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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앤제주 최대주주 네 번 바뀌고, 주식 합치기는 세 번째

서학개미 투자포럼 편집팀 ·

한울앤제주 경영진 장내매수와 5대1 병합 뒤에는 옛 제주맥주의 이력이 있습니다. 맥주로 못 번 돈을 증시에서 채우는 동안 최대주주가 네 번 바뀌었습니다.

한울앤제주 최대주주 네 번 바뀌고, 주식 합치기는 세 번째

11월 2일 한울앤제주(276730)는 전 거래일보다 8.46% 내린 920원에 거래됐고, 거래량은 27만8536주였습니다. 같은 날 최대주주 한울반도체와 김백산 대표, 김동현 부대표는 회사 주식 12만9002주를 장내에서 샀다고 밝혔습니다. 한울반도체가 3만7862주, 김 대표가 5만7910주, 김 부대표가 3만3230주입니다.

편의점에서 제주 위트 에일을 집어 본 사람에게도 이 회사 이름은 낯설 겁니다. 한울앤제주는 그 맥주를 만든 제주맥주의 지금 이름입니다. 2025년 4월에 상호를 바꿨습니다.

경영진이 주식을 산 배경에는 1,000원이라는 선이 있습니다. 주가가 이 선 밑에 머물자 10월 29일 관리종목 지정 우려 안내가 나왔고, 회사는 같은 날 5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결정했습니다. 이 회사가 주식을 합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한울앤제주는 맥주로 벌지 못한 돈을 주식시장에서 채워 온 회사입니다. 최대주주가 네 번 바뀌고 주식을 세 번 합치는 동안에도 풀리지 않은 문제는 하나입니다. 제주 한림읍 양조장의 맥주가 아직 회사를 먹여 살리지 못합니다.

코스닥 문턱은 넘었지만 편의점 매대의 가격은 넘지 못했습니다

출발은 2015년 2월 제주브루어리였습니다. 수입맥주 유통으로 시작했고, 제주만의 맥주를 만들겠다며 제주시 한림읍 금능농공단지에 양조장을 세웠습니다. 2016년 11월에는 이름을 제주맥주로 바꿨습니다. 제주 위트 에일이 이 양조장에서 나온 대표 제품입니다.

2021년 5월 26일 이 회사는 국내 수제맥주 업계 최초의 코스닥 상장사가 됐습니다. 이익을 내지 못해도 성장성을 보고 상장을 허용하는 테슬라 요건을 국내에서 처음 쓴 사례이기도 합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2,600~2,900원을 넘은 3,200원이었고, 조달액은 약 260억원이었습니다.

그때 투자자가 산 것은 맥주가 아니라 미래의 숫자였습니다. 상장 투자설명서는 2023년 매출을 1147억원, 영업이익을 219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실제 2023년 매출은 224억원으로 추정치의 5분의 1 수준이었고, 영업이익 자리에는 영업손실 110억원이 찍혔습니다.

2021년 상장 투자설명서의 2023년 추정치와 실제 결과를 나란히 비교한 도판. 매출 추정 1147억원 대 실제 224억원, 영업이익 추정 219억원 대 실제 영업손실 110억원

이 회사는 팬데믹 때 가정에서 마시는 술의 판로가 넓어지면서 컸습니다. 편의점 「4캔 만원」 시장이 성장의 무대였습니다. 아시아경제는 2024년 3월 분석에서 이 판로가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편의점 가격 상한에 납품단가를 맞추다 보니 품질과 개성을 살리기 어려워졌고, 풍미가 옅은 콜라보 맥주가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편의점이 키운 회사가 편의점 가격 밖으로 나갈 힘을 갖추지 못한 것이 이 회사의 첫 급소입니다. 제주라는 이름은 처음 한 캔을 집게 만들었지만, 4캔 만원이라는 가격표 안에서는 그 이름값을 납품단가로 돌려받기 어려웠습니다.

이 어려움은 한 회사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업계 2위 세븐브로이맥주의 2023년 매출은 62.1% 줄어든 124억원이었고 영업손실은 62억원이었습니다. 맥주 생산시설로 하이볼을 만드는 업체까지 나왔습니다.

맥주가 못 번 돈을 시장이 메우는 동안 한울앤제주 최대주주는 네 번 바뀌었습니다

수제맥주 시장의 위축이 길어지자 창업주는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2024년 3월 엠비에이치홀딩스(14.62%)와 문혁기 대표(0.17%)가 가진 864만 주와 경영권을 101억5600만원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상대는 서울 성동구의 자동차 수리·부품 유통업체 더블에이치엠이었습니다. 맥주 회사를 산 쪽이 자동차 정비 쪽 회사였습니다.

