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싱가포르 성과보수 면세 추진, 운용사가 오면 법률·회계 일감도 온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성과보수 면세와 비자 혜택으로 헤지펀드·운용사 유치전을 벌인다. 세수를 포기하는 이유는 운용사 한 곳이 오면 법률·회계·감사·수탁 수요가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두 도시는 본토 연결과 외환·자산관리라는 서로 다른 무기로 맞선다.

뉴스 핵심
- 홍콩은 16.5% 법인세 면제와 성과보수 면세의 범위를 헤지펀드 등으로 넓히는 안을 연말 입법 목표로 추진 중이다.
- 싱가포르는 2027 과세연도부터 성과 연동 보수를 면세하고 5년 원패스 비자에 투자운용 전문가 부문을 추가할 계획이다.
- 세수를 포기하는 이유는 운용사 이전에 따라 붙는 법률·회계·감사·수탁 수요를 확보하려는 데 있다.
홍콩 센트럴의 사무실은 왜 차오르나
홍콩 센트럴의 초고급 오피스 빌딩에 글로벌 투자회사가 몰리고 있다. 미국 퀀트 트레이딩 업체 제인스트리트는 6개 층을 확보했고, 헤지펀드 포인트72는 임차 면적을 7개 층으로 넓혔다. 영국의 QRT도 국제금융센터(IFC) 빌딩 6개 층을 빌리기로 했다.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6년 9월 말 센트럴 A급 오피스 공실률은 7.2%까지 내려갔고 최고급 오피스 임대료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 호주의 금융 거래팀들도 홍콩으로 옮길 때의 세금 부담과 비용을 따져 보는 중이다.
사무실 임대 계약은 말보다 빠른 신호다. 층 단위로 빌린다는 것은 인력을 옮길 계획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끌어온 홍콩의 제도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홍콩 개정안은 무엇을 풀어 줬나
홍콩 정부는 2026년 6월 펀드와 패밀리오피스의 세제 혜택을 넓히는 세법 개정안을 냈다. 연말까지 입법을 마치고 2025~2026 과세연도부터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통과된 법이 아니라 추진 중인 안이라는 점은 짚어 둬야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적격 펀드의 투자 수익에 매기던 16.5% 법인세의 면제 범위를 넓히고, 펀드 운용 성과에 따라 주는 성과보수(캐리드인터레스트)의 면세 요건을 낮췄다. 이전에는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중심이던 혜택이 적격 헤지펀드 등으로 번진다.
투자 대상도 신용·채권·디지털자산·원자재·탄소배출권·해외 부동산 등으로 넓어졌다. 국부펀드와 연기금, 대학 기금도 조건을 채우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무에서 가장 크게 읽히는 대목은 지급 구조다. 지금까지는 홍콩의 인가받은 운용사를 거쳐 직원에게 줘야 면세를 받기 쉬웠다. 앞으로는 해외 계열사 등을 통한 지급도 요건을 맞추면 인정한다. 여러 나라에 투자팀을 둔 글로벌 운용사의 실제 운영 방식에 제도를 맞춘 것이다.
PwC 중국 남부지역 세무 담당 파트너 허룬헝은 "해외 고객 상당수가 홍콩의 펀드 세제 개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성과보수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헤지펀드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맞불을 놨나
싱가포르 통화청은 2026년 8월 적격 펀드 운용에서 나오는 성과 연동 보수를 면세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은 2027 과세연도부터다.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에도 펀드 면세제도로 적격 투자 수익의 17% 법인세를 면제해 왔다.
싱가포르는 세금만 깎지 않는다. 현지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키우는 헤지펀드 운용사와 투자 협력을 추진하는 헤지펀드 투자 프로그램을 새로 만든다. 해외 인재용 5년짜리 원패스 비자에는 투자운용 전문가 부문을 추가할 계획이다.
홍콩이 제도를 먼저 내놓고 싱가포르가 두 달 뒤 대응한 순서다. 다만 홍콩은 입법이 남았고 싱가포르는 세부 기준이 비었다. 지금의 경쟁은 완성된 제도끼리의 비교가 아니라 서로의 발표를 보며 판을 키우는 단계로 보는 편이 맞다.

