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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공장은 공장이 없다, 빈 병과 라벨을 사서 코스맥스에 보낸다

서학개미 투자포럼

마녀공장은 공장이 없다, 빈 병과 라벨을 사서 코스맥스에 보낸다

2022년 올리브영 어워즈 클렌징 부문 1위에 오른 퓨어 클렌징 오일은 2024년 12월까지 1,400만개가 팔렸다. 일본에서는 돈키호테와 로프트 등 6,700여 점포 진열대에 놓이고, 미국에서는 코스트코와 얼타 매장에 들어갔다. 병 뒤에 적힌 회사 이름은 마녀공장(439090)이다.

이름과 달리 마녀공장에는 공장이 없다. 자체 생산설비 없이 위탁 공장에 맡겨 제품을 만든다. 회사가 직접 사는 것은 내용물이 아니라 그것을 담을 빈 병과 튜브, 종이 상자, 라벨이다.

마녀공장은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화장품 이름을 키우는 회사다. 이 회사에서 먼저 볼 자산은 생산 기계보다 브랜드와 판매망이다. 7년 사이 두 차례 경영권 거래를 거친 회사의 몸통도 여기에 있다. 10월 2일 이사회가 결의한 50억원짜리 자기주식 취득 신탁도 이 자리에서 읽어야 숫자가 제 뜻을 갖는다.

빈 병과 라벨을 사서 보낸다

마녀공장 — 빈 병을 보내고 제품을 받는다 도판

마녀공장의 생산은 한 줄로 끝난다. 코스맥스, 클라젠 같은 위탁 공장이 만든다. 마녀공장은 화장품 용기, 튜브, 단상자라 부르는 종이 상자, 라벨을 직접 사서 그 공장에 보낸다. 공장은 내용물을 만들어 그 그릇에 채워 돌려준다.

2025년 장부가 이 구조를 숫자로 보여 준다. 병·튜브·상자·라벨을 사는 데 169억원, 공장에 내용물을 채워 달라고 준 외주가공비가 233억원이었다. 둘을 더한 402억원이 그해 매출 1,130억원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다. 같은 해 연구개발비는 2억4,760만원, 매출의 0.22%였다.

이 두 숫자가 회사의 몸을 그린다. 제품을 조달하는 돈은 자체 생산설비보다 포장재와 외주가공으로 흘러간다. 공장이 없으니 매출이 늘어도 새로 지을 생산 라인이 없고, 매출이 줄어도 멈춰 세울 기계가 없다. 자체 공장 가동률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브랜드가 끌어오는 주문이다. 그 주문을 받아 줄 위탁업체의 생산 능력도 함께 필요하다. 「공장」은 간판 안에만 있다.

돌콩 오일 한 병이 회사를 끌었다

2012년 3월, 화상 피부 치료를 연구하던 연구원과 온라인 쇼핑 전문가 두 사람이 자본금 5,000만원으로 회사를 세웠다. 첫 판매처는 매장이 아니라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였다. 2012년 4월 첫 제품인 에센스를 티몬에서 팔기 시작했고, 2013년 8월 티몬 누적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었다. 처음부터 공장이 아니라 온라인 판매 화면에서 자란 회사다.

마녀공장 — 오일 한 병이 국경을 넘었다 도판

퓨어 클렌징 오일은 2013년 3월에 나왔다. 내용물의 70%가 집에서 먹는 기름으로도 쓰는 돌콩 오일이고, 여기에 식물성 오일 14가지를 섞었다. 이 병 하나가 회사의 무게중심이 됐다. 상장을 앞둔 2022년 이 한 품목이 매출의 24.5%, 약 250억원이었다. 클렌징 제품 전체로 넓히면 2025년 매출의 58.32%인 659억원이다.

이 병을 멀리 실어 나른 곳은 일본이다. 2022년 매출의 55%가 수출이었고, 그 수출의 76%가 일본이었다. 온라인몰 큐텐과 라쿠텐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 1위에 올랐고, 오프라인에서는 할인점 돈키호테와 잡화점 로프트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에서 시작해 코스트코 온라인을 거쳐 2024년 7월 코스트코와 얼타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갔다. 2025년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60%다. 국내 올리브영과 대형 매장에는 직접 납품하고, 해외 아마존·큐텐·라쿠텐 판매 채널은 직접 운영한다. 그 밖의 국가와 채널에서는 현지 판매업체와 손잡는다. 같은 브랜드라도 매장에 물건을 넘겨 받는 매출과 온라인 소비자에게 직접 팔아 받는 매출이 함께 들어온다.

공장 없는 회사가 국경을 넘는 방식은 공장 있는 회사와 다르다. 일본 진열대가 6,700여 곳에 이른 뒤에도 마녀공장의 생산은 여전히 자체 설비가 아니라 위탁 공장의 몫이다. 새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 위탁 생산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생산설비를 직접 보유하는 일과 판매 지역을 넓히는 일이 분리돼 있다.

