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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리보세라닙 FDA 재신청 왜, 매출은 진단기기와 구명정에서 나온다

HLB(028300)가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 FDA 허가를 다시 신청했습니다. 매출 49.36%는 체외진단기기, 22.16%는 구명정에서 나오고 자산 절반은 엘레바에 걸려 있습니다.

HLB 리보세라닙 FDA 재신청 왜, 매출은 진단기기와 구명정에서 나온다

10월 12일 HLB(028300)는 전 거래일보다 2.74% 내린 44,400원에 거래됐고, 거래량은 59만 주를 넘겼습니다. 같은 날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를 다시 신청했습니다.

HLB라는 이름에는 늘 'FDA'가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매출의 49.36%는 체외진단 의료기기와 알코올스왑에서, 22.16%는 구명정 같은 선박설비에서 나옵니다.

HLB는 오래된 제조업이 번 돈으로 하루를 버티면서, 자산의 절반을 미국의 신약 자회사 한 곳에 걸어 둔 회사입니다. 간판과 금고가 서로 다른 곳에 있습니다.

투자 참고용 글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2일.

간암 약은 약효가 아니라 공장에서 두 번 멈췄습니다

이번에 다시 낸 것은 리보세라닙 하나가 아닙니다. 중국 협력사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함께 쓰는 병용 요법입니다. 간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가장 먼저 쓰는 1차 치료제로 승인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첫 신청은 2023년이었습니다. 2024년 항서제약이 FDA에서 보완 요구 서한을 받으면서 승인이 불발됐습니다. 2025년 3월 두 번째 신청은 멸균 절차 등을 지적받아 다시 무산됐습니다.

두 번 모두 걸린 곳은 임상 결과가 아니라 항서제약의 제조시설이었습니다. 미국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을 맞추라는 요구였고, 이번 신청은 그 서한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나왔습니다.

그 사이 리보세라닙 완제의약품 공장에 대한 FDA 정기 실사가 '자발적 시정조치 권고'로 끝났습니다. 고칠 점은 짚되 회사가 스스로 고치도록 맡기는 판정입니다. 공장 문을 막던 판정이 바뀐 뒤에 낸 신청이라는 점이 앞의 두 번과 다릅니다.

HLB는 글로벌 3상 임상에서 이 병용 요법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대조군보다 길었다고 설명합니다. 엘레바 관계자는 “제조시설 실사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임상에서 확인된 가치를 바탕으로 허가 심사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FDA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약을 개발하는 회사의 매출표 맨 위에는 신약이 없습니다

HLB를 신약 회사로만 알고 매출표를 열면 순서가 낯섭니다. 매출 구성은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 49.36%, 구명정 및 기타 제품 22.16%, 기타 용역 13.98%입니다.

1위 줄을 채우는 곳은 2022년 그룹에 들어온 헬스케어 계열사(옛 FA)입니다. 주사 놓기 전 피부를 닦는 알코올스왑을 국내 대형병원에 납품하고, 국내 점유율이 60%입니다.

같은 회사가 만드는 체외진단 검체채취용 도구는 미국 FDA 인증을 받았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PCR 검사에 쓰이고, 최대 고객은 미국 애보트입니다.

이 사업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고객 쪽 사정에 있습니다. 애보트가 공급처를 바꾸려면 새 공급처의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병원은 한번 들인 소모품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히 팔리는 물건입니다.

회사 전체로 보면 이 매출은 아직 연구비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최근 세 해 매출은 429억·681억·842억원이었고, 같은 해 영업손실은 1,250억·1,185억·1,042억원이었습니다. 세 해 모두 손실이 매출보다 컸습니다.

HLB 매출 구성 막대 그래프: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 49.36%, 구명정 및 기타 제품 22.16%, 기타 용역 13.98%. 신약은 매출표에 아직 자리가 없음을 보여 주는 도판

구명정은 1975년 요트 회사 시절부터 남은 사업입니다

매출표 둘째 줄의 구명정은 이 회사의 출발점입니다. HLB는 1975년 현대그룹 계열 경일요트산업으로 시작해 FRP 선박을 만들었습니다.

그 뒤 이름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국제스텐레스밸브공업(1985), 국제정공(1990), 라이프코드인터내셔날(2005), 이노GDN(2007)을 거치며 밸브와 요트 사이를 오갔습니다.

2008년 이 회사를 산 사람이 진양곤입니다. 부산은행·평화은행을 거쳐 인수합병 전문 투자회사 골든라이트를 운영하던 금융인이었습니다. 이듬해 사명을 HLB로 바꿨고, 2013년 개인 지분을 직접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바이오로 넘어간 것은 2015년부터입니다. 엘레바 테라퓨틱스와 HLB생명과학을 사들였고, 2020년 이뮤노믹 테라퓨틱스, 2021년 베리스모와 HLB바이오스텝을 차례로 인수했습니다.

요트 회사의 구명정은 그 전환 뒤에도 자회사 HLB이엔지 밑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대표 제품은 배 뒤쪽에 비스듬히 실려 있다가 비상시 바다로 그대로 떨어뜨려 내리는 자유낙하형 구명정입니다.