이후 흐름은 숨 가쁩니다. 2024년 말 전자부품·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업체 한울반도체가 100억원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2025년 11월에는 케이파트너스1호투자조합이 120억원 유상증자로 신주 647만2491주를 받아 한울반도체의 379만751주를 넘어섰습니다. 그해 12월 31일 자리는 다시 한울반도체로 돌아갔습니다.

최대주주 변천을 시간순으로 그린 도판. 2024년 3월 더블에이치엠 101억5600만원, 2024년 말 한울반도체 100억원, 2025년 11월 케이파트너스 120억원, 2025년 12월 31일 한울반도체 복귀 120억원

2년이 채 안 되는 사이 최대주주 이름이 네 번 바뀌었습니다. 한울반도체는 MLCC라는 전자부품의 겉면을 검사하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분당 1만3000개를 처리하는 장비를 글로벌 고객사 생산라인에 공급합니다. 양조와는 거리가 먼 회사가 맥주 회사의 이름 앞자리를 차지한 것입니다.

이 기간 돈이 들어온 경로를 보면 이 회사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상장 공모 약 260억원, 한울반도체 유상증자 100억원, 2025년 KIB벤처스 인수를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로 조달한 100억원, 케이파트너스 유상증자 120억원입니다. 이 네 건만 더해도 580억원입니다.

재무 자료에 잡힌 최근 세 해 매출은 217억원, 183억원, 139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104억원, 48억원, 49억원이었습니다. 세 해 모두 맥주와 본업으로 이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회사를 지탱한 돈이 매대가 아니라 증권시장에서 왔다고 말하는 근거가 이 숫자들입니다.

새 돈이 향한 곳에는 벤처캐피탈과 냉동 김밥이 있었습니다

맥주가 막히자 회사는 다른 간판을 찾았습니다. 세 차례 정관을 고치며 사업목적에 수입주류 판매, 바이오·제약, 건강기능식품, 골프장 운영, 전자제품 제조, 반도체 장비, 폐기물 처리를 넣었습니다.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전자제품 제조와 반도체 화학물질, 폐기물 처리가 추가됐습니다.

이 목록이 맥주 회사의 것이라고 짐작할 사람은 없습니다. 정관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적어 두는 문서입니다. 여기에 골프장과 폐기물이 나란히 적힌 것은 회사가 다음 수익원을 어디서 찾을지 정하지 못했다는 신호입니다.

실제 돈이 간 곳도 넓었습니다. 2024년 7월과 2025년 2월에는 냉동 김밥 회사 AGF(현 올곧)의 상환전환우선주에 40억원과 10억원을 넣었습니다. 2025년 5월 무렵에는 벤처캐피탈 KIB벤처스 지분 100%를 105억원에 인수했습니다. 회사가 내세운 이유는 “사업 다각화에 따른 성장동력 확보 및 수익 다변화”였습니다.

삼계주류 프랜차이즈 자회사 제주패밀리는 2025년 1분기부터 매출이 0원이었고 그해 5월 14일 문을 닫았습니다. 회사는 폐업 뒤 투자금을 전액 손상 처리해 장부에서 털어 냈습니다. 2024년 말 장부가는 13억원이었습니다. 그해 여름 제주패밀리 현황과 식음료 사업 계획을 묻자 회사 측은 “현재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했습니다.

2025년 1분기 말 총자본은 73억원으로, 주주가 납입한 자본금 78억원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부분 자본잠식입니다. 들어온 돈이 새 사업으로 나가는 동안 회사의 밑천은 깎이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구상 255억원은 제주 바닷가 땅에서 멈췄습니다

주인이 케이파트너스로 바뀐 2025년 말, 회사는 제주 구좌읍 동복리 719-1 외 4필지를 255억원에 사기로 했습니다. 베이커리와 카페가 들어선 해안가 부지이고 주변에는 민박과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습니다. 여기서 임대수입을 올리고, K팝 공연장 등에 무알코올 맥주 납품을 늘려 매출처를 넓힌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공연장이라는 장소는 최대주주 쪽 사업과 겹칩니다. 한울반도체의 종속회사 비트로가 하는 일이 응원봉 연출입니다. 맥주 회사가 땅과 공연장 납품으로 활로를 찾으려던 그림 자체는 이 회사에서 드물게 맥주와 이어진 구상이었습니다.

이 거래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땅을 파는 쪽은 에프앤비모빌리티였고, 이 법인의 대표는 새 최대주주 조합의 최대출자자였습니다. 그 부지는 약 3년 전 100억원에 취득한 땅이었습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파는 쪽에 155억원의 차익이 생기는 구조였습니다.