세금을 포기하고 도시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성과보수는 헤지펀드 수익의 큰 몫이다. 그 세금을 안 받는다면 도시는 손해를 보는 장사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두 도시가 나서는 것은 운용사 한 곳이 옮겨 올 때 딸려 오는 수요가 더 크다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운용사가 이전하면 펀드 매니저만 오는 게 아니다. 법률·회계·감사·수탁·금융 서비스 수요가 같이 늘어난다. 세금은 입구에서 받지 않고, 그 뒤에 붙는 일감과 일자리에서 회수하겠다는 구조다.
홍콩에는 이미 2000개 이상의 유한합자펀드(LPF)가 설립돼 있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펀드 등록 과정의 법률 서비스 수입만 수천만홍콩달러이고, 연간 회계감사 수요는 1억홍콩달러를 웃돈다. 사업장이 늘수록 이 숫자는 커지는 쪽이다.
결국 이 싸움은 세율 경쟁이라기보다 금융 생태계 경쟁에 가깝다. 면세는 운용사를 끌어오는 미끼이고, 도시가 노리는 것은 운용사 주변의 서비스 시장 전체다.
두 도시는 어디서 갈리고 어디서 겹치나
두 도시의 체급은 비슷하다. BCG에 따르면 2025년 홍콩의 역외자산 관리 규모는 2조9000억달러(약 3948조원)로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1위였고, 싱가포르가 세계 3위였다. 글로벌 자산가의 돈이 몰리는 건 같지만 쓰임새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중국 본토와 이어진 자본시장과 역외 위안화 거래에서, 싱가포르는 외환·원자재 거래와 글로벌 자산가의 자산관리에서 강하다고 본다. 같은 면세 카드를 쥐어도 어떤 운용사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이 차이가 가른다.
그래서 한쪽이 이기는 구도가 아닐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 중에서는 아예 두 금융 중심지에 동시에 거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계열사 지급을 인정하는 홍콩의 새 제도는 이런 다거점 운영과 잘 맞는다.
경쟁은 금 보관·수탁과 거래 인프라로도 번진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자 중앙은행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금을 맡길 지역을 분산하려는 수요가 생겼고, 두 도시가 이 수요를 노린다.
이 경쟁이 한국 투자자에게 남기는 질문은 무엇인가
이 제도 변화가 국내 상장 종목이나 계좌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확인된 바는 없다. 따라서 오늘 할 일은 특정 종목을 찾는 게 아니라, 금융 중심지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두 도시의 선택이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자본과 인재는 세율 하나가 아니라 세금, 체류 자격, 사무 공간, 법률·회계 인프라가 한꺼번에 맞을 때 움직인다. 홍콩은 입법 전이고 싱가포르는 기준 전이라, 지금은 약속의 경쟁이다.
앞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호는 구체적이다. 홍콩이 연말 안에 입법을 끝내는지, 싱가포르가 2027 과세연도 시행 전에 적용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 센트럴 공실률 7.2%가 더 내려가는지다. 세금을 포기한 도시가 실제로 서비스 시장을 얻었는지는 이 숫자들이 답한다.
이 글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금융 정책 경쟁을 설명하는 정보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두 제도는 입법 또는 세부 기준 확정 전이라 내용이 바뀔 수 있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함께 보기
해외뉴스 최신
더보기중국 국유기업 화파그룹, AAA인데 신탁 2건을 못 갚았다
주하이시 국유기업 화파그룹은 이자부채 4130억위안 중 1810억위안이 1년 안에 만기가 오는데 매출과 현금흐름이 동시에 나빠져 신탁상품 2건을 제때 갚지 못했다. 국유기업이 안전하다는 믿음의 재원인 지방정부 토지 매각 수입이 크게 줄었고, 채권 ETF 환매가 겹치면서 충격이 국채까지 번졌다.
1일 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빅테크와 메모리 희비 왜 갈리나
데이터센터 규제는 AI 투자를 막는 금지령보다 전력 비용을 누가 내고 신규 건설이 언제 되느냐의 문제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같은 지연이 빅테크에는 설비투자 부담 완화로, 메모리와 전력기기 공급사에는 매출 시점 지연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착공된 2027년 물량은 영향이 없고 변수는 2028년 이후 착공분이다.
1일 전

그린경제협정 GEPA, 한국은 규칙 짜는 쪽에 섰다
한국·싱가포르·뉴질랜드는 그린경제협정(GEPA) 협상에서 7개 분야 진전을 발표했고, 무역 관련 기후조치의 모니터링·보고·검증(MRV) 설계 원칙을 담은 세계 첫 모듈을 마련했다. 아직은 조문이 아니라 원칙이어서 구속력과 시행 시점은 나오지 않았다. 의미는 한국이 DEPA 때와 달리 규칙 작성 단계부터 들어갔다는 데 있다.
2일 전

민주당 압승에도 관세정책 유지, 코트라가 본 이유
코트라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가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관세 수단이 의회 손이 닿기 어려운 행정부 권한으로 옮겨 갔고, 입법을 해도 거부권이 남기 때문이다. 기업에 더 급한 일정은 12월 31일 종료되는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최대 35%)의 연장 여부다.
2일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