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시스는 2012년 매출 99%가 한 고객사였던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회사입니다. 전기차 판매 1위 뒤 손상처리, 저가 수주를 끊고 인력을 줄여 이익을 되찾은 과정을 따라갑니다.
캠시스 전기차 판매 1위에도 손상처리, 본업은 여전히 카메라모듈

캠시스(050110)는 10월 19일 연결 기준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했고, 이날 주가는 9.22% 오른 5,450원에 거래됐습니다. 거래량은 직전 20거래일 평균의 3배를 넘었습니다.
이 회사 물건은 대부분 사람의 주머니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삼성 스마트폰 뒷면의 작은 카메라 뭉치가 캠시스가 베트남에서 조립해 납품하는 카메라모듈입니다. 휘는 회로기판 위에 이미지 센서와 렌즈를 올려 하나로 묶은 부품입니다.
캠시스는 30년 가까이 그 한 고객에게서 벗어나려고 전기차까지 만들었던 회사입니다. 그리고 지금, 벗어나는 대신 그 고객 안에서 돈을 남기는 법부터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2012년, 매출의 99%가 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캠시스는 1993년 반도체 장비 업체로 출발했습니다. 주력이 바뀐 것은 2000년대 초, 삼성전자 카메라모듈 협력사로 선정되면서부터입니다. 장비 회사가 휴대폰 부품 회사가 된 것입니다.
이후 10년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010년 보도에는 대표이사와 상호가 여러 차례 바뀌어 투자자 신뢰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남아 있습니다. 2008년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는 쓸 수 없는 재고를 대거 털어냈습니다. 같은 해 회사는 스스로를 카메라모듈 국내 1위, 세계 7위라고 소개했고, 그때 공장은 중국 웨이하이에 있었습니다.
2012년 취임한 박영태 대표가 처음 본 장부는 이랬습니다. 그는 2020년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2012년 당시 회사 매출의 99%가 한개 고객사에만 의존하는 형태라 고객사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부터 먼저 집중해 챙겼다”고 말했습니다.
99%는 협력사라는 말로 다 담기지 않는 숫자입니다. 고객이 모델 하나를 다른 업체로 돌리면 회사 매출이 그만큼 통째로 빠집니다. 값을 정하는 쪽도, 물량을 정하는 쪽도 회사 밖에 있습니다. 박 대표의 다음 10년은 이 숫자를 줄이는 데 쓰였습니다.
그래서 캠시스는 전기차까지 만들었습니다
첫 걸음은 카메라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주변을 위에서 내려다본 화면으로 보여 주는 차량용 서라운드뷰 카메라입니다. 휴대폰 카메라를 차에 다는 일이라 기술의 거리가 가까웠습니다.
2014년에는 생체인식 스타트업 베프스를 인수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초음파 지문센서 기술은 일본 TDK의 중국 자회사 SAE 마그네틱스에 기술 사용권을 주는 계약으로 이어졌습니다. 물건을 파는 대신 기술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길이었습니다.
가장 멀리 간 걸음이 전기차입니다. 캠시스는 2015년 코니자동차 지분 31.1%를 사들였고, 2019년 10월 초소형 전기차 쎄보-C를 내놓았습니다. 카메라 부품 회사가 완성차를 판 것입니다.
성적표는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2020년 쎄보는 국내 초소형 전기차 판매 1위였습니다. 판매 대수는 876대였습니다.
문제는 1위의 크기였습니다. 이 사업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한 해 1,500~2,000대는 팔아야 했습니다. 1위를 하고도 손익분기의 절반 근처에 머문 것입니다. 시장 전체가 작으면 1등도 적자를 봅니다.

2021년 말 캠시스는 쎄보와 관련해 장부에 올려 둔 무형자산의 남은 가치를 0원으로 처리했습니다. 개발에 들인 돈이 앞으로 벌어 줄 것이 없다고 회사가 스스로 판정한 것입니다.