이름이 두 번 팔렸다

마녀공장 — 회사 지분의 주인이 바뀌었다 도판

2018년 11월, 창업 7년 차 마녀공장의 지분 70%를 메디힐 마스크팩으로 알려진 엘앤피코스메틱이 샀다. 그때 매겨진 회사 전체 값은 250억~300억원 수준이었다. 두 회사가 밝힌 거래 이유는 온라인 시장 확대와 국내 오프라인 영업 강화였다. 온라인이 필요한 마스크팩 회사와 매장이 필요한 온라인 브랜드가 만난 거래다.

마녀공장은 2023년 6월 코스닥에 올랐다. 그리고 2025년 초, 엘앤피코스메틱은 들고 있던 마녀공장 주식 849만4,598주, 지분 51.87%를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약 1,900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회사 전체로 치면 3,700억원, 당시 시가총액 2,508억원에 48%가량을 얹은 값이었다. 4월 30일 최대주주가 케이뷰티홀딩스 유한회사로 바뀌며 거래가 끝났다.

7년 사이 회사 전체 값이 10배를 넘게 뛰었다. 그사이 마녀공장이 지은 공장은 없다. 두 번의 거래는 회사 지분 거래다. 브랜드만 따로 사고판 거래는 아니다. 그래도 자체 생산설비가 없는 이 회사에 값을 매길 때 브랜드와 판매망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생산을 맡길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가 고르는 이름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2025년, 클렌징 매출이 줄었다

매출이 한 제품군에 몰려 있으면 브랜드가 커져도 그 제품군의 부진을 피해 가기 어렵다. 2025년 클렌징 매출은 736억원에서 659억원으로 10% 넘게 줄었고, 스킨케어는 248억원에서 161억원으로 35% 줄었다. 앰플과 세럼이 197억원에서 228억원으로 늘었지만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전체 매출은 1,279억원에서 1,130억원으로 11.7% 줄었고, 영업이익은 186억원에서 105억원으로 43.7% 줄었다. 매출보다 이익이 4배 가까이 빠르게 빠졌다. 기계를 세워 둘 일이 없는 회사도 덜 팔리는 해에는 이익이 먼저 꺾인다는 것을 2025년 장부가 보여 줬다.

판매 상대에게도 주문이 모여 있다. 가장 큰 거래처 한 곳이 2025년 매출의 21.08%를 차지했다. 마녀공장의 급소는 공장 가동률이 아니라 클렌징 제품군과 주요 판매처에 집중된 주문이다.

공장 대신 자기 주식을 샀다

마녀공장 — 자기 이름의 조각을 되산다 도판

2025년 말 마녀공장의 자산은 1,327억원, 부채는 100억원이었다. 부채비율 8.2%의 회사이고, 그때까지 자기 주식은 한 주도 없었다.

올해 그 장부가 달라졌다. 3월에 50억원, 6월에 100억원짜리 자기주식 취득 신탁을 맺었고, 8월 취득을 마치고 신탁을 풀었을 때 회사 금고에는 자기 주식 134만2,123주가 있었다. 발행주식 1,639만3,260주의 8.19%다. 10월 2일에는 NH투자증권과 50억원짜리 신탁을 하나 더 맺기로 했다. 전날 종가 1만5,120원으로 계산하면 33만687주이고, 기간은 내년 4월 1일까지다. 계획대로 다 사면 회사가 쥔 자기 주식은 발행주식의 10%를 넘는다.

자체 공장 증설을 하지 않는 사업 구조에서 현금 배분은 다른 모습을 띤다. 마녀공장은 2026년 자기주식 취득 신탁을 선택했다. 브랜드를 키울 광고와 유통, 제품을 조달할 운전자금 역시 현금이 필요한 자리다. 공장이 없다고 돈 쓸 곳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을 넘기는 거래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거래는 서로 다르다. 두 거래를 관통하는 사업의 질문은 같다. 다른 공장에서도 채울 수 있는 병을, 소비자는 왜 마녀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집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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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50억원(2026.10.02), 신탁계약 공시 요약(2026.10.02), 마녀공장 사업보고서 2025년, 마녀공장 사업보고서 2024년, 창업과 티몬 판매(2023.11.06), 창업자와 퓨어 클렌징 오일 성분(2025.01.03), 누적 판매와 일본·미국 유통(2024.12.09), 증권신고서 매출 구조(2023.05), 상장과 엘앤피코스메틱(2023.06.08), 엘앤피코스메틱 지분 70% 인수(2018.12.12), 케이엘앤파트너스 인수, 기업가치 3,700억원(2025.01.03), 경영권 매각(2025.01.05), 2025년 실적과 재무(2026.10.01), 제품별 매출과 클렌징 비중(2026.08.06), 100억원 신탁 해지와 자기주식 보유(2026.08.12). 공시 계기: 2026.10.02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결정).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8일. 공시 계기는 2026년 10월 2일이며 연간 수치는 2025년 기준이다. 매출·이익은 회사 사업보고서와 보도에 나온 연결 기준 수치입니다. 자기주식 취득 수량은 신탁 기간의 주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업 구조에 관한 필자의 해석을 포함합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마녀공장은 공장이 없다, 빈 병과 라벨을 사서 코스맥스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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