회사가 새로 들어온 대주주 측에 계약금까지 넣은 상황에서 무자본 M&A 논란이 일었습니다. 최대주주의 차입 구조와 차익 규모를 알았느냐는 딜사이트의 질의에 회사 측 답은 두 글자였습니다. “몰랐다.”

거래는 12월 17일 철회됐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측과 현 경영진 간 이견 없이 원만하게 정리됐다”고 말했습니다. 상장사의 돈으로 대주주 관계자의 땅을 살 뻔했다가 멈춘 일을 두고, 회사가 꺼낸 표현은 원만함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지배구조가 가진 약점은 이 대목에서 가장 선명합니다.

그로부터 2주 뒤 최대주주 자리는 120억원에 되돌아왔습니다

12월 31일 한울반도체는 케이파트너스가 가진 지분 전부를 120억원에 다시 샀습니다. 케이파트너스가 11월 유상증자에 넣은 돈도 120억원이었습니다. 투자조합은 낸 돈과 같은 금액을 받고 약 한 달 만에 나갔습니다.

재원은 한울반도체가 발행한 전환사채였습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뀌기 전까지 빚입니다. 최대주주가 빚을 내서 이 회사를 되찾은 것입니다. 한울앤제주 금고에 들어온 120억원의 부담은 케이파트너스에서 한울반도체 주주들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한울반도체 관계자는 더벨에 “책임경영 의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인수했다”며 “다시 한울앤제주를 인수한 만큼 사업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장내매수의 말과 같은 줄에 있습니다. 대주주가 내세우는 말은 두 번 다 책임입니다.

복귀 뒤에 꺼낸 카드는 맥주가 아니라 리츠였습니다. 100% 자회사 빅페스타는 코스피 상장 스타에스엠리츠를 인수했지만 국토교통부의 주요 출자자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회사는 2026년 1월 빅페스타에 빌려준 돈을 지분으로 바꿔 자기자본 요건을 채우고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주식은 세 번 합쳐도 한울앤제주 전망은 매출 139억원에서 시작합니다

주주가 겪은 일은 주식 수로 정리됩니다. 2024년 6월 회사는 자본잠식에 대응해 5대1 병합을 했습니다. 2026년 3월에는 10주를 1주로 합치는 무상감자를 결정했고, 자본감소 절차로 주권매매 거래정지가 뒤따랐습니다. 무상감자는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주식 수만 줄이는 일입니다.

앞선 두 차례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공모 때의 주식 50주가 1주로 줄어듭니다. 이번 5대1 병합까지 끝나면 250주가 1주가 됩니다.

주식 합치기 세 번을 단계별로 보여 주는 도판. 2024년 6월 5대1, 2026년 3월 10대1 무상감자, 2026년 10월 결정한 5대1 병합. 비율을 그대로 곱하면 공모 때 주식 250주가 1주가 된다는 계산

병합은 1주당 가격의 숫자를 키웁니다. 1,000원 선을 넘기는 데는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회사가 버는 돈은 그 일로 1원도 늘지 않습니다. 이번 병합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주가의 자릿수까지입니다.

10월 27일 대표이사 변경 공시가 나왔고, 29일에는 임시주주총회 소집 결의와 전환사채 발행 결정의 정정 공시가 이어졌습니다. 11월 2일에는 경영진의 장내매수가 공개됐습니다. 김백산 대표는 “회사를 지키고 주주들과 함께 미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고, 추가 장내 매수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눈여겨볼 변화는 회사가 방향을 되돌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동현 부대표는 제주 로컬 브랜드 가치의 재정립과 수익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에 주력하고 있고, 회사는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기존 투자자산 처분을 추진 중입니다. 비핵심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만들고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입니다. 2024년 이후 넓혀 온 길을 거꾸로 걷겠다는 선언입니다.

이 선언이 실제 일감과 실적으로 이어지는지는 세 곳에서 드러납니다. 임시주주총회와 병합 절차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투자자산이 얼마에 팔려 현금으로 들어오는지, 줄어든 맥주 매출이 다시 늘어나는지입니다. 화룬맥주와 맺은 한국 내 독점 유통 계약처럼 양조장 밖의 판로가 139억원 매출을 얼마나 받쳐 주는지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12만9002주는 대주주와 경영진이 시장에 내놓은 말입니다. 그 말을 갚을 곳은 금능농공단지 양조장입니다. 주식 수는 공시 한 장으로 줄일 수 있어도, 맥주 매출은 공시로 늘릴 수 없습니다.

작성 기준일은 2026년 11월 2일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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