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에이치티 급락 이유, 8년 동안 주인이 바뀌어도 매출은 램프와 배터리 회로기판

금호에이치티 감자와 지분 공시 뒤에 있는 회사. 주인 사슬이 바뀌고 바이오에 손댔던 사이, 매출은 자동차 램프와 전기차 BMS, 인도 공장이 만들었다.

10월 20일 금호에이치티(214330) 주가가 25.44% 떨어진 5,920원에 거래됐습니다. 거래량은 25만 9천여 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 6만 4천여 주의 4배를 넘었습니다.
하루 전인 10월 19일, 회사는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하고 주주명부 기준일을 정했습니다. 같은 날 최대주주 측 지분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에코볼트 352만5,183주(33.71%), 오성첨단소재 158만431주(15.12%)에 임원 두 사람 몫을 더하면 발행주식 1,045만6,929주 가운데 49.21%입니다. 보고서에 적힌 보유 목적은 '경영권 영향'입니다.
이 보고서에 이름이 오른 회사들은 금호에이치티 위에 쌓인 층입니다. 지난 8년 동안 그 위층은 여러 번 다시 짜였고, 그때마다 이 회사는 바이오 합병, 완성차 인수전 참여, 감자 같은 큰 거래의 무대가 됐습니다. 그 사이 실제로 매출을 만든 것은 아래층, 자동차 램프와 전기차 배터리 회로기판이었습니다.
뿌리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구였습니다
회사의 모태는 금호전기와 금동전기, 일본 TLT가 합작해 세운 금동전구입니다. 승용차 바깥과 실내 조명에 들어가는 백열전구가 출발점이었습니다.
지금 그 자리는 LED 모듈이 차지했습니다. 차 뒤편에서 후미등과 브레이크등, 방향지시등을 한 덩어리로 묶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RCL), 낮에도 켜 두는 주간 주행등(DRL), 헤드램프 안에 들어가는 LED 모듈이 이 회사 물건입니다.
전환은 숫자로 보입니다. 2021년 회사 단독 매출의 78.6%가 LED 모듈, 14.8%가 백열전구였습니다. 백열전구 매출은 2018년 521억원에서 2022년 4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LED로 건너온 뒤의 자리가 1등은 아닙니다. 국내 LED 램프 시장점유율은 약 24%이고,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로 봅니다. 증권가가 이 회사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곳은 에스엘, SNT모티브, 에이팸, 인팩, 유라테크입니다.

주인이 바뀌자 회사는 신약 개발사를 품었습니다
2018년 금호전기 계열이 들고 있던 최대주주 지분 369만8,653주가 370억원에 루미마이크로 측으로 넘어갔습니다. 합작의 한 축이던 금호전기 쪽이 이 회사에서 손을 뗀 순간입니다.
그 뒤 오성첨단소재 계열이 에스맥을 거쳐 대주주 자리에 앉았습니다. 2020년 무렵 지배 사슬은 이스트버건디→오성첨단소재→에스맥→금호에이치티→다이노나→화일약품으로 이어졌습니다. 금호에이치티는 사슬 한가운데에서 아래로 바이오 회사들을 달고 있었습니다.
돈도 그 방향으로 나갔습니다. 금호에이치티는 크리스탈지노믹스 지분에 모두 432억원을 넣었고, 2021년 11월에는 신약개발사 다이노나를 합병해 바이오의약 사업부를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면역항암제 DNP002가 임상 1상을 마치고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2022년 4월에는 쌍용차를 인수하려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참여의향서를 보냈습니다. 같은 해 위층의 에스맥과 오성첨단소재는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거래가 멈춰 있었습니다. 램프 부품사가 완성차 인수전에 이름을 올린 해, 그 위의 두 회사는 장에서 사고팔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바이오의 성적표는 무거웠습니다. 임상 1상과 비임상 초기 단계라 매출은 미미했습니다. 다이노나를 합병하며 장부에 얹어 둔 웃돈 205억원은 2022년 손실로 털어 냈습니다. 지분을 가진 회사들의 손실 가운데 제 몫으로 떠안은 금액도 2020년 25억원, 2021년 42억원, 2022년 34억원이었습니다.