전기차 부문은 물적분할로 떨어져 나가 쎄보모빌리티가 됐습니다. 이 자회사는 2023년 1분기 순자산이 -9,793만원으로, 쌓아 둔 자본을 다 까먹은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습니다. 그해 2월 캠시스는 쎄보모빌리티의 안성 물류센터를 78억원에 사들여 자금을 댔습니다. 다각화의 비용을 결국 본업이 떠안았습니다.
멀리 돌아와 보니 카메라가 98%였습니다
캠시스 뭐하는 회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사이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2020년 기사 기준으로 카메라 사업은 전체 매출의 약 98%였습니다. 2012년 99%에서 1%포인트 남짓 움직인 것입니다.
필자는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는 것이 캠시스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봅니다. 차량용 카메라, 지문센서, 전기차가 차례로 붙었지만 매출의 무게중심은 한 치도 옮겨지지 않았습니다. 새 사업들이 실패해서라기보다, 카메라모듈이 너무 커서 옆에 무엇을 붙여도 비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객 구성도 비슷합니다. 2020년 탐방 기록에 적힌 주 고객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였고, 해외 고객으로 파나소닉과 터키 가전업체 VESTEL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사에 이름이 나오는 대형 고객은 지금도 삼성전자뿐입니다. 캠시스는 삼성의 1차 협력사로 카메라모듈을 직접 납품합니다.
그 사이 공장은 옮겼습니다. 2018년 중국 공장 지분 100%를 전량 매각했고, 지금 생산은 베트남 법인이 중심입니다. 2020년 탐방 기록에는 스마트폰 뒷면 카메라가 여러 개로 늘면서 경쟁사들이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한 고객에 묶여 있어도 그 고객의 카메라 수가 늘던 시기였습니다.
새 부회장은 물량을 버렸습니다
2024~2025년 캠시스는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매출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2026년 1월 5일 회사는 원태연 전 나무가 대표를 부회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광통신 임원, 파워로직스 사장을 거친 제조·품질 전문가로, 카메라모듈 본업과 신사업을 함께 맡았습니다.
원 부회장은 2026년 8월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적자의 원인을 회사 안에서 찾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 욕심에 수주를 극대화하면서 저가 모델 비중이 커졌다”, “수량은 늘었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 제품에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고백이 센 이유는 99% 의존의 다른 얼굴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한 고객에 묶인 협력사는 물량을 놓치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값싼 모델까지 받아 공장을 채웁니다. 그렇게 만든 카메라는 팔수록 손해였습니다.
회사는 2025년 10월 수익이 낮은 모델의 공급을 끊었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납품 목록을 다시 짰고, 베트남 생산인력은 1,500명 수준에서 1,100명대로 줄었습니다. 사람 손이 하던 조립은 공정 통합·자동화·표준화로 바꾸는 중입니다.

원 부회장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원가 경쟁력은 단순히 재료를 싸게 사는 게 아니라 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서 나온다.” 같은 공장에서 더 적은 사람으로 비싼 모델을 만드는 쪽으로 회사의 셈법이 바뀌었습니다.
결과는 2026년 상반기 흑자전환이었습니다. 재무 쪽 정리도 같이 갔습니다. 4월 유상증자로 약 200억원을 모았고, 그중 50억원은 주식으로 바뀌기 전까지 빚인 전환사채를 앞당겨 갚는 데, 나머지는 운영자금에 썼습니다.
박영태 대표 시절의 답이 고객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면, 원태연 부회장의 답은 고객 안에서 남는 장사를 하는 것입니다. 원 부회장은 “결국 주가와 주주가치를 움직이는 것은 회사가 이익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출 숫자를 키우는 일과 결별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이번 신사업은 카메라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캠시스가 다각화를 멈춘 것은 아닙니다.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전기차처럼 완성품 시장으로 뛰어드는 대신, 지금 내건 신사업 대부분은 카메라모듈을 다른 기계의 눈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가장 가까운 것이 AI카메라입니다. 보안용·스마트가전용·드론용으로 나뉩니다. 국내 보안 대기업에서는 신규 라인업 제품 승인을 받아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고, 스마트가전용은 기존 고객사를 통해 연내 양산과 매출을 목표로 합니다.
