옮긴 뒤 일정 기간 금융자산을 현금화하지 않으면 출국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한 안이다.
해외로 옮긴 뒤 일정 기간 금융자산을 현금화하지 않으면 출국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한 안이다.

정액세 인상 뒤 출국 비용까지 붙는다면

정액세 부담은 이미 올라갔다. 도입 당시 연간 10만유로였던 세액은 최근 두 차례 인상을 거쳐 신규 이주자 기준 30만유로가 됐다. 밀라노에 모여든 초고액 자산가들을 둘러싼 비판 여론 속에서 유치 혜택을 줄이는 변화가 이어졌다.

정액세 인상과 출국세는 가계부의 다른 자리를 건드린다. 정액세는 그곳에 살면서 해마다 낼 돈을 바꾼다. 출국세는 언젠가 다른 나라로 옮길 때의 비용을 바꾼다. 현재의 생활비 계산에 미래의 이동 비용이 더해지는 셈이다.

미시콘 드 레야의 찰리 소스나 프라이빗 자산·세무 부문 책임자는 이미 이탈리아에 이주했거나 거점을 둔 고객들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봤다. 새로 올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대목이 중요하다. 정착을 끝낸 사람에게도 기존 계획을 다시 계산할 이유가 생긴다.

이 불안의 핵심을 세율 하나로만 보면 이야기가 좁아진다. 자산가가 따져야 할 것은 지금의 세금과 앞으로 떠날 자유의 비용이다. 유치 정책의 경쟁력도 입국 당시의 혜택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출국세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도입안이다.
출국세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도입안이다.

환급이 있어도 떠날 때의 부담은 남는다

해외로 옮긴 뒤 일정 기간 금융자산을 현금화하지 않으면 납부한 출국세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떠날 때 낸 돈이 모두 영구적인 세금으로 남는 설계는 아니다. 자산을 언제 처분하느냐에 따라 최종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먼저 내고 나중에 돌려받는 돈은 처음부터 내지 않는 돈과 다르다. 환급을 받을 수 있더라도 납부와 환급 사이에는 자금을 마련하고 기다리는 문제가 남는다. 환급 장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출국 시점의 부담까지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의 세수 전망에도 환급이 반영됐다. 내년에는 370만유로, 이후 4년간은 연간 670만유로를 조금 웃도는 세수를 예상했다. 2032년부터는 환급 신청 가능성을 고려해 연간 340만유로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에도 처음 걷은 세금과 끝내 남는 세금이 다르다. 이 제도를 평가하려면 부과 세율뿐 아니라 환급 이후의 수입, 그 과정에서 거주 선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세수 전망만으로 유치 정책 전체의 손익을 판정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가 붙잡아야 할 것은 체류 기간

이탈리아가 풀어야 할 문제는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만이 아니다. 혜택을 보고 들어온 사람이 그 나라를 얼마나 오래 거주지로 선택하게 만들 것인가도 걸려 있다. 출국세는 떠나는 사람에게 적용되지만, 그 규정은 남아 있는 사람의 계획에도 들어간다.

조기 이탈이 실제로 얼마나 생길지는 의회가 확정할 규정과 당사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선택의 방향이다. 과세 문턱을 넘기 전 떠나는 편이 유리해진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면, 출국 비용을 높이는 장치가 오히려 출국 결정을 앞당길 수 있다.

편집부는 이번 제안의 약점을 세율보다 시간표에서 찾는다. 장기 거주 혜택을 내걸면서 일정 거주 이력 이후의 이동에 비용을 붙이면, 두 정책은 같은 사람에게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낸다. 오래 머물라는 초대와 너무 오래 머물기 전에 계산하라는 신호다.

세금으로 사람을 붙잡으려면, 그 세금이 언제 떠날지를 가르쳐 주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봐야 한다.

시장 뉴스 · 동학개미 기자 ·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기사는 이탈리아 출국세 도입안의 구조를 설명하며 투자나 해외 이주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의회 심의와 과세 범위·환급 요건에 따라 실제 부담이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 및 거주지 변경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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