그 사이 매출을 키운 건 전기차 배터리 회로기판이었습니다
바이오 손실을 털던 2022년 12월, 회사는 국내 배터리 모듈 업체에 BMS 회로기판 샘플을 보냈습니다. BMS는 배터리 모듈 안에서 충전과 방전을 조절하고, 전압·전류·온도를 지켜보다가 냉각까지 제어하는 기판 조립품입니다. 전구와 LED 모듈을 기판 위에 얹어 만들던 회사가 그 기술을 배터리 쪽으로 옮긴 것입니다.
숫자가 붙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2023년 BMS 매출은 158억원이었습니다. 2024년에는 상반기에만 215억원을 올려, 6개월 만에 전년 1년 치를 넘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1% 늘어난 금액이고, 2024년 한 해 BMS 관련 제품 매출은 225.1% 늘었습니다.
회로기판에서 그치지 않고 배터리 모듈 조립품(BMA)도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장기계약이라 매출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합니다. 2025년 5월에는 신규 차종에 BMA 공급이 더해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바람도 이쪽으로 불었습니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뒤 정부가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내놓았고, 완성차 업계의 BMS 적용이 넓어지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BMS는 고급 센서와 알고리즘을 통해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기차 필수 부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사 가는지는 이름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회사는 고객을 '글로벌 완성차 기업', '국내 굴지의 자동차 기업'으로만 밝히고 실명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램프는 인도로, 그리고 차 안으로 길을 냈습니다
본업인 램프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2023년 11월 인도 법인을 세웠고, 첸나이 공장에서 차량용 LED 모듈을 양산해 현지 완성차에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해외 매출은 15.7% 늘었고, 인도로 간 매출은 102.8% 늘었습니다. 헤드램프용 LED 모듈 매출이 크게 뛴 결과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인도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 증가와 실적 개선 추세가 본격화됐다"고 말했습니다.
헤드램프는 다음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회사는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LED 지능형 픽셀라이팅 개발'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뽑혀 3년간 30억원을 받습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20μm 크기 LED 5,000여 개를 화면의 점처럼 하나하나 켜고 끄는 헤드램프이고, 한국광기술원과 사피엔반도체가 함께합니다. 회사는 "헤드램프 개발을 완료하고 인도 완성차 기업에 해당 제품을 납품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25년 3월에는 자율주행과 연동되는 지능형 헤드램프 시제품을 내놓으며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습니다.
차 안쪽에도 새 자리가 생겼습니다. 2025년 4월 국내 완성차 1차 협력사 S사로부터 실내 무드램프 3종을 수주했습니다. 실내 콘솔과 도어 트림에 들어가 밝기와 색감을 조절하는 조명으로, 그해 6월과 8월부터 양산·공급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회사가 실내를 고른 이유는 규제입니다. 차 바깥 조명은 법규에 묶여 커질 여지가 작고, 실내 조명은 그런 규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 회사 설명입니다. 국내 실내 무드등 시장은 업계 추정으로 약 1조원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는 국내 자동차 조명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생산 역량(CAPA), 고객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호에이치티 감자와 합병, 위층은 올해 다시 짜였습니다
아래층이 매출을 넓히는 동안 위층에서는 또 큰 거래가 진행됐습니다. 회사는 2026년 2월과 3월 감자 결정을 공시했고, 3월 6일 주식병합을 결정했습니다.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주식 수만 줄이는 50% 무상감자입니다. 발행주식은 2,180만4,651주에서 1,045만6,929주로 줄었고, 줄어든 주식은 7월 8일 다시 상장됐습니다.
주식 수는 절반 아래로 줄었는데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율이 42.31%에서 49.21%로 올라갔습니다. 10월 19일 보고서의 49.21%가 바로 그 숫자입니다.
최대주주 자체도 바뀌는 중입니다. 지분 33.71%를 가진 에코볼트는 차량용 LED 조명 모듈과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금호에이치티와 같은 업종 회사입니다. 그 에코볼트가 오성첨단소재 계열 알에프텍에 흡수합병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알에프텍이 남고 에코볼트는 없어지며, 금호에이치티 지분 33.71%는 알에프텍이 넘겨받을 예정입니다.
사슬은 '오성첨단소재→에코볼트→금호에이치티'에서 '오성첨단소재→알에프텍→금호에이치티'로 한 칸 줄어듭니다. 알에프텍은 모바일 부품과 5G 기지국 안테나·필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금호에이치티 바로 위 주인이 램프를 만드는 회사에서 통신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바뀌는 셈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바뀝니다.
맨 꼭대기는 그대로입니다. 오성첨단소재의 최대주주는 지분 13.10%를 가진 이스트버건디이고, 이스트버건디는 조경숙 회장이 100% 가진 회사입니다. 김두인 대표는 오성첨단소재 대표이면서 금호에이치티 대표이사를 7년간 맡아 왔고, 금호에이치티 임원으로 3만5,000주를 갖고 있습니다.

금호에이치티 전망, 답은 주총 안건보다 아래층 숫자에 있습니다
10월 19일에 나온 공시는 주총 날짜와 주주 명단 기준일, 최대주주 지분에 관한 것입니다. 모두 위층의 서류입니다. 이 회사의 일감을 보여 주는 숫자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최근 세 해 금호에이치티 매출은 3,643억~4,449억원이었고, 영업에서는 해마다 62억~119억원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최종 손익은 세 해 모두 적자였고, 손실 폭은 149억~233억원이었습니다. 램프와 회로기판을 팔아 번 돈보다 큰 금액이 영업 바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사업 구성은 다시 한쪽으로 모였습니다. 2026년 2분기 사업 부문 집계에서 금호에이치티의 주요 사업은 자동차부품 100%로 잡힙니다. 신약으로 넓혔던 회사가 매출표만 놓고 보면 전구 회사 시절과 같은 업종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회사를 가늠할 기준도 분명합니다. 장기계약이라던 BMS·BMA 납품이 신규 차종으로 얼마나 넓어지는지, 첸나이 공장의 헤드램프 모듈과 마이크로 LED 헤드램프가 인도 완성차에 실제로 들어가는지, 무드램프가 매출로 얼마나 잡히는지입니다. 주총과 알에프텍 합병은 지분표를 바꾸지만 이 숫자들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8년 동안 주인 사슬은 여러 번 다시 짜였고, 회사는 신약과 완성차 인수전까지 오갔습니다. 그동안 매출표에 꾸준히 숫자를 올린 이름은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램프와 배터리 회로기판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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