2007년 5월 이후 건조되는 모든 벌크선에는 이 구명정을 다는 것이 의무입니다. HLB이엔지는 8,000척 넘게 지어 국내 1위이고, ABS·BV·DNV·KR·MED·LR·NK·RINA 등 8개 국제 선급 인증과 46개국 90개 에이전트를 통해 팝니다. 새 업체가 이 인증과 판매망을 다시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1975년 경일요트산업에서 국제스텐레스밸브공업·국제정공·라이프코드인터내셔날·이노GDN을 거쳐 2009년 HLB로 바뀐 사명 변천과, 2015년 이후 엘레바·이뮤노믹·베리스모 인수로 이어진 바이오 전환 연표

번 돈은 구명정에서, 건 돈은 엘레바에

매출이 진단기기와 구명정에서 나온다면 자산은 어디에 있을까요. HLB 전체 자산의 약 49.7%, 장부가로 6,442억원이 엘레바 테라퓨틱스 한 곳에 투자한 금액입니다.

이 집중이 무엇을 뜻하는지 HLB는 이미 한 번 겪었습니다. 2019년 6월 리보세라닙 위암 3차 치료제 3상이 1차 목표인 전체 생존기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넘지 못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주가는 바로 하한가로 갔고 코스닥지수 700선까지 무너졌습니다.

회사 한 곳의 임상 결과가 시장 지수를 끌어내린 일입니다. 그만큼 엘레바의 성패가 HLB의 성패로 곧장 이어집니다. 이 글의 판단으로는, HLB를 읽는 열쇠는 매출표가 아니라 이 자산표에 있습니다.

이 그룹을 붙잡고 있는 지분 구조도 독특합니다. HLB 최대주주 진양곤 의장의 개인 지분은 7.13%, 특수관계인을 더해도 9%대입니다. 이 지분으로 상장사 10개를 포함한 60개 가까운 계열사가 상호출자·순환출자로 얽힌 그룹을 지배합니다.

올해 들어서는 진 의장이 지분 99%를 가진 투자회사 에포케 등을 통해 HLB이노베이션·HLB파나진·HLB테라퓨틱스 등 계열사 주식을 62차례, 약 122만 주 장내에서 사들였습니다.

리픽투가 먼저 문을 열었고, 간암 약이 그 뒤에 섰습니다

엘레바에 건 돈이 처음 결과를 낸 것은 간암 약이 아니었습니다. 2026년 9월 23일 FDA는 엘레바의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리라푸그라티닙)를 승인했습니다. 국내 기업이 항암 신약 허가 신청서를 FDA에 직접 내서 받은 첫 사례입니다.

대상은 FGFR2라는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 붙었거나 자리를 바꾼 담관암 환자 가운데, 이미 치료를 받았고 수술로 떼어 낼 수 없는 단계의 성인입니다. 엘레바는 이 약을 2024년 12월 릴레이 테라퓨틱스에서 계약금 7,500만 달러 포함 최대 5억 달러에 들여왔습니다.

직접 개발한 약이 아니라 사 온 약으로 먼저 허가를 받았습니다. 리보세라닙이 공장 문제로 두 번 멈춰 있는 동안, 엘레바는 허가를 받아 낼 다른 길을 하나 더 깔아 둔 셈입니다.

9월 29일 서울 학동 사옥에서 열린 승인 기념식에서 진 의장은 '제2의 창업'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룬 것은 담관암 신약이라는 하나의 성과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약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을 온전히 갖췄다는 사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리픽투를 시작으로 간암 치료제, 각막염 치료제, CAR-T 치료제 등 후속 파이프라인에서도 연이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오늘의 재신청은 그 목록의 두 번째 칸입니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의 FDA 신청 경과(2023년 첫 신청, 2024년 보완 요구, 2025년 3월 재신청 무산, 2026년 10월 12일 재신청)와 리픽투 승인(2026년 9월 23일)을 나란히 놓은 일정표

HLB 전망을 가를 일정은 이미 달력에 있습니다

리픽투는 올해 4분기 미국 출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허가를 받았다고 바로 매출이 되지는 않습니다. 보험 등재를 거치고, 병원과 의사들이 실제로 처방해야 매출표에 처음으로 신약 줄이 생깁니다.

유럽에서는 엘레바가 9월 14일 유럽의약품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10월 1일 본심사 개시를 통보받았습니다. 리보세라닙 병용 요법은 이번 재신청으로 FDA 심사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신경영양성각막염 치료제와 차세대 세포치료제 임상 결과도 올 연말 발표가 잡혀 있습니다.

이 일정들이 하나씩 결과를 내면 매출표의 순서가 바뀔지가 정해집니다. 그 전까지 이 회사의 하루는 병원 알코올스왑과 애보트의 검체채취 도구, 벌크선 뒤에 매달린 구명정이 채웁니다.

진 의장이 말한 제2의 창업이 노리는 곳은 아직 매출표에 이름이 없는 칸입니다. 1975년 요트 회사가 남긴 구명정은 지금도 그 표의 둘째 줄에 있습니다.

출처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2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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