로봇도 같은 줄기입니다. 2026년 7월 30일 캠시스는 코라스로보틱스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휴머노이드와 협동로봇에 들어갈, 카메라와 움직임·기울기를 재는 관성측정장치를 한데 묶은 비전 센서 모듈을 함께 개발합니다. 캠시스는 초소형 카메라모듈 설계·양산과 영상처리를, 코라스는 로봇 팔 끝 공구를 갈아 끼우는 장치와 로봇 제어 기술을 맡습니다.
예외처럼 보이는 것이 초음파 배터리 진단입니다. 중고 배터리에 초음파를 쏘아 남은 수명과 가치를 판정하는 장치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함께 국내에 특허를 내고 미국·중국으로 넓혔습니다. 국내 주요 배터리·완성차 기업과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고, 전기차 안에서의 실시간 진단, 에너지저장장치 안전 감시, 다 쓴 배터리 평가로 넓힐 계획입니다. 2014년 지문센서 이후 초음파라는 말이 회사 안에 다시 등장한 셈입니다.

고객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습니다. 새로 세운 인도네시아 법인이 새 대기업 고객의 주요 제품 공급을 준비하고 있고, 7월에는 장비 반입 같은 사전 준비가 진행 중이라는 업계 말이 나왔습니다. 99%를 줄이려던 시도가 이번에는 공장 하나를 새 고객 옆에 세우는 방식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캠시스 전망, 이번 잠정실적이 재는 것
오늘 캠시스를 꺼낸 계기는 연결 기준 잠정 영업실적 공시입니다. 이 숫자가 재는 것은 상반기 흑자가 한 번의 정리 효과였는지, 1,100명대 공장의 기본 체력인지입니다.
하반기 일감의 중심은 여전히 삼성입니다. 하반기 공급 모델로 갤럭시 Z 폴드8이 거론되고, 회사는 내년 S27 시리즈와 A시리즈 확대를 언급했습니다. 저가 모델을 덜어 낸 자리를 폴더블 같은 비싼 모델이 채우고 있다면, 매출이 덜 늘어도 이익은 남아야 합니다.
보안 대기업용 AI카메라 양산, 가전용 카메라의 연내 매출, 인도네시아 법인의 첫 납품은 캠시스 매출에서 삼성 밖 몫이 처음으로 눈에 보일 수 있는 자리입니다. 2012년 99%, 2020년 98%를 지나 이 비중이 실제로 움직였는지를 보여 줄 숫자는 앞으로의 분기 실적에서 나옵니다.
전기차 1위로도 바꾸지 못한 숫자를, 이번에는 카메라 하나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9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같은 코너에서 더 읽기
HLB바이오스텝 급등 이유, FDA가 줄이겠다는 동물실험에서 매출 82%를 번다
HLB바이오스텝은 신약 후보를 개·미니피그에 먼저 시험하는 비임상 CRO입니다. 매출 82%가 동물실험 사업인데 FDA가 동물실험을 줄이자 오가노이드 검증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CJ씨푸드1우 상한가 이유, 어묵을 굽던 경험으로 생선 냄새를 잡았다
CJ씨푸드1우의 10월 15일 상한가를 계기로 본 삼호어묵 제조사. 어묵 개발의 오븐 경험이 비비고 생선구이로 이어지고, 최대 고객과의 거래는 김 공장 인수로 넓어졌다.
압타바이오 임상, 신약 개발사가 반려동물 유모차도 파는 이유
압타바이오가 급성신장손상 후보물질의 임상 2상 톱라인을 받았다. 리카리카 펫제품 매출과 합병, 기술이전 이력으로 신약 개발사가 판매 사업을 넓힌 과정을 짚는다.
아이에스티이 급락 이유, 매출 88.1%가 SK 두 회사에서 나왔다
아이에스티이(212710)는 2024년 상반기 매출의 88.1%를 SK 두 곳에서 낸 풉 클리너 회사입니다. 신사업 PECVD도 SK하이닉스에서 시작했고, 삼성전자 발주가 다시 오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