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108개 코인을 놓고 업비트에서는 1개만 스프레드가 1%를 넘었지만 디지털엑스에서는 83개가 넘었다. 가상자산 시장조성(LP)을 허용하는 것만으로는 이 격차가 줄지 않는다. 관건은 호가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꾸준히 대도록 의무를 짜느냐이고, 성과는 중소형 거래소의 실제 체결 비용과 지원 종료 뒤 호가 유지로 재야 한다.
업비트·디지털엑스 스프레드 격차, 같은 코인인데 1개와 83개

뉴스 핵심
- 같은 108개 종목 중 스프레드 1% 이상은 업비트 1개, 디지털엑스 83개로 거래소 간 비용 격차가 크다.
- LP 허용만으로는 대형 거래소 쏠림이나 지원 종료 뒤 호가 소멸로 격차가 남을 수 있다.
- 제도 효과는 중소형 거래소 하위 종목의 슬리피지 감소와 지원 종료 뒤 호가 유지력으로 판단해야 한다.
같은 코인인데 왜 거래소마다 사는 값이 다른가
같은 코인을 사도 어느 거래소에서 사느냐에 따라 치르는 값이 다르다. 사려는 사람이 부르는 값과 팔려는 사람이 부르는 값 사이의 틈, 스프레드 때문이다.
스프레드는 눈에 안 보이는 수수료다. 방금 산 코인을 곧바로 되팔면 그 틈만큼 손해를 보고 나온다. 틈이 1%라면 사고팔 때마다 1%를 길바닥에 흘리는 셈이다.
비트플래닛(049470)은 10월 14일 낸 보고서에서 이 틈을 거래소별로 직접 쟀다. 전날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에 함께 상장된 108개 종목의 호가를 30회 들여다본 결과다.

업비트 1개, 디지털엑스 83개: 같은 108개 종목의 성적표
스프레드가 1%를 넘는 종목은 업비트에서 1개, 비중으로 0.9%였다. 빗썸은 9개(8.3%)였다.
아래로 내려가면 그림이 바뀐다. 코인원은 60개(55.6%), 디지털엑스는 83개(76.9%)였다.
같은 날, 같은 종목이다.
코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코인이 놓인 장터의 문제라는 뜻이다. 디지털엑스 이용자는 관측 종목 열 개 중 일곱 개 넘게 1% 이상의 틈을 안고 거래한다.

시장조성(LP)은 이 틈을 어떻게 메우나
시장조성은 늘 사겠다는 값과 팔겠다는 값을 동시에 걸어 두고 누가 오든 거래 상대가 돼 주는 일이다. 장터에 항상 문 연 도매상이 있는 것과 같다.
그 도매상이 양쪽 값을 촘촘히 걸어 두면 스프레드가 좁아진다. 이용자가 흘리는 비용도 그만큼 줄어든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 시장조성이 아직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호가가 얇은 거래소는 얇은 채로 남아 있다.

LP를 허용해도 격차가 그대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LP를 풀어 주면 바로 해결될 것 같지만, 보고서는 두 갈래의 실패를 경고했다.
첫째는 쏠림이다. 시장조성자도 장사꾼이라 거래가 몰리는 대형 거래소로 먼저 간다. 이미 틈이 좁은 업비트에 도매상이 더 붙고, 틈이 넓은 디지털엑스는 그대로일 수 있다.
둘째는 철수다. 거래소가 보수를 주는 동안만 호가를 걸다가 지원이 끊기면 호가도 사라진다. 그러면 제도는 한철 행사로 끝난다.
두 경우 모두 결과는 같다. 제도는 생겼는데 거래소 간 격차는 줄지 않는다.
보고서가 내놓은 설계: 외부 위탁, 보수와 의무 비율 공시
처방은 셋이다. LP는 거래소와 독립된 외부 사업자에게 맡기는 방식부터 단계적으로 들인다.
거래소가 LP에 주는 보수와 LP가 지켜야 할 호가 유지 의무 비율은 서로 공시한다. 돈을 얼마 주고 그 대가로 얼마나 호가를 걸게 했는지 밖에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외부 위탁을 앞세운 이유는 이해상충을 줄이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거래소가 직접 호가를 대면 장터 주인이 장사까지 하는 구조가 된다.
공시는 쏠림과 철수 둘 다를 겨냥한다. 의무 비율이 드러나면 보수만 받고 호가는 시늉만 내는 계약이 버티기 어렵다.
제도가 성공했는지는 어디서 판가름 나나
보고서는 성적표 기준도 정했다. 중소형 거래소 하위 종목의 슬리피지, 즉 주문했을 때 기대한 값과 실제 체결된 값의 차이가 줄었는지가 첫째다.
둘째는 지원이 끝난 뒤에도 호가가 남아 있는지다.
이 두 지표는 일부러 가장 약한 곳을 본다. 업비트 대형 코인의 스프레드가 더 좁아져도 그건 성과로 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우리가 보기에 LP 논쟁의 핵심은 허용이냐 금지냐가 아니다. 돈과 유동성이 이미 넘치는 곳으로 더 흐르느냐, 비용을 가장 많이 내는 중소형 거래소 이용자에게 닿느냐다. 앞의 디지털엑스 83개가 몇 개로 줄었는지, 지원 종료 뒤에도 그 숫자가 버티는지가 이 제도의 진짜 성적표다.
이 글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호가 구조와 시장조성 제도를 설명한 것이며 특정 거래소나 코인의 매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관측 결과는 하루 30회 측정치라 시점과 종목에 따라 스프레드가 달라질 수 있고, 가상자산 거래의 손실과 판단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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